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강북센터(센터장 남계인)와 2차 하도급업체들이 파업을 끝내고 업무에 복귀하려 했던 직원들에게 원래 근무지에서 일하고 싶으면 시간외수당을 요구하지 말고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다투지 말자는 등 사실상 ‘불법각서’를 제안한 것이 확인됐다. 석 달이 넘는 파업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업무에 복귀하려 했던 직원들은 결국 다시 파업에 합류했다. 강북센터는 각서의 일부 내용은 “본사 지침”이라고 전했다. 각서의 취지에 대해서는 “제안을 했을 뿐이고 협의를 통해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8일 강북센터 남계인 센터장과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지부장 이경재)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7일과 8일 남계인 센터장은 2차 하도급업체 사장들과 회의를 열고 열 가지 요구안을 정리한 뒤 8일 희망연대노조 소속 간부들을 직접 만나 제안했다. SK 행복기사들은 석 달이 넘은 파업 탓에 생활고에 시달렸고 이 때문에 업무복귀를 결정했는데 강북센터의 경우 업체 사장들이 기존 업무지역을 비조합원들에게 배분해 파업 복귀 기사들은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 상황이었다. 이에 노조는 센터와 업체들에게 기존 업무지역을 배정해 달라 요청했다. 센터와 업체는 업무지역 조정을 철회하는 대신 제안서(이하 각서)를 내민 것이다.

각서는 18시 이후 일을 하더라도 시간외근무 수당을 요구하지 말고 이와 관련 근로기준법 준수 여부를 다투지 말자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각서에는 토요일은 휴일이 아니고 파업을 이유로 휴일근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조건도 있고, 파업에 돌입하기 전 원청에 시기와 인원을 통보할 것을 요구하는 ‘부당노동행위’도 있다. 근무시간이나 사무실에서 몸자보를 착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이를 어길시 징계처분을 수용하라는 조건도 담겨 있다. 이밖에도 센터와 업체는 과거 체불임금은 없다는 것을 합의하고, 각종 고소·고발을 취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3개월마다 실적평가를 통해 담당지역을 조정하자는 제안도 있다.

▲ (사진=희망연대노동조합)

남계인 센터장은 1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각서를 요구한 적이 없고 협의를 통해 수정이 가능한 안을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각서 내용에 대해 “외주업체들이 ‘지역조정’을 했는데 노조가 복귀하면서 이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내가 업체들을 만나서 협의했고 업체들이 ‘이런 조건이면 지역조정을 유보하겠다’고 밝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노조에 지역조정이나 제안서 중 택일하라고 했고, (제안서를 받아들여) 유예를 요청하면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청인 센터가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복귀를 강요할 수도 없는데 ‘각서를 강요했다’는 것은 노조가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간외수당 요구 금지와 근로기준법 배제’ 요구안에 대해 “이쪽 업무의 특성상 어떤 날은 오후 4시에 일이 끝나기도 하고, (오후 6시 이후 일정이 잡혀 있더라도) 당겨 치면 일이 일찍 끝난다. 그렇다고 30분 단위로 있는 곳의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지시할 문제는 아니다. 장애 민원이 몰리거나 할 때 일을 좀 더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말근무 거부 금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토요일에 정상근무를 해왔고, 격주로 임금을 줘왔다”며 “종전대로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요일 근무에 대해서는 “노조가 생긴 뒤 노조원들이 일요일 근무를 전면 거부해서 비노조원들이 쉬지를 못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인 센터에 파업 시기와 인원을 보고하라는 요청’ 내용에 대해 그는 “파업을 하면 고객과의 약속을 어길 수 있고 일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계인 센터장은 ‘몸자보 착용시 징계’를 운운한 것에 대해서는 “법에서 허용하는지 모르겠으나 본사지침은 정해진 유니폼 외에 몸자보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센터에서는 직원들이 바깥에서 몸자보를 착용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지만, 몸자보에 거부감과 위협감을 느끼는 고객이 있고 고객들이 클레임을 넣으면 센터가 수수료를 차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체불임금은 없다고 합의하자’고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센터와 업체들은 체불임금이 없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있다는 주장하는데, 단체협약 교섭에서 금액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아는데 여기서 결정하는 금액에 따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와 업체가 이 같은 내용의 제안서를 던지자 기사들은 업무복귀 대신 재차 파업에 합류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생활고에 시달려 업무에 복귀하려고 했는데, 조합원들이 각서 내용을 보고 논의한 끝에 파업에 재합류하게 됐다”며 “적정노동을 하며 인간답게 살아보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을 했는데, 센터와 업체들이 예전보다 후퇴한 내용, 그것도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을 무시하는 내용을 노조에 제안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 강북센터와 하도급업체들이 노동조합에 건넨 제안서 전문>

1. 최초할당 및 할당간격은 업체사장이 합리적으로 결정하며 마감할당은 원칙적으로 18:00로 하되 고객의 요구등 필요시 기사와 협의하여 추가 할당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추가 임금지급요구를 하지 아니하며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규 준수여부를 다투지 아니한다.

2. 업체회의 날짜 및 시간(09:00이 이전도 가능)은 업체사장이 결정하며, 소속업체 회의를 진행을 방해하거나 타업체의 회의시 간여/방해하는 등의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행위발생시 해당 징계처분 수용)

3. 업체사장의 통상의 휴일근무 지시는 이행하며, 해당 기사는 파업등의 사유로 휴일근무를 거부할 수 없다. (토요일은 휴일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정상근무함)

4. 근무시간이거나, 사무실 및 고객댁내에서의 몸자보 착용은 아니하며 센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내용(예,강북센터 악덕기업등)의 스티커/현수막설치등 일체 행위를 할 수 없다. (해당사유시 징계처분 수용)

5. 원칙적으로 3개월 단위로 업체(센터의 경우), 기사(업체의 경우)를 평가하여 우수업체/기사가 선호하는 지역을 담당하도록 하며 실적평가 기준은 친절도, 신속성 및 업무협조도 등으로 한다. 1차 담당지역조정은 6월1일로 하며, 필요시 변경할 수 있다.

6. 전면/부분 파업시 전일 오전 11시까지 센터 기술팀장에 파업시기/참여인원을 통보하며 센터기술팀장은 통보받은 사항에 대한 비밀을 유지한다.

7. 업체 또는 센터에 대한 과거의 일체의 체불임금(연차, 퇴직금 등)이 없음을 확인한다. (단, 단협에서 합의시 그에 따름)

8. 센터/업체에 대한 각종 고소/고발을 즉시 취하한다.

9. 기사는 실적제고를 위해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며, 업무상의 지시를 성실히 이행한다.

10. 우수기사에 대한 소정의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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