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최고위원)은 13일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이번 파문을 “건국 이래 최악의 최대 권력형 부정비리 사건” “단군 이래 최악의 부패 스캔들”로 규정하며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국무총리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앞서 12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또한 “리스트의 주인공들은 수사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 이완구 국무총리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의원은 헌법 제65조 탄핵 조항을 거론하며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이 총선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탄핵됐다”며 “이 기준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열 번이라도 탄핵해야 할 사유가 된다. 의원내각제라면 내각 총사퇴 사안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현직 인사들은 직을 내려놓고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게 정청래 의원 주장이다. 그는 “검찰이 현직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루된 사건을 조사한 적은 없다”며 직을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현직 총리와 비서실장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역’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는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면서도 국정운영을 위해 총리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완구 총리를 불러 세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를 캐물으며 사퇴를 압박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완구 총리가 1997년 신한국당 대선기획단에서 활동할 당시 성 전 회장이 같은 당에서 재정위원을 맡았고, 지난해 성 전 회장이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 성 전 회장을 충남도당 위원장에 직접 추천한 사실을 꺼내며 두 사람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완구 총리는 2003~2004년께 성완종 전 회장을 처음 봤고, 성완종 전 회장이 2000년 창립한 ‘충청포럼’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총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료가 있는 2006년 이후 경남기업이나 성완종 전 회장에게 정치후원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성완종 전 회장에게) 단 만원도 받지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오히려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 ‘구명 전화’를 했지만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는 점을 들며 자신의 도덕성을 강조했다.

특검 도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검찰 수사 결과가 100% 진실이라도 하더라도 국민들은 믿을 수 없다”며 특검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 수사가 성역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국민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우리도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은 “특별수사팀을 불신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현직 비서실장과 국무총리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는 것에는 특검이 좀더 효과적”이라고 말하자 황교안 장관은 “정치권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대정부 질문에 앞서 진행한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지금 국민들이 대통령과 여당대표에게 듣고 싶은 말은 ‘성역 없는 수사’라는 상투적인 언사가 아니라 스스로 ‘성역 밖으로 걸어 나오겠다’는 처절한 참회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어 “이번 사건은 대통령 측근과 권력실세의 비리에 관한 것”이라며 “또 2007년 새누리당 대선 경선과 2012년 대선자금 수사가 불가피 해졌다. 건건이 청와대 수사 가이드라인에 갇혀 있던 검찰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여권 실세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 조속히 특검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완종 전 회장은 이완구 총리 등 박근혜 정부 실세 8명의 이름과 건넨 금액 등을 적은 쪽지를 남기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충청지역 정치인들을 만나 이완구 총리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이후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완구 총리는 성 전 회장 측근들에게 15차례 전화를 걸어 ‘대화내용’을 확인했다. 이를 두고 정청래 의원이 “외압이자 증거인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총리는 “고인이 남긴 메모에 제 이름이 있고, (성 전 회장 측근인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이) 저와 관련된 말씀을 해서 보도가 됐다. 그 분이 저와 친분이 있는 분이라서 진위를 파악하려고 전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용희 부의장,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에게 새벽 6시부터 15통의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 “서로 엇갈려서 통화가 안 된 것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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