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저녁 화물연대 노조원 20여명이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에 난입해 둔기로 사무실 집기를 부수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21일 저녁 방송사 메인뉴스는 휴게소 CCTV 화면을 자료화면으로 이용, 뉴스 전반부에서 이 사건을 주요기사로 다뤘다. ‘생생한’ 화면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왜’에 대한 설명이 부실한 뉴스는 화물연대의 ‘폭력성’만을 남겼다.

SBS ‘술이 취해서’?…KBS는 폭행 피해자 주장만 보도

▲ 10월21일 SBS <8뉴스>(위)와 KBS <뉴스9>.

21일 SBS <8뉴스>는 '휴게소난동'에서 CCTV 화면을 보여주며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사람을 폭행했으며 △그 결과 관리소장 등 5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이 휴게소 관리주임의 인터뷰(“무서워서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어요. 곡괭이 같은 것, 사람이 삽 갖고 내리치는데 도저히 무서워서……”)도 덧붙였다.

기자는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 30여 명으로 서울에서 집회를 마치고 내려오다 휴게소에 들러 술을 마시고 이 같은 일을 벌였다”고 설명했다. 리포트 중반을 넘어섰지만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왜 이 같은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단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벌인 일일까. 기자는 이 리포트 중반부를 지나서야 “망향휴게소는 최근 노사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다”라고 한 줄 언급했다. “사진찍는다고 이러다 보니까 격해져서 우발적으로 된 것이라고 보거든요”이라는 망향휴게소 노조원의 인터뷰도 짧게 인용됐다.

이것이 전부였다. 경찰까지 폭행을 당할 정도라는 코멘트가 덧붙여지면서 뉴스가 끝나면서 시청자의 뇌리에는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폭력적인 이미지만 남았다.

그러나 MBC <뉴스데스크>를 보면 망향휴게소에는 조금 더 복잡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

MBC "경비원들의 사진촬영이 노조원 자극, 폭력 발단"

▲ 10월21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휴게소난입>에서 “망향휴게소는 최근 6명의 노동조합원이 해고되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곳. 휴게소 노조원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러 온 같은 민주노총 소속의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회사 측의 경비원들이 사진촬영을 하는 등 자극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주장한다”고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여기 구사대 업체 사장들이 있어요. 그 사장들이 시비걸고 욕하고 그런데다가, (경비원)10여 명이 와가지고 무리하게 사진 채증하고 이러니까 거기서 격해져서……”라는 망향휴게소 노조원의 인터뷰도 붙었다.

1분 30초 분량의 짧은 방송 리포트지만 그나마 ‘조금’ 이해가 된다.

KBS <뉴스9>도 SBS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폭력사태가 빚어진 원인에 대한 설명 없이 “들어와서 저희를 차고, 막 대뜸 보자마자 사람을 폭행하고 끌고 나가려고 했다”는 폭행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보내는가 하면, “문제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다수의 횡포 앞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엄중대처만을 강조한 것이다.

매일노동뉴스에 따르면, 망향휴게소는 최근 2~3년 새 비정규직 전환 문제 등으로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이다. 특히 구사대의 조합원 사진채증 문제는 여러 번의 충돌 과정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한 화물연대 노조원들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흐릿한 CCTV 화면으로 순간 시청률을 올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들이 ‘왜’ 그 같은 범법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망향휴게소 노조원들의 장기투쟁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무리한’ 요구는 하지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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