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예능PD 두 명을 꼽으라면 당연히 <무한도전>의 김태호PD와 <1박2일>의 나영석PD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 둘은 프로그램의 인기와 더불어 자신의 이름으로 충분한 인기를 끌고, 시청자를 기대하게 하는 특출 난 예능 PD임에 분명하다.

▲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스퀘어에서 열린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 인 그리스'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영석PD의 대표작은 두 말할 것 없이 <1박 2일>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시청률 대박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바 있다. 이미 이 성과만 지니고도 그는 대단한 예능 PD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나영석PD의 진짜는 tvN으로 이적한 이후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지금까지 어떤 예능 PD도 해내지 못한 것을 이적 이후에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는 피디의 이름으로 할당된 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시간대에 자신이 만든 두 편의 예능을 시즌제로 교차 방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그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PD들이 나름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왔지만, 나영석처럼 아예 시간대를 할당받지는 못했다. 나영석 타임이라고 불리는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는 그가 만든 프로그램이 어김없이 방송되고 있으며, 그 형태 또한 자유롭다. 처음 <꽃보다 할배>가 떴을 때, 앞으로 그가 연출할 모든 방송은 <꽃보다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흔히 방송사들은 성공한 프로그램을 어떻게든 이어가고자 하며, 심지어는 아이디어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억지로 연장시키기도 한다. 광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권 문제가 달려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나영석PD는 과감하게 <꽃보다 시리즈>를 시즌제로 돌렸고, 중간에 <삼시세끼>라는 다른 예능을 연출해 방송했다. 나영석 타임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없다면 이런 방식을 방송국에서 허락할 리가 없다. 당장 광고와 돈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꽃보다 시리즈>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방송해도, 나영석이 한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이 방송사 내부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피디에 대한 신뢰가 만들어낸 매우 독특한 방송 형태다.

시즌제 또한 마찬가지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종영하고 시즌제로 하겠다는 생각은 일반적이지 못하다. 그 원류를 가까운 데서 찾자면 <정글의 법칙>을 언급할 수 있다. <정글의 법칙> 또한 지역에 따라 시즌이 나뉘고, 출연자가 바뀐다. 하지만 방송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점에서 나영석PD의 시즌제와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나영석 PD의 시즌제는 중간에 방송되지 않는 기간이 있다. 그 시기동안 그는 다른 프로그램을 연출해 방송한다. 심지어 이 시즌제에 스핀오프를 더해서 프로그램의 폭을 더욱 넓혔다. <꽃보다 할배>의 스핀오프로 <꽃보다 청춘>이, <삼시세끼>의 스핀오프로 <삼시세끼 어촌편>이 방송됐다. 한 명의 PD가 연출하는 프로그램의 외연확대가 이 정도로 넓어진 적은 없었다.

덕분에 시청자는 한 방송을 계속해서 보지 않아도 되고, 지루함을 덜 수 있게 됐다. 반복되는 똑같은 내용에 흥미를 빨리 잃을 우려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잠시의 휴식기 동안 스텝들은 다음 시즌 준비를 할 수 있으니, 프로그램의 질도 점차 좋아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덕분에 나영석타임의 시청률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예능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기존 방송 상황에 정면으로 대치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그의 방식이 지닌 효율성과 효과성을 증명해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더욱 많은 시즌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나영석PD가 만들어낸 새로운 방식이 기존 예능판을 얼마나 바꿔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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