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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의 KBS, ‘이명박 시대’의 MBC 될까?[기자수첩] 본격화된 ‘보도 개입’, 방문진 길 따르는 KBS이사회
김수정 기자 | 승인 2015.07.13 08:19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8일 긴급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안건명은 ‘보도의 정확성 제고 방안에 관한 보고’였다. 표면적으로는 보도 정확성을 어떻게 높일까 논의하는 자리 같아 보이지만 실은 지난달 24일 방송된 KBS <뉴스9>의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보도를 지적하기 위한 자리였다.

KBS이사회는 2012년 9월부터 시작해 곧 임기가 만료된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개별 보도 내용을 가지고 정식 이사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사회 소집 자체가 보도본부의 향후 보도에 영향을 미쳐 ‘위축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와 KBS기자협회(협회장 이병도) KBS이사회가 보도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월권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KBS이사회 야당 추천 이사 4인도 “예상했던 대로 이인호 이사장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며 사퇴를 주장했다.

편향된 가치관 혹은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 공영방송의 관리·감독 권한을 지닌 이사회의 이사로 오고,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추천 이사들이 ‘경영 행위’를 감시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에서 더 나아가 보도 내용에 개입하려고 시도하고, 내부 구성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까지… 지난 8일 열린 KBS이사회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를 연상케 했다.

선임 전부터 KBS 방송 내용 비난, 이제는 이사회에서 ‘보도’ 논의하자 주장

지난해 이길영 이사장의 뒤를 이어 보궐이사로 선임된 이인호 이사장은 KBS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를 공공연히 비난하거나, 과거 ‘이승만 다큐’가 부정적인 내용으로 편향됐다는 글을 외부에 기고하는 등 ‘선명한’ 역사관으로 이목을 끌었다. 국민TV <뉴스K>는 지난해 9월 16일 이인호 이사장의 2006년, 2013년 강연 동영상을 단독 공개했는데, 그는 5·18을 “광주유혈사태”라고 규정했고, 제주 4·3 항쟁과 여수 순천사건에 대해서도 “공산당의 체제전복 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명명백백한 사실”이라고 말했으며,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전복은 이미 그때부터 공공연하게 시작됐다”고 폄훼했다.

새 노조 등 KBS 구성원들은 공영방송 이사회 수장으로 ‘편향된’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 와서는 안 된다며 강력 반대했다. 이사장의 주관적 판단으로 KBS 보도 혹은 프로그램 내용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같은 우려는 올해 초부터 현실화됐다.

   
▲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들에게 지난 2월 방송된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 <뿌리 깊은 미래>를 보고 와 달라고 요청한 후, 해당 프로그램을 ‘북한에서 할 만한 내레이션이 나온다’,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할 경우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등의 발언으로 평했다. 또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우매한 제작진이 있다면, 이사회가 거기에 대해서 외부 여론을 전달해 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했다.

이에 KBS PD협회는 “이인호 이사장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KBS 프로그램의 내용의 최종 책임 프로듀서인양 행동하고 사고하고 있다”며 “이는 프로그램의 내외부의 외압을 막아내는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를 프로그램 개입과 이념 전쟁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사고”라고 반발한 바 있다.

이인호 이사장은 8일 이사회에서 “저는 이사회에서 얘기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언론 자유가 보장돼 있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 이사들이 지혜를 모으면 모을수록 좋은 것”이라며 “독립성, 공정성 뭐 이런 것 때문에 이사들은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해선 안 된다는 건 법(<방송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들은) 자유롭게 발언해야 하고 발언할 권리가 있다는 것 이상으로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제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도 개입’ 비판을 부정하면서 오히려 이사회에서 관련 논의가 더 활발해지는 것이 ‘좋다’고 맞선 것이다.

대부분의 여당이사들도 이 같은 생각에 동의했다. 이병혜 이사는 “그러면서 “KBS가 국가 정체성을 지키고 국익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서 방송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사회가 열렸다고 봐 주시면 좋겠다”고, 임정규 이사는 “(이 보도가) 우리나라 국익에 무슨 이득이 있느냐, 반세기가 지난 마당에”라고 말하며 ‘이승만 보도’를 비판한 이인호 이사장을 두둔했다. (▷ 관련기사 : <‘이승만 망명 보도’는 국익에 도움 안 된다는 KBS이사회>)

‘<PD수첩> 때리기’로 방송법 위배 논란 일었던 방문진과 ‘닮은꼴’

   
▲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미디어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KBS이사회에 앞서 ‘편집권 침해’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엄기영 사장 체제였던 2009년 8월, 방문진 여권이사들은 프로그램을 직접 언급하며 비판했는데 <PD수첩>이 주 공격대상이 됐다. 김광동 이사는 “대통령 선거 직전 BBK 관련 방송을 4번이나 내보냈다”거나 “방송 내용이 일관되게 반미적 성향이 흐르는 것은 왜 그런가” 하고 따져물었고, 최홍재 이사는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진상조사를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12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방문진 이사들의 ‘보도 품평’이 도마 위에 올랐다. “<PD수첩>의 쌍용자동차 문제에 대해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냐”, “국가기념일 그 의미를 일깨워 프라임 타임에 특별 편성했으면 좋겠다” 등의 발언이 편성권을 침해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우룡 이사장은 “그런 측면이 있다”면서도 “방문진 합의로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사들 스스로 자유롭게 한 말이니 문제없다는 설명이었다.

“<PD수첩>, <뉴스후>, <시사매거진 2580>이 비슷하다고 프로그램의 통폐합을 요구했다. 또한 노사협의체 미래위원회가 노사동수로 구성돼 있는 것까지 문제 삼았다. 또 편집과 편성권에 대한 침해도가 굉장히 심한 발언들을 이사장을 비롯해서 이사들이 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프로그램을 합치라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악법’을 일제히 다루는 것은 시청자 선택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프로그램을 균형 있게 하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개별 프로그램에 대해서 개입한 바 없고, 불량품이 나올 때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방문진은 또한 방문진이 감독해야 하는 MBC의 ‘경영행위’에 ‘편성’과 ‘편집’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때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포괄적으로 경영에 편성과 편집이 포함된다’는 것이 어느 법에 규정돼 있냐?”며 김우룡 이사장의 발언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방송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량품이 나올 때는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김우룡 이사장의 말은 “좋은 질의 방송이 나가느냐에 대한 책임은 이사들이 져야 한다”는 이인호 이사장의 말과 겹친다. 방문진, KBS이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를 ‘방송 내용’까지로 확대해 <방송법>을 어기고 있고, ‘내외의 공격과 부당한 개입으로부터 KBS와 MBC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이사회가 오히려 독립성 침해에 나서고 있다는 질타가 나오는 것 역시 닮은꼴이다.

8일 KBS이사회에서 ‘이승만 보도 문제제기’는 야당이사들의 반발로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보도 개입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다. 이날 이사회가 끝난 후 한 야당 추천 이사는 “공식 이사회에서 개별 보도 내용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게 되면 단일 프로그램 혹은 보도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될 수 있다는 대단히 부적절한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번 이사회 소집은) 이사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 특정 정파 이익을 이사회에 와서 관철시키려고 하지 않느냐. 이렇게 될 줄 알았기 때문에 이사장 선임부터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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