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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권리 상태 10년,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기자회견] 대법원, 왜 ‘이주노조 합법화’ 판결 미루나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4.01 13:20

10년째 반려 중이다.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2005년 4월 창립됐지만 현재까지 ‘합법노조’가 아니다. 그해 6월 노동부는 설립 신고를 반려했고 노동조합은 ‘신고 반려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2006년 2월 1심 법원은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고 이주노조는 항소했다. 2007년 2월 고등법원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하더라도 결사의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하자 노동부가 곧장 상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8년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그새 출입국단속반은 이주노조 위원장들과 간부들을 모조리 ‘강제추방’ 했다.

2008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 의견도, 2008년 9월 국제사면위원회 권고도, 2008년 10월 국제노총 권고도 소용이 없었다.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는 2009년 11월 “당사국(한국)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의 법적인 지위를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을 따를 것”을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상고를 포기하지 않고, 법무부는 단속추방을 강행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2009년 3월, 2010년 11월, 2011년 11월 “이주노조의 등록을 지체 없이 진행할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이주노조는 조합원들이 속한 사업장 이름과 조합원 명단에 관한 정보를 보완해 제출하라는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국내 체류권이 없는 노동자로 이루어져 적법한 노동조합이 아니다”며 단속추방을 강행했다.

한편에서 정부는 이주배경 가족의 증가에 발맞춰 다문화정책을 폈다. ‘동화정책’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다문화캠페인은 이주민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사회적 상황과 ‘적법’ 여부만 따진다면 이주노조 합법화는 시간문제다. 그러나 대법원은 8년 동안 판결을 미루고 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시기상조’이며 사회혼란을 야기한다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십 년 전 반대논리는 여전히 대법원에 작동하고 있다.

   
▲ (사진=미디어스)

그새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수단이 됐다. 이주노동자는 자본의 필요와 기업의 독려로 한국 땅을 밟았다. 정부 통계만 보더라도 2003년 불법체류율은 80%이었다. 인종주의가 심하지 않았던 당시에도 노무현 정부는 ‘선별합법화’ 정책을 폈다. 산업연수생제도를 대체하는 고용허가제를 시행(2004년 8월), 이주노동자를 ‘저임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는 이후 고용허가제 등 각종 제도를 개혁해 ‘사용기간’을 늘렸다. 현재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최장 9년8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한국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태국 인도네시아 등 15개 국가와 중국・구소련 국가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만 47만2218명(2014년 6월 기준)이다. 정부는 기업의 요청과 노동시장 구조개혁 계획에 따라 이주민 규모를 ‘통제’한다. 특정 업종에서 ‘문제’가 되면 언제든 고시와 시행령 등을 바꿔 이주노동자를 줄이고 ‘불법화’할 수 있다. 노동조합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실상 ‘무권리’ 상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수십 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조 합법화는 이주민이 한국사회의 ‘시민’이 되는 데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주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이주노조 합법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이 판결을 지연하는 동안 정부는 이주노조의 활동을 막기 위해 ‘표적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단속추방은) 법으로도 질 것 같으니 실질적으로 이주노조를 뿌리뽑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법원의 올바른 판결이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바로잡고, 보편적 인권과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며 판결을 촉구했다.

   
▲이수호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권영국 변호사는 “대단한 법리가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더 이상 판결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권리의 지연은 권리의 보호가 아니다”라며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단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산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대법원이 8년을 끌어 온 것은 이주노조가 불법이 아니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사장은 “(이주노조 설립 신고 반려는) 국제관행과 법리를 들먹이기 창피한 문제”라며 “대법원이 더 이상 판결을 미룬다면 직무유기로 고발을 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주민이 자유롭게, 내국인과 조화롭게 살지 못하도록 지난 십 년 동안 혼란과 불법을 조장한 것은 정부”라며 “십 년 뒤 이주가정의 아이들이 느낄 차별을 줄이고, 이주민과 내국인이 건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 수 있는 토대를 (이주노조 합법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지위를 확립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 이주민들은 빈곤층과 취약계층이 된다”며 “함께 살 수 있는 토대가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대법원은 쟁점이 첨예한 만큼 검토할 법리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보팀 관계자는 1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특별3부에 배정이 됐고, 권순일 대법관이 맡아 검토 중”이라며 “재판부의 구성과 절차에는 문제가 없으나 검토할 법리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으로 안다. 과거 고엽제 사건 같은 경우 십 년이 넘어간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 전원이 합의하면 선고 기일 등을 통보하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주노조는 1일부터 대법원 앞 일인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6일에는 ‘이주노조 10년! 이주노동자 노동3권을 쟁취하는 이주노조 합법화 촉구를 위한 이주노동자 노동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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