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EBS는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정파적으로 결정하는 독특한 한국적 체제가 작동하고 있다. 여야 구도로 이사를 추천하는 건, 정파적 정치에 귀속된 결정이다. 공영방송의 이사를 정치적으로 결정해야하는가라는 점에서 잘못됐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이 모임은 국가와 정치에 종속돼 있는 공영방송을 시민사회에 돌려주기 위한, 원래 시민사회에 귀속돼 있던 공영방송을 되돌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 공영방송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다양한 여론이 공영방송에 수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_언론정보학회 유선영 회장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가 24일 오전 “공영방송 이사 시민의 힘으로 직접 추천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발족했다. KBS,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EBS 현 이사들의 임기가 오는 7~8월 종료된다. 새로운 이사회 체제는 올해 KBS와 EBS 사장을 선출하게 된다.

▲ <공영방송 이사추천위원회>(이하 공추위)가 24일 오전 “공영방송 이사 시민의 힘으로 직접 추천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발족했다(사진=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 “공영방송 이사는 시민들의 힘으로 뽑아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6월 말(29일 예정)로 공영방송 신임 이사 후보자 모집을 공고한다는 계획이다. 공영방송 KBS 이사 11명과 방문진 이사 9명, EBS 이사 9명의 교체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KBS, 방문진, EBS 이사직은 ‘공영방송’이라는 사회적 시스템과는 상관없이 여야의 자리 나눠먹기로 점철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11명의 KBS 이사는 여당 몫 7개, 야당 몫은 4개의 비율이 유지되고 방문진 역시 여당 6개, 야당 3개, EBS는 여당 7개, 야당 2개의 비율로 운영된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위원회>란 이름으로 모인 20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관행을 거부하고, 공영방송 이사의 적임자들을 찾아 방통위에 일괄 공동 추천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공추위 공동위원장)은 “제대로 된 공영방송 이사를 뽑는 것이 곧 제대로 된 사장을 뽑는 일”이라며 “공추위는 결국 공정방송을 위한 궁극의 목표를 가지고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여야 구도 속에서 실컷 이야기하면, 위원장이 곧바로 표결합시다하는 게 현재”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제 공영방송 이사는 시민들의 힘으로 뽑아야 한다. 공영방송 언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이사직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공추위 위원장) 또한 공추위 발족과 관련해 “공영방송을 공영방송 답게 만드는 일”이라면서 “그렇지만 이사 추천만으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제작자율성 보장과 보도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이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 “갑을오토텍 유혈사태 막은 것 카메라…공추위에 참여한 까닭”

공추위에는 ‘언론’만이 아닌 노동·시민사회단체들도 함께 구성하고 있다.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은 “말은 무기라고 한다”며 “그 무기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주 사무총장은 “갑을오토텍이 투쟁을 하는데 ‘기자여러분 와주십시오’도 한 구호였다”며 “몇 달간 아무리 호소를 해도 아무도 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환균 위원장님이 각 지·본부에 취재를 요청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그 후, 월요일 아침 유혈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벌어지지 않았다. 폭력을 막은 것은 경찰이 아니라 기자들의 카메라였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공추위에 함께하게 된 까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공추위 발족식에서는 현업 언론인들도 함께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 권오훈 본부장은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로 담고 있고 <방송법>은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고 토로했다. 권 본부장은 “청와대 및 여야 정치인에 줄 대고 낙점 받아 이사가 될 수 있는 현실의 괴리를 좁히는 전환점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언론노조 MBC 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한학수 PD가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배정받은 것과 관련해 “훌륭한 역량을 평가받아서 간 것”이라고 발언한 박천일 방문진 이사를 직접 거론했다. 이어, “이 같은 분은 적어도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막아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공추위, “정당의 이해를 위해 주요한 역할을 한 자 배제”

공추위는 ‘공영방송 후보자 적격’ 기준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에 대한 이해와 비전, △공영방송의 경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 능력, △최고 의결기구 구성원으로서의 추진 능력,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력, △공적 가치에 대한 신념과 공적 책무 실천 경력 등을 제시했다. 반면, ‘배제 및 제한 기준’으로 △공추위 공동대표단과 추천위원은 이사 후보자 금지, △KBS와 방문진, EBS 각 언론사별 이사 후보자는 중복 등록 금지, △공추위 공모에 접수했다가 탈락한 경우 방통위에 개별 등록 금지, △<방송법>이 정한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자 등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최근 3년간 정당의 당직을 맡았거나 당적이 없더라도 대선 특보 등 정당의 이해를 위해 주요한 역할을 한 자 등을 배제 대상으로 추가했다.

공추위는 오는 7월 7일 오후6시까지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 추천을 받을 예정(EBS는 15일 후)이다. 그 후, 8일부터 9일까지 1박2일간 후보자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10일 방통위에 KBS이사 11명, 방문진 9명의 후보(EBS는 9명)에 대해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30일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개최한다.

공추위 참여단체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노동),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 환경운동연합, 한국진보연대(시민사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교육/학부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법률가단체), 한국언론정보학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학술/교수),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한국작가회의(문화예술),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현업언론인),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언론인권센터(언론시민사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종교) _총 20개 단체

공동대표단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노동), 여성연합 정문자 공동대표(여성), 언론정보학회 유선영 회장(학술/교수),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언론현업), 민언련 박석운 공동대표, 언론연대 전규찬 대표(언론시민사회)

추천위원 8인
: 비공개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