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대한민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슈퍼스타K 시즌1>이 방송된 이후 어느새 6년여가 흘렀다.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작되고 있고, 사랑받고 있으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은 대한민국의 연예계 그리고 음악계에 꽤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천후 스타가 된 서인국, 엄청난 음원 파괴력과 더불어 연금송의 전설을 만들어낸 버스커버스커, 음원을 발매할 때마다 1위를 차지하는 이하이, 악동뮤지션, 예능에서 대활약 중인 존박, 정준영 등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오디션 스타들이다.
이런 인재들을 발굴해 냈다는 점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닌 최고의 미덕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대중에게 선보여질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이들이 너무나 많다. 더불어 음악계 또한 더욱 획일화됐을지도 모른다. 버스커버스커와 같은 팀이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증명되지 못했을 것이다. <슈퍼스타K 시즌2>에서 장재인이 기타를 친 이후에, 실제 기타 판매가 증가하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을 봐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나름의 미덕을 분명히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닌 악덕 또한 분명하다. 바로 음악으로 줄을 세운다는 것이다. 음악에 순위가 존재하고,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를 선 긋는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당연해진다. 음악에는 절대가 없고,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명제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묻힌다. 이는 <나는 가수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지닌 폐해이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임재범과 윤종신 중 더 나은 가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윤종신을 선택할 텐데, 그때 누군가는 '임재범이 훨씬 노래를 잘해.'라고 말하며 내 주관에 딴지를 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음악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당연해지면, 이런 현상이 만연해진다.
그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진아는 음악성으로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초반에는 그녀의 음악성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며, 심사위원의 판단에 불만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녀의 음악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음악성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노래라는 것은 결국 내가 듣기 좋으냐 안 좋으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음악성이 좋아도 내가 듣기에 별로면 별로다.
만약,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에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하는 역할만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뿌리내리게 한다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 이상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진아의 경우처럼, 오디션 프로그램 새로운 음악과 음악을 듣는 다양한 방식을 소개하는 미덕을 잃지 않는다면,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제작될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여긴다.
음악은 객관적인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고, 내가 감동을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다양한 음악과 새로운 가수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이진아와 박진영은 <K팝스타>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의 미덕을 다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