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비평 프로그램 KBS 1TV '미디어포커스'가 진행자를 교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KBS '미디어포커스'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20일 방송부터 박상범 기자에 이어 김현석 기자(KBS 기자협회장)가 새롭게 진행을 맡았다.

'미디어포커스'의 진행자 교체는 박상범 기자의 '외부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기자는 지난 9월까지 KBS 기자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적극 대응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또한 박 기자는 올해 12월 치러지는 한국기자협회 회장 선거에도 출마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KBS 내부에서는 특정 입장과 주장을 대변해 외부 활동을 하는 사람이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실제로 지난 5월 박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소속 서울지역 37개 지회장을 대표해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미디어포커스 진행자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 속에 고위 간부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박 기자의 특위 활동 모습은 계속 언론에 보도됐고,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의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특히 '브리핑룸 이전' 문제로 정부와 기자단의 갈등이 첨예했던 시기에 '미디어포커스'(10월13일)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자 '진행자가 중립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 '미디어포커스' 전 진행자 박상범 기자(위)와 새 진행자 김현석 기자
이와 관련 보도본부 한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난 13일 방송에서 미디어포커스가 가장 큰 현안이었던 기자실 문제를 다루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 정부 방안에 '반대' 입장을 가진 진행자 때문은 아니냐"며 '미디어포커스'의 '자기 검열'을 우려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박 기자 본인이 진행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제작진에 표명했고, 이에 따라 KBS는 지난주 내부에서 새 진행자를 공모해 3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일주일 만에 진행자가 전격 교체된 것이다.

'미디어포커스' 제작진은 이와 관련 "박상범 기자가 기협 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미디어포커스'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봐도 부적절했다. 본인도 이를 받아들여 스스로 물러났다"고 전했다.

'미디어포커스' 한 관계자는 "기자실 문제가 언론계의 큰 이슈였고 그래서 '미디어포커스'에서도 10월 13일 기자실 문제를 다루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진행자가 기자실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으니 도저히 아이템으로 다룰 수가 없었다"며 그간 답답했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지난 9월 말부터 '미디어포커스'의 새 데스크를 맡은 용태영 기자는 "미디어포커스가 보수 언론만 비판한다는 인식이 아직도 존재한다"며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을 따지기 보다 무엇이 올바른 저널리즘인가를 고민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보도비평을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3년 6월 23일 첫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4주년을 맞은 '미디어포커스'는 현재 국내 유일의 매체비평 방송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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