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대표이사 장영보)이 지난해 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임금 동결’을 요구하며, 주주에게는 800억원이 넘는 돈을 배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씨앤앰 최대투자자는 사모펀드운용사인데, 내년 6월 말로 예정된 투자금 회수 시점을 앞두고 또 다시 ‘먹튀’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씨앤앰의 2014년도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보면, 씨앤앰은 매출 6093억7157만원과 영업이익 967억1095만원을 기록했으나 당기순이익은 390억5671만원이다. 씨앤앰은 주주들에게 연차배당으로 596억7224만원을 지급했다. 중간배당 216억3159만원까지 하면 배당금은 812억원 수준이다. 배당금 대부분은 씨앤앰 지분 93.81%를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유선방송투자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지난 2007년 씨앤앰 인수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 씨앤앰 (사진=미디어스)

씨앤앰 측은 현재까지 9차례 이어진 노사교섭에서 ‘임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재전송료 인상 요구’와 ‘유료방송 합산규제로 인한 허수가입자 정리’ 등이 동결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16일 미디어스와 만나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이런 상황은 하도급업체들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껏 6차례 교섭에서 노동조합은 기본급 10만원 인상안 제시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매출 연동 임금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 삭감 안을 제시한 셈이다.

씨앤앰의 이런 행보는 매각을 앞두고 고정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씨앤앰 투자자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등 주주사들은 서울 강남과 수도권 일부를 매각하는 ‘분할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럴 경우 일부SO 매각 대금으로 주주사들의 빚을 갚은 뒤 리파이낸싱을 통해 또 다시 빚에 묶이는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씨앤앰의 관계자는 “주주 빚만 일부 갚고 추가 매각을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씨앤앰은 매각 관련 정보를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경영과 매각에 대해서는 (주주사들만 알고 있지) 경영진도 잘 알지도 못 한다”며 “해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씨앤앰 경영진 중 핵심인 장영보 사장과 한상진 전무 또한 매각 관련 정보를 함구하거나 “잘 알지 못한다”고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씨앤앰이 직접고용 정규직에게 임금 동결을 밀어붙이고, 협력사협의회가 씨앤앰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매출 연동 임금제’ 도입하자고 요구하는 것은 사모펀드의 ‘먹튀’ 사전작업이라는 게 노동조합 주장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각 전 최대한 배당금을 끌어올려 ‘빚’을 갚고, 임금 등 ‘비용’을 늘리지 않고 매각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와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는 16일 오전 10시 반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에 노사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지부장 김진규),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는 16일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은 분할 매각과 함께 내년 7월에 도래하는 리파이낸싱 만기까지를 고려한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게 고통을 전담시키기 위해 임금을 동결하고 비용이 드는 단체협약안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규 지부장은 16일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400억에 가까운 순익의 2배가 넘는 돈을 배당하면서도 임금을 동결하자고 한 것은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이남신 집행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방송공공성 문제와 사회사업을 하는 노동조합에게 감사패를 줘야 하지만 씨앤앰은 오히려 주주를 배불리기 위해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인우 미디어원지회장은 “회사는 ‘단체협약에 방송공공성을 명시하자’는 노조 제안을 거부했다”며 “씨앤앰이 주주와 개인 소유가 돼 공공성을 외면한다면 결국 시청자가 외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수 지부장은 “지난해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싸워서 고용과 (단체협약 내 방송공공성 명시, 임금인상 등)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신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정규직화와 불법 다단계하도급을 깨는 요구를 해 사모펀드를 무릎 꿇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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