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시위 사진을 ‘세월호 시위대의 경찰 폭행’ 증거라며 방송에 내보낸 <채널A> 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이 안팎에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다. 오보가 확인되면서 채널A는 방송을 통해 세월호 가족들과 시청자에게 사과했으나, 4‧16연대 측은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고 채널A 보도본부 기자들은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성명을 내고 오는 11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한 상황이다.

지난 6일 <김부장의 뉴스통>은 노동절(5월1일) 세월호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한 장면을 단독입수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내보냈다. 그런데 여기에는 12년 전인 2003년 한-칠레 FTA 체결 반대 집회와 2008년 광우병 집회 당시 시위대를 촬영한 사진이 있었다. 세월호 집회의 ‘폭력성’을 부각하려는 악의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사진들은 과거 집회 사진으로 확인됐고, 7일 <김부장의 뉴스통> 진행자인 김광현 동아일보 소비자경제부장은 프로그램 말미에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제작진의 뼈저린 잘못이었다”고 해명하면서 “관련자와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 6일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에서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사진으로 소개된 2008년 6월 28일 광우병 촛불집회 때 모습. <조선일보>는 2010년 5월 11일자에 해당 사진을 실은 바 있다.

채널A의 사과에도 4‧16연대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는 사건으로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게 4‧16연대 입장이다. 이 단체는 “채널A의 행태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을 폭력시위대로 매도하고 비방하기 위해 다른 언론사의 전혀 관계없는 사건의 사진을 ‘단독입수’ 운운하며 사실상 ‘조작방송’을 한 것”이라며 “언론으로서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채널A는 언론사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과방송 이튿날인 8일에는 채널A 보도본부 소속 기자 60명이 성명을 내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 있는 사과 △해당 프로그램 폐지와 문제된 출연자 영구 퇴출 △모든 보도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와 총괄 책임자 분리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및 시행 등을 요구하며 회사에 11일(월)까지 답변을 달라고 밝혔다.

기자들은 “이번 사태는 채널A 보도본부 시스템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시청률이 뉴스의 질을 대변하게 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상식 이하의 보도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방송을 하는 기자·피디·작가 누구 하나 팩트를 검토할 최소한의 시간조차 없는 것”이라는 게 기자들 의견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김부장의 뉴스통>을 제소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10일 성명을 내고 “십 년도 더 된 오래된 사진을 찾아내어 ‘단독입수’라는 자막을 띄우고 세월호 시위를 폭력집단 시위로 매도한 것을 어느 누가 실무진의 간단한 실수로 볼 수 있겠는가”라며 “‘의도된 조작’으로 매도했음이 분명함에도 가벼운 헤프닝성 오보인 듯 사과로 스리슬쩍 넘어가려는 채널A의 대응행태 또한 기가 막히다”고 꼬집었다.

최민희 의원은 이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CNN은 지난 1998년 6월 월남전 당시 미군이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일방적 주장을 내보냈지만 결국 오보로 판명나자 정정‧사과는 물론, 책임 프로듀서와 관련 평론가도 해고하고 진행자 역시 사실상 해고한 바 있다”며 “더불어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 책임성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구를 별도로 설치하겠다는 발표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오보에 책임을 졌다. 해외언론의 경우 비슷한 일이 터졌을 때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한 예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부장의 뉴스통>은 진행자인 김광현 부장과 작가들이 아이템을 결정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미디어스>는 김광현 부장에게 프로그램 폐지 여부와 오보 경위 등을 물었으나 김 부장은 “(프로그램 폐지 여부는)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 잘 모른다”며 “회사에 연락해 보라”고 말했다.

김광현 부장은 오보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으며 “기자 생활 20년 했는데 (계속 ‘회사에 연락해 보라’고 말했으면) 이 정도면 (미디어스가) 회사에 연락해 보겠다”고 말했다. <미디어스>가 접촉한 채널A 경영전략실 정책홍보 담당자들은 연락이 되지 않거나 관련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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