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 두 포털사이트가 다시 두들겨 맞고 있다.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 문제와 사이비언론 논란 끝에 포털은 십여 년 동안 제각각 운영하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여기에 업계, 학계, 유관기관 등 다양한 주체들을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론권을 보장한다며 정부부처와 기업에게 ‘최상위 댓글’ 게재 권한을 준 것을 결정(다음카카오)했거나 검토(네이버) 중이기도 하다. 이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주류언론이 꾸준히 바라던 내용이다.

▲ 폭탄을 던져 고기를 낚아올린 사람은 누굴까. 포털일까. 사이비언론일까. (이미지=구글)

25일 국회에서 열린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주최=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실,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나온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주최 측은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한국광고주협회에게 토론자로 참석해 달라 요청했으나, 이들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네이버 정책실 한재현 실장, 다음카카오 김수 대외협력실장만이 ‘총알받이’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다수의 포털 비판자들은 뉴스제휴평가위 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청와대 개입설’을 들어 평가위원회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포털 관계자들은 청와대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평가위원회에 언론을 포함한 것은 언론계의 자율정화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신문협회 이근영 분과위원장(프레시안 경영대표)은 ‘항복 선언’이라고 봤다. 이근영 대표는 “포털이 뉴스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망해야 하는 매체들, (실시간검색어로) 어뷰징해서 먹고 사는 신문들을 살려놓고 지금 그 언론의 백파이어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포털은 뉴스서비스의 덫에 빠진 것 같다. 시작할 때는 몰랐던 문제가 생기고 결국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포털은 자신이 안에서 (어뷰징 등을) 제어하지 못하니 밖에서 해 달라며 광장에 (문제를) 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두 포털은 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온라인신문협회, 언론진흥재단, 언론학회 등 업계와 학계를 다방면으로 접촉한 이후 지난달 28일 뉴스제휴평가위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곧장 “평가대상인 언론에게 다른 언론에 대한 포털 입점, 제재, 퇴출 심사 권한을 주는 것은 포털의 책임방기이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장 회원사가 늘어날 일부 협회, “내가 포털을 움직였다”는 식으로 떠벌리는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몇몇 인사, 환영 기사를 쓰는 일부 보수언론을 제외하면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포털에 비판적이다.

▲ 2003년 네이버 TV광고 갈무리 (영상=네이버)

그동안 포털은 계약해지 등 강력한 수단을 규정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고,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닷컴 같은 언론이 어뷰징 경쟁을 하는 사실을 파악했는데도 퇴출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포털은 어뷰징 매체와 현황조차 공개한 적이 없다. 이런 포털이 어뷰징과 사이비언론 문제를 공론장에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칼자루를 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나쁜 언론’을 내쫓을 가능성은 크지 않는다는 게 비판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애먼 인터넷언론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진에 따르면, 어뷰징은 지난 2006~2007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닷컴이 순위경쟁을 하면서 시작됐다. 포털은 실시간검색어를 제공하며 언론의 어뷰징을 도왔다. 검색어는 포털 이용자가 이슈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게 돕기도 하지만 언론의 트래픽 확보용 아이템이기도 하다. 기사를 광고·협찬으로 바꾸는 이른바 사이비언론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부 인터넷언론만의 문제는 아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신문사 간부는 “조중동이나 인터넷언론이나 기사로 광고·협찬을 따내는 것은 다 똑같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한국 언론의 대부분은 사이비”라고 말했다.

포털이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시간검색어를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가두리양식장 식 제휴정책을 버리고 포털을 모든 언론에 개방하면 된다. 구글처럼 특정 언론사와 키워드가 포함된 데이터를 ‘크롤링’해 보여주고, 어뷰징을 막는 검색알고리즘을 도입하면 될 일이다. 사이비언론 문제 또한 그 동안 축적해둔 언론의 행태를 데이터로 공개하며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포털이 ‘사업자’ 입장에서 접근하면 된다. 네이버 한재현 실장 말대로 “뉴스서비스가 다양한 서비스 중 하나일 뿐”이고 어뷰징과 사이비언론으로 인해 포털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다.

▲ 2015년 다음카카오 광고영상 갈무리 (영상=다음카카오)

포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이유는 실시간검색어로 인한 트래픽을 포기할 수 없고, 언론의 공격이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주류언론과 청와대 입김에 무너졌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울뿐더러 모바일에서 다른 앱이나 웹으로 떠나는 이용자를 붙잡기 어렵다. 포털이 ‘뉴스 큐레이터’이자 ‘한국 최대의 공론장’을 자임한다면, 그리고 ‘고객의 신뢰를 쌓아 먹고 사는 사업자’라면 꼭 해야 할 일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다음과 네이버는 “저널리즘의 회복”을 이야기했다. 포털이 뉴스편집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면 ‘미디어’로서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송경재 교수(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말대로, ‘다음’(다양한 소리)이 있고 ‘네이버(온라인 유저의 내비게이터)’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는 “이번 일을 통해 포털이 기득권 언론과의 카르텔을 깨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포털은 지난 십 년 동안 권력, 자본, 언론이 ‘평정’해야 할 대상이었다. 사업자와 미디어로서 직무를 동시에 유기한 셈이다. 이제라도 다양한 언론에게 문을 개방하면서, 이용자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값이 있는 뉴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사업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 어뷰징과 사이비언론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언제까지 네이버와 다음에 남아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포털이 계속 뉴스를 할 생각이라면 미디어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토록 바라던 시간이 왔다. 사업자로서 자존감을 높이고 저널리즘 복원에 기여할 때다.

▲ 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 모습. (사진=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정호준 의원실이 토론회에서 나온 주장을 정리한 내용

정호준 의원,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藥인가 毒인가” 토론회 성황리에 마쳐
- 제휴평가위원회 구성, ‘언론단체 빠져야 VS 참여 불가피’
- 정호준의원 “뉴스 생태계 회복과 저널리즘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안 모색해야”

o 정호준의원(서울중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25일 14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긴급정책토론회를 개최하여, 포털社가 제안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논의를 들었다.

o 이번 토론회는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와 송경재 교수(경희대/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이 발제를 했으며, 이정환 편집국장(미디어오늘)의 사회로 토론회를 이어갔다. 토론자로는 손재권 기자(매일경제신문), 이근영 경영대표(프레시안/인터넷신문협회 분과위원장) 엄호동 부국장(파이낸셜 뉴스), 이준희 수석부회장(한국인터넷기자협회), 추혜선 정책위원장(언론연대), 한재현 실장(네이버 정책실), 김수 실장(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이 참여했다.

o 주제발표를 맡은 최진봉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는, “포털 뉴스 서비스는 ▲뉴스서비스 제휴 언론사 선정의 공정성 ▲사이비 언론행위 ▲기사 어뷰징(abusing)의 문제가 있고,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가 보수언론 중심의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면서, “뉴스 평가 위원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언론사가 관여·참여 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포털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번 평가위원회 구성을 계기로 온라인 뉴스 소비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o 송경재 교수(경희대/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는 “포털이 제안한 ‘뉴스 제휴평가위원회’는 시장논리나 국가규제가 아닌 이해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사이비언론이나 어뷰징기사의 문제점을 위원회로 해결되는지 의문이고, 포털도 그 원인제공의 책임 있다”면서, “포털은 문제점(실시간 검색어, 이익분배 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언론사는 사이비언론을 근절하기 위한 자율정화 방안을 제도화 하며, 이용자(네티즌)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o 토론에 나선 토론자들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토론을 이어나갔다.

o 송재권 기자(매일경제신문)는 “평가위원회 설립으로 우리 저널리즘이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면서, “평가위원회 구성에 대한 논의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우리 언론이 포털 플랫폼과의 관계설정,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구축, 저널리즘 회복 등 전반적인 논의가 함께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o 이근영 대표(프레시안/인터넷신문협회 분과위원장)는 “일종의 자율규제 모델로서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이번 시도도 무산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하며, “이번에도 뉴스 소비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룰을 지키는 건강한 언론은 설 자리가 없게 될 것이며 포털 뉴스에는 어뷰징으로 먹고 사는 부끄러운 언론만 남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o 엄호동 부국장(파이낸셜 뉴스)은 “평가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위원회는 구성부터가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평가위원회가 구성되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은 기사 어뷰징을 퇴출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기에, 대형매체에게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 평가위원회가 구성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o 이준희 수석부회장(한국인터넷기자협회)은 “광고주의 막강한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언론사주로 구성된 주류 언론단체가 주축이 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는, 왜곡된 포털뉴스 시장을 정상화 할 수 없기 때문에 네이버-다음카카오는 주류 언론사주가 주축이 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히며 “포털사는 ‘실시간검색어’게시를 중단하고, 어뷰징 기사를 지속적으로 남발하는 언론사 명단을 즉각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o 추혜선 정책위원장(언론연대)은 “네이버와 다음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청와대 개입 의혹의 진상을 밝히고 이용자를 중심에 두고 정책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o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언론단체 참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한재현 실장(네이버 정책실)은 “제휴평가가 언론의 공적인 특성에 준하여 공적인 영역으로 옮겨와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평가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고 말하며, “뉴스 제휴 평가를 언론계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고자 하며, 이를 위해 언론계가 주도해 독립적인 뉴스 제휴 평가기구가 만들어지길 원한다”고 밝혔다.

o 김수 실장(다음카카오 대외협력실)은 “자율적 정화노력을 통해 건전한 미디어 환경을 주도하고 책임져야하는 단체는 언론사 자신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언론사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 적극적인 참여와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 정호준 의원은 토론회를 마치며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뉴스제휴 평가위원회의 역할과 기능 및 대안들이 여러 우려의 목소리들이 불식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 뉴스 생태계 회복과 저널리즘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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