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KT 등 통신업체들이 전주작업 장비인 버킷이 달린 일명 ‘바가지차’를 불법개조해 사용했는지 조사에 나서자 사업자들은 현장에 사용중단 지시를 내렸다. 대안이 없는, 현장 노동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기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회사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있어, ‘사다리’와 ‘삽’을 들고 전주작업을 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 (사진=KT새노조)

경찰은 통신업체의 작업장비와 차량이 불법개조됐다며 조사에 나섰다. CBS노컷뉴스는 24일 광주지방경찰청 광영수사대가 KT와 LG U+ 관계자 등 117명과 무등록 자동차 정비업자 및 자동차 검사소 책임자 등 모두 132명을 적발했다고 사실을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경찰을 인용, “통신업체는 지난 2009년부터 10월~11월부터 올 4~6월 사이 비용 절감을 위해서 유압 크레인(수압으로 움직이는 크레인)이 장착된 화물차에 2m 이상 높이에서 하는 고소작업을 하기 위한 버킷(bucket, 크레인 끝에 설치한 작업자 탑승용 양동이)을 설치하여 불법으로 구조변경된 차량 각각 222대와 251대를 배정·운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업체들은 경찰이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현장에 ‘사용중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KT의 한 현장 직원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한 달 전부터 전주에 올라갈 때 사용하는 바가지(버킷)와 전주를 심을 때 쓰는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KT 등 통신업체들은 일반 화물차에 크레인을 달고, 크레인 끄트머리에 버킷을 달아 고공작업을 해왔다. 또 2.5톤 차량에 굴삭장비를 달아 전주 심는 작업을 해왔다. KT는 자회사 KT렌탈에서 이 차량을 빌려 사용해 왔다.

버킷을 달고 운행하는 것은 제작업체에서도 금지하는 사항이지만 현장 직원들이 작업 때마다 탈부착할 수 있는 무게의 장비가 아닐뿐더러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탓에 버킷을 부착한 채 크레인차량을 운행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안전한 작업환경과 설비를 마련해야 할 통신업체들이 대안 없이 ‘사용금지’만 지시하면서 현장 ‘위험도’만 높아지고 있는 꼴이다.

KT 현장 직원은 “갑자기 쓰지 말라고 하는데, 더 위험한 사다리를 타고 작업을 하게 됐고, 사다리에서 떨어져 낙상한 사고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바가지차만 2백대, 땅 파는 차까지 하면 300~400대의 장비가 야적장이나 주차장에서 놀고 있다”고 전했다.

KT새노조는 성명을 내고 “전주 등주와 관련된 작업은 안전에 유의하더라도 항상 위험한 작업이다. 그래서 KT에서는 위험성이 큰 현장의 경우 오가크레인 차량에 장착된 버킷을 이용해서 작업을 해왔다”며 “(사용금지 지시 이후) 급기야 지난 6월18일 전북 부안에서 사다리를 타고 전주 작업 중 추락하여 뇌를 다치는 큰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오가크레인 버킷을 이용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또한 2015년 현재 삽으로 파서 전주심기 작업을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KT새노조는 “차제에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회사의 주요 결정사항은 일선 현장의 관련 직원에게까지 공유되어야 할 것이며, 이번 사건의 발생원인과 처리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현장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방안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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