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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린 보수신문의 자기고백 “종편은 흉기”[기자수첩]황색언론 취급 받는 종편 기자들… 그래도 믿는다, 내부에서 싸우고 있다고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7.10 19:08

4년 전 이야기다. 2011년 조선‧중앙‧동아일보, 매일경제의 방송사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했다. 정부는 종편을 의무전송채널로 지정했고(유료방송사업자는 종편을 무조건 가입자TV에 배달해야 한다), 중간광고까지 허용하면서 광고를 직접 영업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2014년 1사1렙을 허용해 특혜를 연장했다). 업계 회비인 방송통신발전기금도 징수하지 않기로 했다(2016년에야 징수 여부를 논의한다).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일개 정부부처는 한국을 뒤흔드는 3대 언론을 약자로 취급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한 듯 황금채널을 종편에 선물했다. 어울리지 않은 대접이었다. 그러나 종편은 출범 초기 ‘선동률 방어율’을 기록했고 수백억대 적자를 기록했다. 신문쟁이들이 만드는 방송은 잘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4년 만에 종합편성채널은 지상파를 위협하는 사업자가 됐다. 4사의 평균시청률을 더하면 6.5%로 지상파 1개 채널보다 높다. ‘넷 중 한둘은 5년 내 망한다’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업계에서는 ‘역시 보수신문의 판단이 옳았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비록 종편이 제시한 장밋빛 전망은 어느 순간 사라졌고, 방통위의 정책 목표 또한 물거품이 됐지만 종편은 살아남았다.

오히려 종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지상파방송사업자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매출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떨어졌는데 종편은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시청률도 올랐고 광고+협찬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적자도 크게 줄였다. 종편은 분명 시장에 안착했다. 종편 기자의 출입기자 등록을 막는 곳도 이제 거의 없다. 종편은 더 이상 인큐베이터에 있는 갓난아기가 아니다.

종편이 안착한 배경에는 정부가 내준 종합특혜선물세트도 있겠지만 그들의 전략도 한몫 했다고 봐야 합리적이다. JTBC의 경우 매년 천억 이상을 투자해 왔다. 인기 예능‧드라마 순위에도 심심찮게 이름을 올린다. MBN은 보도전문채널 시절 경험으로 2년 넘게 종편 4사 중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이다. TV조선과 채널A는 전체 방송시간의 절반 안팎을 보도프로그램으로 채워 톡톡한 재미를 본다.

이런 종편을 두고 “사회적 흉기”라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비록 종편 특유의 시사‧뉴스프로그램 탓에 고령의 부모님이 자식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전직 대통령은 돌연 ‘종북’이 되고, 세월호 집회 참가자는 졸지에 ‘폭력시위대’가 되더라도 그건 한국 사회의 여론을 어느 정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형광등 백개의 아우라를 느끼는 시민도 어딘가에 분명 있을 터다.

아마도 지난해 종편 재승인 심사를 맡은 전문가들이 ‘조건부 재승인’을 결정한 이유는 종편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종편이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업계에서 종편의 지위는 확고하다. 지상파와 종편이 닮아간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종편은 수준이 다르다. 일부 종편은 우리 사회에 있는 어떤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내보낸다. 대체로 보수적이고 때때로 극우적이라고 느껴지고, 저잣거리에서나 나올 법한 말들이지만 한국에 이런 여론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보수언론이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에 쉽게 흥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들은 종편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 사회의 여론을 담아내는 ‘공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2014년 종편의 오보‧막말‧편파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건수가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고 종편이 황색저널리즘의 영역을 구축했다고는 하지만, TV조선은 프로그램을 3개나 폐지했고 채널A 기자들은 성명까지 내가며 회사를 비판했다.

이런 그들을 향해 “공기(公器)가 흉기(凶器)가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을 터다. 특히 이런 말을 한 사람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그것도 종합편성채널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이다. 일부 보수신문은 곧장 비판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 김기용 기자는 자질 논란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는 “종편 시청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99% 이해한다. 여전히 많은 언론운동단체들이 종편을 ‘흉기’라고 비난하고, 일부 기업들은 종편을 ‘조폭’으로 부르고, 일부 시청자들은 종편을 리모컨에서 지워버렸지만 종편은 분명 언론이다. 한국에서 뉴스를 할 수 있는 방송은 종편 4사를 포함해 11개뿐이다. 다소 편파적이고 극단적이더라도 그런 여론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하고, 언론의 자유를 위해 ‘사이비언론’ 프레임을 깨야 하는 공적 책무가 있는 언론이다.

다만 1% 때문에 공감하지 못하겠다. “방통위가 재승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종합편성PP 3사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중요한 뉴스를 신문에 아예 담지 않거나 적은 분량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청자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언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해야 그게 언론이고 기자다. 그런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자신에 비판적인 정무직 공무원 한 명을 비판하는 데 더 많은 지면을 썼다. 정반대 편에서도 인정을 받는 JTBC를 보라. 중앙일보는 비난에 동참하지 않았다. 제 발 저린 두 보수신문은 “종편은 흉기”라는 자기고백을 했다.

비록 사정이 어려워 보도프로그램을 50% 안팎으로 편성해야 하고, 샤우팅과 막말이 오가고, 황색언론 취급을 받고 있지만 결기 있는 기자들이 있는 만큼 좀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이 되리라 믿는다. 노동조합을 만들어 회사를 견제하고, 좋은 저널리즘을 구현하리라 믿는다. 지금과 같은 편성과 뉴스로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도 불가능하지만 종편은 흉기라는 비난을 피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종편 기자들과 PD들이 싸운다면 기꺼이 돕겠다.

   
▲ 조선일보 2015년 7월10일자 12면
   
▲ 동아일보 2015년 7월10일자 10면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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