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입장은 1~3대 비서실장, 현 국무총리, 새누리당 친박 실세들이 연루된 파문 치고는 ‘원론적’으로 볼 수 있으나, 정권의 도덕성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거명된 인사들에 대한 조직적 방어는 없을 것이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12일 오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전했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주문했고, 대검찰청은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고 ‘성완종 리스트’ 관련 특별수사팀(팀장 문부일 대전지검장)을 구성했다. 10여명의 검사로 구성된 수사팀은 13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정치자금이 문제가 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현 정부의 탄생과 연결되는 2012년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또한 “당초 청와대는 경향신문의 첫 보도에 대해 ‘할말이 없다’며 침묵했다”며 “하지만 대선자금과 관련한 추가의혹이 제기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서둘러 입장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원론이긴 하지만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은 ‘직접 구명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를 희생하더라도 정권 도덕성에 대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발언은 결국 ‘문제가 된 인사와 선을 긋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반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경남기업이 장부를 공개하고, 경향신문이 후속보도로 보다 자세한 정황과 증언을 내놓는다면 리스트에 오른 정권 핵심 인사들의 정치적 생명은 끝날 수 있다. 이럴 경우 후폭풍은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검찰 수사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검찰이 기존 수사에서 찾아낸 비자금 의심 32억원 외 정치권 로비 자금을 추적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제 검찰의 수사 강도, 경남기업의 장부 소유 여부와 내용, 성완종 전 회장의 마지막 증언에 달렸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비리로 현 정부의 ‘도덕성’을 강조하던 박근혜 정부는 뜻하지 않게 역풍을 맞았고, 경향신문 최초 보도와 후속 보도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비리의 온상이 됐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발언이 ‘압박’이 아니라면 검찰은 8인은 물론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수사해야 상황이다. 그래야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고,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