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진환자 92번, 133번, 135번, 137번, 143번, 145번의 공통점은 병원에서 일했으나 병원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92번 환자는 서울아산병원 청원경찰이었고 근무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설구급차 운전노동자인 133번, 동승요원인 145번 환자는 환자 이송 중 감염됐다. 삼성서울병원 안전요원인 135번 환자도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됐다. 137번 환자는 삼성병원에서 환자침대를 이송하는 일을 했는데 아흐레 동안 증상이 지속됐지만 관리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143번 환자는 대전 대청병원에서 2주간 파견근무 동안 감염됐지만 격리되지 않았다.

▲ 폐쇄 된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과 환경미화원 등이 청소 및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실수”라고 해명했다. “의사 또한 감염됐고 격리조치가 늦었다”며 “비정규직이라서 격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는 게 삼성병원 해명이다. 그러나 삼성병원이 응급실 밖과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관리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건의료노동조합(위원장 유지현)은 수납, 안내, 청소, 보안, 간병을 담당하는 노동자 같은 보조인력과 간접고용노동자 등 다수의 ‘보이지 않는 인력’은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에서 제외된 채 안전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성명에서 삼성서울병원의 환자이송 노동자와 대청병원의 전산업무 노동자가 병원의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거론하며 “비정규직들은 제대로 된 교육, 훈련에서 배제되고 있고, 보호 장비도 지급받지 못하고, 감염을 당해도 보고할 곳이 마땅치 않고, 후속조치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감염현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병원의 외주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보건의료단체연합 주장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문제는 이렇게 감염관리와 보호에서는 배제돼 있는 비정규직들이 전체 병원인력에 최소 20%가 훨씬 넘는다는 점”이라며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비정규직 고용은 아예 자체 인력으로 집계가 되지 않아,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현황파악도 보고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정부는 이러한 인력에 대해 아무런 관리도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 국내 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는 대표성이 있는 통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금 같은 외주화, 비정규직 확대 정책이 이어지는 한 병원 내 감염을 제대로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노동당 정책위원회는 15일 논평을 내고 “대형병원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비핵심 업무’라는 이유로 응급실 환자이송 등을 외주화했다”며 “메르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다. 이윤을 앞세운 의료 영리화 정책이 낳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대형병원은 당장 병원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실시해야 한다”며 “더불어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의료 상업화·영리화 정책의 전면 수정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환자 이송부터 입원환자들의 식사 그리고 병원 환기 시설등의 위생관리 그리고 청소 업무까지 모두 병원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한 필수업무에 해당된다”며 “정부와 병원협회는 메르스 감염 관리의 문제점 중 하나로 드러난 병원 내 업무 외주 하청과 환자이송을 비롯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병원 비정규직 확대에 대한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병원 현장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환자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