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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VOD 가격 50% 인상‥‘무한도전’ 이제 1500원11일부터 각사 인기 5개 프로… 심해지는 유료 플랫폼 ‘기생’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5.07 17:31

SBS의 인기프로그램을 VOD(Video On Demand)로 다시 보려면, 이제 1500원(단건 결제 기준)을 내야 한다. 지상파 3사는 유료방송사업자를 압박해 오는 11일부터 각사 당 5개 프로그램에 대한 VOD 가격을 기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50%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연내 각사 당 11개 프로그램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지상파 월정액 상품 가격 또한 오를 것으로 보인다.

11일부터, 지상파가 가격을 올리는 프로그램은 KBS는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 금토드라마 <프로듀사),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 일요일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5개 프로그램. MBC는 월화 <화정>, 수목 <앵그리맘>, 주말 <여왕의 꽃>, 토 예능 <무한도전>, 일 예능 <진짜사나이>. SBS는 월화 <풍문으로 들었소>, 수목 <냄새를 보는 소녀>, 금 예능 <정글의 법칙>, 토 예능 <아빠를 부탁해>, 일 예능 <런닝맨>이다. 프로그램은 지상파 요구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지상파는 당연히 VOD 이용이 많은 프로그램을 골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지난 3일 공개한 ‘프로그램별 VOD 시청 현황’(2014년 10월10일~11월9일) 자료를 보면, 상위 20위 프로그램 중 18개가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이었다. 지상파의 VOD 점유율은 75.8%로 종합편성채널(15.4%)와 CJ E&M(8.6%)를 압도했다. 지상파 콘텐츠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강력하고, 이것이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시간방송 시청자는 줄고 VOD 이용자가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결과를 보면, TV 시청자 중 VOD 이용자는 2011년 5.23%에서 2014년 19.79%로 늘었고 실시간방송 시청자는 94.77%에서 79.74%로 줄었다. 시청자 다섯 중 한 명은 VOD를 보고 있는 셈이다. KT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IPTV 가입가구의 40%가 VOD를 이용했다. VOD 시장에서 지상파의 지위, 시청행태 변화 등을 고려하면 지상파의 VOD 가격 인상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 양자에게 ‘이득’이다.

VOD 이용자를 늘려야 하는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의 가격인상 요구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이득’이다. 상대적으로 VOD 이용자가 적은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관계자는 “VOD 이용을 확대해야 하는 시기에 지상파 VOD 가격이 오르면 ‘지불장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지만, IPTV 관계자는 “지상파가 단기적인 이익 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것은 맞지만 시청행태가 변하고 있는 만큼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는 VOD 수익을 65대 35 정도의 비율로 나눠갖는다.

그러나 지상파에는 독약일 수 있다. 지상파는 방송광고시장에서 줄어드는 몫을 VOD 수익으로 메꾸려는 의도인데, 결국 유료방송플랫폼에 ‘기생’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전체 방송시장에서 지상파 점유율이 줄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유료방송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의 VOD 가격인상이 시청자의 호주머니를 헐겁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지상파가 시청수요가 있는 프로그램의 가격을 모두 인상하고, 월정액 상품 가격도 올릴 것”이라고 본다.

지상파가 단기적 이익에 목을 매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지상파의 발전 전망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정책팀장은 “지금 지상파는 방송광고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콘텐츠 가격을 인상하는 등 ‘하나만 얻어 걸려라’는 식의 모습”이라며 “자체 유료플랫폼으로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장기적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상파가 미디어생태계에 대한 근본적 고민과 장기적 전망 없이 ‘사업자 간 협의’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은 지상파에게 좋지 않다. 지상파는 여전히 방송산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배력은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가 방송통신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것은 ‘방송=비즈니스’라는 편협한 인식을 드러낸다. 수신료 인상, 중간광고 도입 같은 숙원사업에도 제 발등을 찍는 꼴이다. 지상파는 공공성을 강화할 기획을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해야 하지만, 지상파는 단기이익에 영혼이 잠식당했고, 정부는 '돈독'이 오른 사업자들에게 포획된지 오래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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