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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특파원’이 보도한 철도노조 파업?한줄도 보도않던 언론들, 대통령 “강경 대처” 발언에 확성기
나난 | 승인 2008.11.19 17:12

‘뉴스는 여론이 만드는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더 이상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에 언론사에 의해서 여론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또 그게 아닌가보다. 그럼 이제 뉴스를 만드는 것은 누구? 적어도 요즘은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을 만들고 뉴스를 만드는 것 같다.

   
  ▲ 이명박 대통령이 상파울루에서 화상전화로 서울을 연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1월 19일 SBS 8시 뉴스 화면 캡처.  
 
철도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한 것은 다름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18일 브라질 상파울로에 있던 이명박 대통령은 화상을 통해 국무회의를 열어 금리인하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면서 철도노조파업에 대해 “민간기업도 아니고 공기업이 해고자 복직문제로 파업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도저히 납득될 수 없다”며 강경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뉴스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자세히 보도된 적이 없었던 터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지 조차 몰랐다. 그러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메인뉴스에서 보도되면서 비로소 언론에서 철도노조의 파업 이야기가 등장했고,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뉴스에는 “이명박 대통령은…”으로 시작해 “어려운 시기”, “강경대응”만이 있을 뿐이다. 그 안에 철도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없다. 그들이 왜 파업을 예고했는지는 없다.

‘아, 그렇구나!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구나’

그러나 철도노조의 파업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기 전에 이미 블로그 뉴스에서는 ‘철도노조파업’이란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었다. 공공운수연맹에서 <철도 지하철 파업 불가 이유도 가지가지>라는 제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서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블로그 글은 각종 미디어들이 쏟아내는,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안되는 이유들을 꼽는다. 가뭄이 심하면 ‘이 가뭄에 웬 파업’이라 하고, 경기가 좋을 때에는 찬물 끼얹는다며 반대하고, 조종사 노동자들이 파업한다면 1억 연봉에 웬 파업이냐며 ‘안정된 직장’과 ‘연봉’이 파업 반대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정말로 다양한 이유들이다.

그리고 이어 철도노조의 요구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글에서는 단 한 줄로 정리했다. “일하는 사람 줄이지 말라는 얘기다. 안전하게 운행하자는 거다”라고 말이다. 철도는 단순한 운동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발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하고 빠르고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요구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두고 반대하는 네티즌들도 있었지만 글을 읽고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눈에 띈다. 한 네티즌은 “철도, 지하철 파업 지지합니다”라며 시민과 노동자가 서로 윈-윈하는 파업이 되길 빈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파업을 지지한다며 “당분간 버스 이용하면 된다”고도 했다.

철도노조가 파업하면 국민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팩트이다. 특히 이번에는 서울 1~4호선의 지하철까지 포함하는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불편함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파업 이유가 충분히 전달되면 이해할 수 있는 국민들도 있다. 이것은 가능성이고, 블로그를 통해 증명됐다. 그러나 현재 각종 언론매체들은 철도노조의 파업 뉴스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만 다루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철도노조의 파업을 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고 언론매체에서도 그 이외의 기획보도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국민’들에게 값싼 쇠고기를 맛보게 해주겠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고 ‘국민’들이 이중과세로 고통받고 있다며 종부세가 위헌이라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이다. 선택과 배제가 명확했던 ‘국민’ 개념에 이번에는 철도노동자들과 파업을 지지한 네티즌들은 배제됐고 각종 뉴스에서는 아무런 비판 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그것도 관련기사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특종이라도 전달하듯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가히 이명박 기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렇게 철도노조 파업은 이명박 기자에 의해 “경기도 어려운데… 철도노조가 무슨 파업이야”로 맞춰지고 있을 뿐이고,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기분이 나쁠 뿐이다.

 

나난  uridle19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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