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이동통신시장에 ‘경쟁’을 유도할 목적으로 요금인가제 폐지를 추진 중이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경우, 정부가 적정성을 심사하는 제도다. 사실상 하나 남은 ‘요금인상’ 규제장치다. 유선에서는 KT, 무선에서는 SK텔레콤이 규제대상이다.

미래부의 인가제 폐지 움직임에 시민단체들은 정부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이헌욱 변호사, 실행위원장 조형수 변호사)와 통신공공성포럼(대표 이해관), KT새노조(위원장 조재길)는 2일 낮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금인가제를 강화해 추가적인 요금인상을 막고, 요금인하 명령권(또는 권고)을 신설하고, 삼성전자의 반대로 빠진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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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SK텔레콤은 요금인가제를 ‘반시장적 규제’로 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인가제와 요금인하는 전혀 관계가 없다. 만약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인가제 없이’ 전체 가입자 또는 특정 가입자 집단의 요금을 만 원 인하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를 규제하는 정부부처들은 2005년 이후 요금인가 신청 353건 중에서 단 한 건도 거부하거나 수정을 요구한 적이 없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규제와 개입이 없어 통신요금이 인상됐다고 꼬집었다.

통신공공성포럼 이해관 대표는 “요금인하에 대해서는 인가제가 필요 없다. 인가제는 ‘요금인상’을 규제하는 수단인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오히려 요금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요금경쟁을 해야 할 3위 사업자 LG유플러스는 여력이 없다고 하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돈 버는 재미에 빠졌다. 그래서 지난 십 년 동안 5대 3대 2 독과점 구조는 그대로”라고 지적하면서 요금인가제를 강화해 요금인상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단말기유통법 제정 직전 삼성전자의 반대의견을 수용해 분리공시제를 제도화하지 않은 것 또한 통신비 인하 가능성을 낮췄다는 게 시민단체 주장이다. 애초 정부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장려금과 보조금을 따로 공시해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며 분리공시제를 실시하겠다고 나섰지만 삼성의 반대로 무산됐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단말기 거품을 제거할 수 있었던 분리공시제를 무산시켰는데 반드시 재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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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은 ‘기본요금 폐지’가 가장 직접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조형수 변호사는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 박근혜 정부 기조대로 경제를 살리고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1인당 1만1000원꼴 하는 기본요금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이동통신사들이 기본요금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1년에 7조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를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KT새노조 조재길 위원장은 “사업자들의 초과이윤을 통제하는 것에 통신비 인하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체들은 “최근 통신요금 인가제 때문에 통신3사의 가격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통신 시장의 가격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통신3사가 과점의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며, 통신요금제 때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통신당국은 통신요금인가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민단체·소비자단체의 추천을 받은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서 통신요금의 합리적인 책정을 엄격히 심사하여 요금이 인하될 수 있는 촉매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정부가 단말기 지원금 상응 요금할인 혜택을 12%에서 20%로 상향 전환했으나 신청자에 한하고, 기한을 정한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단체들은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출시한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기본데이터양을 대폭 늘리고, 음성 무제한 통화 범위에 16xx,15xx, 060(정보안내), 050(안심번호)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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