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식구를 뽑는 <무한도전 - 식스맨> 프로젝트에 유병재가 나왔을 때,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이들은 환호를 보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그가 누구냐며 머리를 갸우뚱했을 것이다. 그가 SNS상에서 온갖 드립들을 쏟아내며 인기를 끈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는 마이너임이 분명하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그가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무한도전>의 식구가 되기에는 분명히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SNS상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일지 몰라도, SNS의 반응이 언제나 보편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 면이 있다. 또한, 방송되지 않은 부분에서 출연자들이 생각하는 어떤 요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아까운 인재지만 결과적으로 <무한도전>의 식스맨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병재가 <무한도전>의 식스맨이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는 천천히 SNS상의 인기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고 있으며, 앞으로 그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병재가 처음으로 대중의 눈에 발견된 것은 그의 드립 때문이다. 벌써 2011년에 그는 편강탕드립(계속 떠오르는 전 여자친구를 편강탕에 비유함)으로 대중에게 큰 웃음을 준 바 있다. 그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인터넷상에서 큰 인기를 끈 콘텐츠들을 만들어냈다.

그런 그의 인기가 더욱 폭발한 것은 그가 점차 방송에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 비판적인 내용을 SNS상으로 꾸준히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그만의 사과문 해석법을 올려 사과문을 지능적으로 비판했으며, 최근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트인 일베에 대해서도 역시 돌려서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사회의 부조리한 일에 대해 위트 있는 표현으로 일갈하고 있으며, 이러한 그의 일갈에 동감하고 시원해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같은 유병재의 일갈이 더욱 힘을 갖는 것은, 그의 연기 스타일이나 혹은 표정에서 묻어 나오는 억울함 때문이다. 억울함은 유병재의 캐릭터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인데, 일반적으로 억울한 캐릭터에 많은 이들이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병재의 억울함이 사랑받는 것은, 유병재가 보여주는 억울함이 지금 우리 시대 많은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은 억울하다. 열심히 하라고 해서 했더니 더 많은 것을 가져오라고 해서 억울하고, 열정을 임금과 치환당해 버리는 작금의 상황에도 억울하다. 답이 없는데도 자꾸 네 생각이 문제라는 인식에 억울하고, 미래가 안 보이는 현 상황 때문에 억울하다. 이 억울한 감정을 유병재가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공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 그가 바로 내 모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병재에게 억울함만 있다면 공감은 불편함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보다 보면 속 터질 것이 분명하다. 현실만을 보여주는 가상은 현실보다 괴롭다. 하지만 유병재는 SNS상에서 이 답답함을 속 시원하게 풀어낸다. 그가 세상의 부조리에 던지는 그 한 마디 한 마디는 그의 재치와 결합하여 대중의 속을 확실히 풀어준다. 억울한 그가 내뱉는 일갈은 즉, 억울한 사람들이 내뱉는 일갈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병재의 진짜 매력은 그의 억울함이 SNS상에서 풀어지는 그 과정에 있다. 그렇기에 그가 식스맨이 되지 않더라도 그에겐 큰 손해가 없다. 어쩌면 SNS상에 마음껏 글을 쓰기 힘든 <무한도전> 식구가 되는 것보다는 지금과 같은 길이 그에게는 더욱 최적일지도 모른다. 그가 보여주는 가상의 연기가 현실을 그려내고, 그가 쓰는 현실의 글이 오히려 현실을 타파하는 그 아이러니한 격차가 계속 존재하는 한, 그의 인기 그리고 그의 힘은 계속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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