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돌연 ‘KBS 수신료 인상안’을 테이블에 올렸다. 2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는 <텔레비전방송 수신료 인상 승인안>을 상정했다. 같은 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야당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소위는 파행으로 끝났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메르스 사태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국회가 수신료 인상 논의에 착수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하반기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있고, 낙하산 방지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보도 공정성 강화 장치가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언론장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등 언론시민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수신료 인상이 급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영방송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는지,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을 제대로 뽑고 운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며 “공정방송 실현 없는 수신료 인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 국회가 수신료 인상 논의에 착수한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자유언론실천재단은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논의를 즉각 멈출 것을 요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민언련 이완기 공동대표는 “새누리당은 일 년 전 5월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초상집일 때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더니, 이제 온 나라가 메르스로 전전긍긍하고 대통령에 책임을 물을 때 재논의를 시작했다”며 “그들은 ‘때는 이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세월호와 메르스로 여론이 블랙홀에 빠진 틈에 날치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완기 대표는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2009년 정부와 조중동 족벌언론이 짜놓은 (언론장악이라는) 판을 완성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가 권력을 비판하면서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이태봉 사무처장은 “민언련과 함께 ‘좋은방송’을 선정하는데, KBS는 조대현 사장 취임 이후 청와대의 하수인과 나팔수 역할만 하고 있어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5공시절 땡전뉴스처럼 ‘땡박뉴스’를 하면서 수신료 인상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영진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은 공개하지 못하고, 전기료 분리징수는 못하겠다는 KBS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국회와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미방위 법안심사소위 내 야당 위원들은 수신료 인상에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민언련 이완기 대표는 “2009년 (종합편성채널 탄생의 근거가 된) 미디어법 날치기 때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야당이 지금 수신료 인상에 협조한다면 언론의 노예가 되고, 보수언론과 정권의 영구 집권을 돕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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