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해임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세계일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세계일보가 청와대 압력에 굴복해 자신을 부당해고했다는 게 조 전 사장 주장이다. 그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전에 해임됐다며 잔여임기의 보수 포함 1억9598만8630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그의 소송 제기 배경을 두고 분석은 엇갈린다. 세계일보는 “조 전 사장의 주장”이라며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압력 굴복해 조한규 전 사장 해고?

조한규 전 사장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민우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 28일 1면 머리기사로 ‘정윤회 국정개입은 사실’이라고 보도한 이후, 원고(조 전 사장)는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유지재단 등으로부터 많은 사퇴압력에 시달렸다”며 보도 이후 통일교 계열 회사들이 세무조사를 받는 등 정부의 압력이 이어지자 통일교 재단이 조한규 당시 사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전 사장과 법무법인 민우는 서울지방국세청이 1월 21일 통일교 계열 ㈜청심과 ㈜진흥레저파인리스 등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이후, 그달 31일 김만호 통일교 총재비서실장이 조한규 당시 사장을 그랜드힐튼호텔 커피숍으로 불러내 “정부 요인이 (1월 29일) 한학자 총재 측에 전화를 걸어 ‘조한규 사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통일교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겠다’고 압력을 가해 조한규 사장을 해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2월 27일 세계일보 임시주주총회에서 조 전 사장 해임 건이 의결됐다.

“결국 원고(조 전 사장)는 ‘정윤회 문건’ 보도를 허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해임된 것이며, 그것은 정부 측이 재단 측과 통일교를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함으로써 이루어진 일”이라는 게 조한규 전 사장 주장이다. 조 전 사장은 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도 “세무조사의 핵심은 (나를 해임하라는) 사실상의 외압이었다”며 “(재단이) 거기에 부담을 느껴 날더러 그만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학자 총재 측에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한 ‘정부 요인’이 누군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입지 좁아진 조한규 전 사장이 6개월 된 문건 터뜨리며 '언론자유 투사' 행세?

그러나 세계일보 내부에서는 지난해부터 조한규 전 사장을 교체하려는 분위기가 있었고, 입지가 좁아진 조 전 사장이 ‘정윤회 문건’을 터뜨려 자리를 유지하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통일교 재단의 ‘세계일보 감사보고서’(2014년 11월28일자)를 보면 ‘기타 지적 및 조치 권고사항’에 조한규 당시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등이 담겨 있다.

조한규 당시 사장은 전임 사장에 비해 3배가 넘는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12개월 동안 월 평균 423만2천원을 썼다. 이는 전임 사장이 월 평균 139만1천원을 쓴 것과 비교된다. 식음료 2648만6천원, 호텔 751만4천원, 골프 453만4천원, 백화점 388만4천원, 항공사 238만6천원, 주유소 159만원, 유흥주점 59만원, 상품권 46만7천원, 일반주점 40만4천원 순이다(기타 292만6천원).

▲ 세계일보 감사보고서 중 일부.

이밖에도 조한규 당시 사장은 5개 자회사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세계닷컴 법인카드 월 평균 93만271원, 제작단 법인카드를 월 평균 71만5천원을 썼다. 통일교재단은 당시 조 사장이 재단에 일반계약직 연봉 계약에 대해 승인을 받지 않고, 국/실장 급여를 재단 승인 없이 인상한 것도 문제 삼았다. 독자DB 통합관리 시스템 개발도 재단 기획국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재단이 감사보고서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당시 세계일보에는 고가의 CMS 구축과 신문용지 교체 건에 대한 논란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계일보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사장이 (재단과 협의하지 않고) 신문 용지를 교체하려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재단이 인지했고, 이것을 계기로 11월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입지가 흔들리자 감사보고서가 나올 때를 맞춰 정윤회 문건을 터뜨린 것이다. 자신이 관련된 문제를 덮고 자리를 유지하게 위해 ‘언론자유 투사’로 행세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문건을 입수하고도 반년 이상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한규 전 사장은 “(과오를 덮으려 정윤회 보도를 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편집국에서 판단해서 보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보고서에 나온 법인카드 내용은 판매국 직원들이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이지 나와는 관계가 없다”며 독자DB 시스템, CMS 교체도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세계일보는 ‘정부 요인에 의한 사퇴 압박’은 조 전 사장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김선교 기획조정실장은 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재단이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것은 조 전 사장의 주장”이라며 “(정부 요인을 거론하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김만호 실장에게 확인한 결과 김 실장은 ‘그렇게 얘기한 적이 없다’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선교 실장은 “소장을 살펴보고 있고,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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