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 국민 앱 카톡이 포털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카톡이 포털로 확대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다음카카오(공동대표 최세훈 이석우)로 하나가 될 때부터 예견됐고, 카톡의 다음 ‘대체’(replacement)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국내 점유율이 90%에 가까워 ‘국민 메신저’로 까지 불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카톡의 주기능은 앞으로도 커뮤니케이션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분명한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거다. 다음카카오는 메신저 기능으로 불러 모은 가입자 3천만명에게 선물 쇼핑 웹툰 게임 결제 같은 부가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14일 분기 실적 발표에서 여기에 검색과 동영상서비스 기능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흡수해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한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검색과 TV가 ‘in talk’ 할 게 유력하다.

다음과 네이버 같은 포털의 대표적 기능은 검색, 게임, 쇼핑, 전자우편, 미디어콘텐츠다. 전자우편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애플리케이션이 대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검색과 게임, 쇼핑과 미디어콘텐츠 정도를 포털에 ‘남은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이 게임과 쇼핑에 이어 검색과 동영상서비스를 카톡 안으로 흡수하는 것은 사실상 카카오톡을 ‘포털’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다음카카오의 검색점유율은 경쟁사 네이버의 4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카카오톡을 통해 검색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망이 그럴 듯하게 들릴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포털의 몰락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카톡의 다음 대체’ 전략은 사업적으로는 ‘도박’에 가깝다. 페이스북은 언론 기능을 흡수하는 중이지만 ‘메신저’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한다. 메신저를 따로 둔 이유는 메신저는 내용이 사적이고 그 기능만으로 충분히 무겁기 때문이다.

메신저 카톡이 포털 다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우선, ‘모바일’은 PC보다 화면이 작아 플랫폼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용이하다. 페이스북이 뉴욕타임스 등 언론사 콘텐츠를 페이스북 앱 안에서 서비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사를 읽은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페이스북의 ‘언론’ 기능 흡수의 핵심이다. 페이스북 등 모바일플랫폼이 포털을 대체하는 모양새다.

다음카카오 역시 매출의 55%가 모바일에서 발생한 만큼 모바일플랫폼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잘 나가는 앱’에 게임과 쇼핑, 검색과 동영상을 몰아넣는 것은 당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카카오톡이 포털을 대체하고, “카톡 봤어?”라는 말이 더 이상 ‘메신저 확인’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메신저 정체성은 흐려질 게 빤하다. 또한 ‘앱’이 ‘웹’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지, 이용자가 견딜 수 있는 카톡의 무게가 얼마일지 장담할 수 없다.

‘카톡에 몰아넣기’ 전략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앱은 이용자와 가장 가깝지만, 웹은 앱보다 넓고 여러 가지 실험이 가능하다. 다음카카오가 카톡에 모든 서비스를 집중시키는 것은 오히려 다음카카오에서 돈이 되는 플랫폼은 카카오톡뿐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카톡의 덩치가 커지만 리스크도 커진다. 덩치 큰 카카오톡이 돈을 부르는 램프가 될까. 아니, 카톡보다 가벼운 메신저가 카톡을 대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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