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영한 ‘냉장고를 부탁해’ 32회 역시 맹기용 논란이 일고 있다. 맹기용이 보여준 레시피가 요리 블로거의 레시피랑 흡사하다는 내용의 논란이다. 지금까지 맹기용의 출연이 ‘냉장고를 부탁해’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맹기용이 출연한 이후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어 프로그램에 대한 이미지를 깎아먹으면서까지 맹기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 한회도 부정적인 이슈를 안 만든 적이 없는 맹기용을 계속 출연시키는 이유가 궁금하기만 하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새로운 스타 셰프들을 배출해내는 등용문정도의 프로그램이 되었는데 지금까지 출연한 셰프들은 모두 남자였다. 기존에 나오던 여자 패널들마저 빼 게스트 외에는 모두 남자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맹기용은 계속 출연시키고 있다. 제작진은 왜 맹기용을 고집할까에 대한 답을 여자 셰프가 없다는 점에서 찾아보았다.

셰프테이너 = 남자

생각해보니 요리 프로그램 중에 여성 셰프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드물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나 여성 셰프를 볼 수 있지 쿡방에 출연하고 있는 여자 셰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셰프와 엔터테이너를 합쳐 만든 셰프테이너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셰프들의 인기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그 중에 여자 셰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시청률을 보면 답이 나올 것 같다. 맹기용 출연 전 2~4%의 시청률이 출연 후 4% 후반~5%로 상승했다. 맹기용의 장점은 훈남이고, 여성들에게 어필할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즉 여성 시청층이 두껍기 때문에 그냥 셰프들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셰프를 찾아야 한다.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조건은 우선 미혼이어야 할 것이고, 잘 생기고, 키 크고, 학벌 좋고, 배경 좋고, 재력도 있고, 능력도 있는 엄친아 같은 여러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현재 나온 셰프테이너 중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셰프는 맹기용 외에 찾기 힘들다. 나올 때마다 부정적인 이슈를 만들어 낸다는 것 외에는 모든 면에서 시청률을 올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맹기용이기에 ‘냉장고를 부탁해’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맹기용을 계속 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이야 남녀 구분 없이 주방에 드나들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집에서 냉장고의 주인은 엄마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자취를 하는 사람 외에는 대부분 부인이나 엄마가 사용하는 냉장고이지 아버지나 남편이 냉장고의 주인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냉장고의 재료들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는 사람은 여성들이 대부분이고 그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남성 셰프들이 나와야 했던 것이다. 예쁜 여성 패널보다는 우중충 하더라도 남성 셰프들로 채워 넣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논란이냐 도전이냐

이제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선택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노이즈와 시청률의 관계가 점차 피크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가 많아질수록 시청률이 높아지는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다. 몇 회 더 해 보고 변곡점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그 때는 늦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논란에 대해 SNS를 통해 재생산해내고 있고 구전이 되어 퍼지고 있다. 그리고 그 구전은 ‘냉장고를 부탁해’에 부정적인 피드백들이다. 시청률을 뽑아먹을 수 있을 때까지 맹기용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여성 셰프를 등용시키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긍정적인 이슈로 이목을 집중시킬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당연히 후자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맹기용을 계속 출연시키는 것은 맹기용에게나 프로그램에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윈-윈이 되는 방법은 맹기용을 하차시키고 맹기용이 요리를 좀 더 연습, 내공을 쌓아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나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여성 셰프를 등용시킨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여성 셰프를 등용한다면 마치 세뇌라도 당한 듯 셰프테이너는 당연히 남자라는 인식의 벽을 허물어줄 수 있는 최초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쿡방을 여성들만 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반대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남자들만 있기 때문에 남성 시청자들이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맹기용의 조건과 비슷하게 미혼에 예쁘고, 몸매 좋고, 애교 많고, 걸그룹 못지않은 끼에 요리까지 잘하는 여성 셰프를 찾아낸다면 새로운 남성 시청자를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여성 셰프에 대한 포문을 열어준다면 다른 쿡방에서도 여성 셰프들을 발굴해내기 시작할 것이고 쿡방에 금기시 되었던 여성 셰프들에 대한 인식 또한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마스터셰프 코리아’나 ‘한식대첩’을 보면 입담이나 요리 실력, 끼 등 정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여성 셰프들이 많다. 이런 여성 셰프들을 발굴해서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스타 셰프로 만든다면 그것이 시청률이나 프로그램 브랜딩에나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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