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8일 쌍용자동차가 2646명을 ‘정리’한지 6년이 지났다. 당시 노동조합은 77일 동안 공장을 점거했고, 6년을 내리 해고자 복직을 위해 싸웠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쌍용차의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려 법적 판단은 끝났고, 올해 쌍용차 노사는 교섭을 재개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 동안 해고자, 무급휴직자, 희망퇴직자와 그 가족 28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평택공장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김득중)의 이창근 기획실장은 “정리해고 이후, 삶이 튀틀렸다”고 말했다. 튀틀린 삶을 풀어낼 방법은 ‘해고자 복직’이지만 아직 쌍용차는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6년이 흘렀지만 해고로 인해 생긴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았다.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2009년 정리해고자 142명, 복직자 176명 등 31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해고자의 90.0%가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해고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는 응답자도 74.8%나 됐다.

해고자들은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고, 이들의 사회관계는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해고자의 96.8%가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해고당했다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당혹스럽다’는 응답자도 75.6%나 됐다.

‘해고당한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는 해고자는 70.1%로 나타났고, 자신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56.6%나 됐다. ‘내가 해고당한 것이 남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전체 74.0%, ‘해고로 인해 내가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거나 행동하게 될까봐 전처럼 사람들과 잘 사귀지 않는다’는 응답도 64.1%나 됐다.

특히 ‘해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나는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져 지내고 있다’(52.9%)거나 ‘내 가족이나 친구가 나 때문에 난처해하지 않도록 사람들과 같이 있는 자리를 피한다’(59.5%)는 노동자가 다수로 나타났다.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부적절하게 느껴진다’는 응답자는 73.6%나 됐고,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거부할까봐 가까이 하는 것을 피한다’는 응답자도 62.7%로 조사됐다.

정리해고 이후 해고자들은 재취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득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연소득이 2000만원 미만인 노동자의 비율은 70% 수준으로 조사됐다. 2008년 5.4%에 불과한 이 비율은 2009년 정리해고를 겪으며 94.6%로 높아진 뒤 조금씩 줄고 있으나 2014년에도 69%의 노동자가 2000만원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만원 미만 비율이 2012년 72.6%에서 2013년 69.4%, 2014년 69%로 정체 중인 배경에는 재취업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 이후 구직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노동자가 87%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34%나 됐다. 무직 비율 또한 2010년 36.5%에서 2015년 26.9%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 (사진=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

한편 연구팀이 해고자, 복직자, 공장노동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결과 해고자들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집단에 속한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평가한 결과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나쁘다고 평가한 비율은 해고자 집단이 가장 높다. 해고자 39.5%, 복직자 24.2%, 공장노동자 2.5% 순이다.

해고자 75.2%가 우울 및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복직자는 30.1%, 공장노동자는 1.6%에 그쳤다. 전신피로 조사에서도 해고자 88.7%, 복직자 67.1%, 공장노동자 23.1%로 나타났다. 해고자의 72.2%가 불면증 및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복직자는 49.0%, 공장노동자는 2.0%로조사됐다. 청력, 피부, 두통/눈의 피로, 복통, 호흡곤란, 심혈관질환 조사에서도 해고자가 압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해고자의 22.1%는 지난 1년 동안 우울증이나 불면증,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항우울제나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복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복직자에 대한 조사결과(10.8%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쌍용차지부는 “설문조사 결과는 해고자들이 빨리 복직되지 않으면 어떤 불행과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긴급재난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노사교섭 타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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