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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N, 태광-CJ ‘케이블’ 컨소시엄‥소문만 무성한 제4이동통신사[분석]문제는 ‘의지‘와 ‘허가’ 이후, 자칫 ‘알뜰폰’ 된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3.26 17:13

정부는 수년 전부터 ‘제4이동통신으로 이동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고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 왔다. 독과점 시장에 ‘유효경쟁’을 점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정책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매번 사업자 선정에 실패했다. 여기에는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SK텔레콤과 KT, 그리고 LG유플러스의 독과점 구도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 또한 주효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최근 복수의 언론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제4이동통신 허가 기본계획’을 4월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제4이통을 준비 중인 한 컨소시엄의 대표는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정부가 전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미래부, 그리고 기획재정부가 이번에는 어떻게든 사업자를 띄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체 이름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디지털타임스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컨소시엄(대표 공종렬 전 정보통신부 국장)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대표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 △케이 컨소시엄(대표 이광영) △퀀텀모바일(대표 박성도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 △현대HCN,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케이블SO들이 제4이통을 준비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데일리는 KMI, 퀀텀, 케이블SO와 함께 케이티넷(KTNET) 컨소시엄을 거론했다.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은 초기 설비투자에 조 단위의 금액이 필요하고,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인 만큼 주요주주들의 재정 건전성과 자본금 규모가 관건이다. 제4이통을 준비 중인 한 컨소시엄의 대표는 “정부는 예전과 달리 조건이 된다면 허가를 내줄 분위기고 그래서 여러 사업자들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시장 현황과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어플라이(apply, 지원)할 사업자는 많아야 두 곳”이라고 내다봤다.

   
 

그 동안 수차례 문을 두드린 KMI는 주주 구성을 일부 조정한 뒤 다시 도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가 바라는 사업자는 ‘케이블SO’에 가깝다. 실제 케이블SO들은 KT 합산규제가 확정된 이후 이동통신사업 진출을 다시 검토 중이다. 이동통신사의 ‘이동전화+IPTV+인터넷’ 결합상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케이블SO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에는 합산규제 3년 동안 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다.

케이블SO는 정부 정책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티브로드 성기현 전무는 “정부가 새로운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며 “지금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케이블이 (제4이통에) 들어가면 투자나 효율 면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J헬로비전 김영란 홍보팀장은 “(다른 사업자와) 미팅을 한 것은 맞지만 수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HCN이 서울지역 SO를 매각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는 ‘장기 전략’을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취재 결과, 현대HCN에는 이동통신사업 진출 타당성과 수익성을 검토하는 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유정석 현대HCN 대표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HCN) 주도는 아니다”라면서 “사업자들의 설명을 듣고 사업성과 수익구조를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은 모두 이동통신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사업 진출을 구체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케이블SO의 제4이통 진출은 정부가 진입사업자에게 내줄 ‘정책 어드밴티지’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 성기현 전무는 “지금 같이 이동통신사 계열사가 알뜰폰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기존 사업자를 위한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면 어떤 사업자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이동통신시장은 인구보다 가입자가 많은 ‘포화시장’인데, 정부가 제4이통을 유도하려면 새 사업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진입 이후’ 정책을 통해 유효경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사업자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후발사업자를 ‘섭외’하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시장에서 3사의 독과점이 공고하고, 미래부가 이동통신3사에 포획된 이상 제4이통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알뜰폰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통사들이 가입자를 결합상품으로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4월 안에 제시하겠다는 통신정책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역설적으로, 정부가 제4이통을 부채질하는 이유는 기존 사업자로 통신비를 낮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여기에는 정책적으로 ‘무능’하나 사업자들과는 ‘유착’해 있는 관료들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제라도 3사 독과점 구도에서는 도저히 통신비를 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기존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자에 어드밴티지를 주는 정책기조를 잡아야 한다. 제4이통이 알뜰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필요 없다. 미래부가 제4이통, 요금인가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주목된다. 이제 남은 변수는 미래부의 정책방향을 비틀 이통사의 로비로 보인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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