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15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합니다. 가장 심한 사이비행위 매체는 메트로신문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보도자료를 첨부하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일 한국광고주협회가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광고주협회가 2011년 이른바 ‘나쁜 언론’ 다섯 곳을 공개한 이후 4년 만에 있는 명단 공개다.

한국광고주협회는 1일 ‘2015 유사언론 행위 피해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협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500대 기업 247곳의 홍보담당자를 서면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 내용은 유사언론행위에 대한 심각성, 피해경험, 유사언론행위를 하고 있는 언론사, 유사언론행위가 만연한 원인 및 방지 대책으로 총 6개 문항으로 총 100개사의 홍보담당자가 설문에 응했다(응답률 40.5%). 조사결과, 유사언론행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응답자가 90%(매우 심각 53%+심각한 편 37%)로 나타났다. 87%가 최근 1년 동안 피해를 경험했다.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주장하는 피해형태는 기업관련 부정기사 반복게재(87.4%), 경영층 이름·사진 노출(79.3%)로 조사됐다.

특히 설문에 응한 기업 100곳 중 87곳은 ‘유사언론’ 192개사를 지목했다. 그리고 33.0%가 ‘메트로신문’을 꼽았다고 광고주협회는 전했다. 광고주협회는 “유사언론행위가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된 메트로신문의 경우, 금년 들어 1면에 선정적인 제목과 함께 기업 CEO 사진을 노출시키는 등 총 60여 건(전체기사의 55% 수준)의 기업 관련 부정 기사를 게재하는 전형적인 유사언론 유형을 보였다”며 “특히 발행부수 5만부, 인터넷 트래픽 659위로 영향력과 광고효과가 미미한 매체임에도 광고 수주를 위해 의도적인 악성 기사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유사언론행위의 원인을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응답자 59.8%가 ‘포털의 유사언론과의 기사제휴’를 꼽았다. ‘매체 설립기준 완화에 따른 언론사 난립’이라는 의견에는 50.6%가 동의했다. 유사언론 근절방안에 대해서는 ‘포털에서 유사언론의 퇴출 및 기사제휴 중단’(23.0%), ‘유사언론행위 매체 및 기자에 대한 법적 처벌 강화’(21.0%), ‘포털사이트의 기사 자체 필터링 및 기사게제 기준 강화’(16.0%), ‘포털사이트 기사 검색 차단 및 노출 제한’(16.0%), ‘매체사의 진입장벽 강화 및 허가제 검토’(12.0%), ‘언론사 포털 등록 및 제휴 심사 기준 강화’(12.0%)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결과 발표가 “구태적인 광고 강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매체에 대한 자정 기능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곤 하지만 광고주협회와 보수언론이 군불을 때고 있는 ‘사이비언론’ 퇴출 요구는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다. 최근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를 공개형으로 전환하면서 심사권한을 언론 관련 협회 등으로 넘기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포털뉴스 최상위 댓글 공간을 기업과 정부부처에 보장하는 것과도 같다.

대기업들은 이른바 사이비언론 프레임으로 언론을 포섭하고 포털을 압박 중이다. 광고파이는 그대론데 매체 수가 늘어나는 것은 주류언론과 기업에게 모두 부정적이다. 기업은 ‘언론 리스크’를 줄이고, 언론은 광고를 확대할 수 있다. 최근 보수언론과 기업의 문제제기는 두 집단의 ‘동맹’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은 최근 포털과 유사언론에 대한 비판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한 진보언론 기자는 “한 대기업에서 ‘유사언론에 대한 기사를 써서 업계를 정화해야 않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 메트로 7월1일자 5면 기사

이런 까닭에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유사언론으로 ‘메트로’를 지목하고 광고주협회가 나서 매체 이름을 공개한 것은 ‘손보기’ 성격이 강하다. 광고주협회는 ‘사이비언론’ 192개 명단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미디어스는 ‘상위 10위 매체’ 명단과 ‘사이비언론 행태’ 등을 요청했으나 광고주협회 관계자에게 “자료는 가지고 있지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세준 메트로 편집국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광고주협회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협박, 공갈미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 실정법을 어긴 셈”이라며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언론중재위원회나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삼성, 현대차, 신세계 등 우리가 비판기사를 쓴 기업들은 언론중재위도 찾지 않고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사는 잘못된 것이 없다. 그들 주장이 맞고, 우리나라의 역학관계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미 감방에 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세준 국장은 광고주협회가 ‘사이비언론’ 프레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대해 “언론의 광고협찬 본능을 이용해, 언론을 통해 자기들에게 비판적이고 까칠한 매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언론을 이용해 언론을 죽이는 행위”라고 맞받아쳤다. 그는 “이미 재벌은 권력을 장악했다. 정치권력 또한 그 끝에는 재벌이 있다”며 “그런데 한국은 재벌3세의 정당성이 결여돼 있다. 재벌3세들은 자신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밑에서 홍보하는 사람들도 (총수일가를) 신격화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일련의 일은 비판 매체를 추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메트로를 시범케이스로 삼은 것이다. 비판매체가 ‘성공’한다면 이 같은 매체가 더 생길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광고압박 등으로) 메트로가 망해도 누군가는 겪을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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