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미디어렙 영업일지는 종편이 돈을 받고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세간의 소문을 사실로 보여줬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폭로한 MBN보도국장 명의 공문을 보면, MBN은 한국수출입은행에 공문을 보내 1분30초짜리 리포트를 대가로 11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TV조선은 영향력 있는 CEO공모 결과를 특집기사로 소개하는 대가로 2000만원을 요구했다. 채널A 또한 모회사 동아일보를 통해 1억6500만원의 협찬계약을 맺었다.(▷관련기사 : “1분30초 뉴스에 천만원” MBN 보도국 영업 드러나)

종편의 불법적이고 약탈적인 방송광고 판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MBN미디어렙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방통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돈 받고 뉴스 파는 종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종편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종편을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1사1렙 묵인하는 것은 업무태만”

언론노조 조성래 사무처장은 “언론노조가 지난 3월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는 것은 방통위가 업무를 해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며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TV조선과 채널A 또한 MBN과 같이 불법적인 광고영업을 하고 있었다. 차후 법적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사무처장의 우려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방통위는 언론노조의 신고 직후 민원인을 MBN 측에 알려주며 관리감독의 책임과 권한을 스스로 방기하는 행태를 보였다.(▷관련기사 : 언론노조 ‘종편 불법광고 영업 일지’ 입수 “허가 취소 할 중대사안”)

▲ 언론노조, 민언련, 언론연대, 언소주, 동아투위, 80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자유언론실천재단은 8일 방통위 위치한 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돈받고 뉴스 파는 종편', 방통위는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미디어스

조성래 사무처장은 종편의 불법적인 방송광고 영업을 할 수 있는 배경으로 “1사1렙”을 꼽았다. 그는 “종편의 광고영업 행태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혼란의 중심에 방통위가 종편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하는지조차 의심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조 사무처장은 “‘종편을 키워야 한다’며 1사1렙을 묵인하는 것 자체가 업무 태만”이라고 주장했다.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제5조(방송광고의 판매대행)는 종편으로 하여금 방송광고를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를 통해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종편사업자들은 각각 ‘조선미디어렙’, ‘J미디어렙’, ‘미디어렙A’, ‘MBN미디어렙’을 허가받아 방송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개별 미디어렙이 운영되면서, 미디어렙 취지가 무색하게 각 방송사별 ‘광고국’처럼 유지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는 1사1렙 체제, 자사렙의 폐해를 지적하며 “종편들이 돈 주고 뉴스를 만드는 결정적 증거들이 나왔다”며 “제도를 개선해야하는데 가장 핵심은 1사1렙으로 종편들이 자사렙을 운영하면서 공적인 보도와 광고가 분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또한 “<방송법> 상 방치되고 있는 협찬제도를 공적인 규율 시스템으로 넣어야 한다”며 현재의 광고영업 행태는 “뇌물이지 협찬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공동대표는 방통위를 향해 “전수조사를 통해 실태를 확인하고 법대로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광고주님, 입금하신대로 만들어드립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종편의 뉴스와 교양프로그램이 광고주들이 주문하는 대로 나오고 있다는 점을 꼬집어 만든 ‘입금하신대로 만들어드립니다’ 피켓이 등장했다. 최근 ‘가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백수오 효능은 MBN이 돈을 받고 재방송했던 문제적 상품이었다.

▲ 기자회견에 등장한 '입금하신대로 만들어드립니다' 피켓ⓒ미디어스

“귀하의 공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도나요? 걱정하지마세요. 공기업을 쉴드쳐 드리는 뉴스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전문가의 입바른 소리 따위는 걱정 붙들어두세요. 틀림없이 띄어드립니다”_공기업 쉴드치는데 4400만원

“MBN <천기누설>, <다큐M> 등에서 백수오, 아로니아, 와송, 마늘과 생강, 렌틸콩 온갖 건강보조식품의 원재료를 기적의 식품으로 둔갑시켜드립니다. 출연자 및 전문가까지 골라서 세팅도 가능합니다. 기껏 돈 내고 만든 방송 한번만 틀기 아쉽다고요? 돈만 내면 재방송해드려요. 꿀팀으로 방송직후 홈쇼핑 채널에서 제품을 팔아보세요. 대박 보장. 참고로 요즘 말 많은 백수오 회사는 두 달 간 MBN에만 1억6000만원 내서 재방송했습니다. 효과 아시겠죠?”_만병통치약 둔갑술/광고성 다큐 재방송도 가능 최저가 2000만원

“축하합니다! 귀하께서는 ‘영향력 있는 33인의 CEO’로 선정되셨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말씀 드리며 특집기사에 수상내역을 소개하는데 실비 2000만원이 필요합니다. 돈 안내시면 직책은 물론 이름마저 뉴스에 안 나갈 수 있으니 유의하세요. 마감임박!”_영향력있는 CEO되기 2000만원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종편의 보도는 정말 ‘입금하신대로 만들어 드린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TV조선은 국민들이 알아야할 구제역 방지책을 소개하면서 1000만원을 받았다. 만일, 돈을 주지 않았다면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대로 비판하고 법적인 문제를 밝히려면 일단 전수조사가 필수적이다. 이 같은 종편이 우리 사회에 계속 있어야 하는지 엄중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MBN미디어렙 영업일지와 최민희 의원실에서 공개한 종편-광고주 간 계약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됐으며 관련 내용은 대검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방통위에 접수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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