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비율 등 재승인조건을 위반한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방통위는 9일 오전 과천 방통위 4층 회의실에서 제35차 회의를 열고 TV조선, 채널A, JTBC에 대한 시정명령을 의결하고 지난해 미이행한 콘텐츠 투자를 연말까지 진행하고 약속한 재방비율을 지킬 것을 명령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방통위가 공개한 2014년도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재승인조건 이행실적 점검결과를 보면, TV조선은 지난해 483억1200만원을 투자하기로 해놓고 459억6400만원을 투자했다. 계획 대비 23억4800만원 적다. 채널A는 계획 621억5100만원, 투자 505억5200만원으로 계획 대비 115억9000만원을 적게 투자했다. JTBC는 1612억2600만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실 투자금액은 1174억4100만원으로 계획 대비 437억8500만원이 적다.

이밖에도 JTBC는 재방비율을 49.5%로 약속했으나 실제 57.0%로 나타났다. 반면 TV조선은 계획 44.2%, 실제 37.2%로 사업계획서 상 재방비율을 이행했다. 채널A도 재방비율이 41.4%로 계획(44.8%)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미디어스)

지난달 방통위가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발표하자, 종편 3사는 방통위에 2010년 EBS가 콘텐츠 투자계획을 완벽하게 이행하지 않았으나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태 등으로 콘텐츠 투자가 줄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방통위는 종편이 방송사업자 중 이례적으로 매출이 증가했고, 적자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어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EBS의 경우, 방통위는 재허가 기간을 단축한 바 있다.

방통위는 종편 3사에 2014년도 콘텐츠 투자계획 중 미이행 금액과 올해 계획한 콘텐츠 투자금액을 연말까지 이행하고, 덧붙여 JTBC에 대해 재방비율을 준수할 것을 명령했다. 방통위는 MBN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하반기 시정명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방통위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들은 출범 이후 자신이 제출한 사업계획을 지키지 않고, 매년 ‘돌려막기’ 식으로 콘텐츠 투자 계획을 미뤄왔다. 종편의 재방비율은 지상파방송사에 비해 현저히 높고, 방통위도 이를 제재했으나 재방비율은 그대로다. 보도프로그램 비율도 여전히 높다. 종편은 방통위 제재를 ‘솜방망이’로 받아들이되 출범 당시와 재승인 심사 당시 계획을 축소하는 모습이다.

종편 출범을 돕고 이후 재승인마저 내준 방통위가 지금도 종편의 정책 파트너를 자임하는 꼴이다. 방통위는 최근 종편에 대해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를 유예하는 종편 특혜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방통위는 의무전송채널, 중간광고 같은 특혜도 유지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미디어렙법의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종편에 1사1렙을 허용한 바 있다.

한편 종편들은 방통위에 방송 공정성 강화 이행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재승인 심사 당시 오보·막말·편파방송이 문제가 돼 종편 사업자들은 모두 공정성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종편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조치 건수는 되레 2014년 전년대비 급증했다. TV조선은 29건에서 97건, JTBC는 7건에서 16건, 채널A는 20건에서 41건이다(MBN은 하반기에 점검).

방통위에 따르면, TV조선은 심의제재 빈도가 높은 프로그램 3개를 폐지했고, 향후 제재를 많이 받는 프로그램을 추가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출연자 심의협의체를 구성하고 자체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JTBC는 4단계 검증 시스템과 팩트체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채널A는 사실검증 인원을 복수로 늘리고, 출연자 사연인터뷰를 강화하고 내부징계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도프로그램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을 낮춰야 막말‧편파방송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지난해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프로그램 비율이 51.0%, 44.2%라는 점을 들며 “(종편은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막말 편파 방송에 대한 심의 제재가 3배 이상 늘었다. 역주행한 것이다. 제작비가 아주 적게 들어가는 보도를 늘리고 정작 투자해야 할 교양‧오락프로그램은 하지 않아 오보와 막말, 편파방송이 나오는 것이다. 콘텐츠 투자계획과 이행 목표치부터 엄정하게 개선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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