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TV협회) 회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수석은 지난 2월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 그달 말 청와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윤 전 수석이 퇴임한지 열흘 만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사업자들(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을 잇따라 접촉해 ‘윤 전 수석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라’ 압박해, 청와대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낙하산 논란이 일자 케이블TV협회는 지난 10일 회장 공모 절차를 진행, 사흘 동안 지원서를 접수했다. 협회는 17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19일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진=연합뉴스)

16일 케이블협회의 핵심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윤두현 전 수석을 포함한 5명이 이번 회장 공모에 지원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 선출 관련해 비공개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윤 전 수석이 이력서를 제출한 사실과 청와대가 윤 전 수석을 회장에 선출하라고 지시한 ‘낙하산 논란’을 재차 확인했다.

3월 초 윤두현 내정 압박설이 흘러나온 것은 윤 전 수석을 받아들일 수 없는 케이블업계 내부 분위기 때문이다. 케이블업계는 결합상품 및 IPTV와의 경쟁, 이동통신 진출, 합산규제 이후 장기전략 등을 고민하고 있는 터라 인맥과 실력을 두루 갖춘 인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위기는 낙하산 논란이 생기면서 가라앉았다. 청와대가 민간협회에 낙하산을 내리고 있다는 비정상적 상황에도 협회는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

낙하산 논란이 일자 케이블협회는 이례적으로 회장 공모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지한 날부터 사흘 동안 지원서를 접수하고, 이력서 한 통만을 제출서류로 정하는 등 졸속 행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서류 제출부터 최종 선출까지 열흘이 안 되는 일정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윤두현 맞춤 공모”라고 지적했다.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다른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협회 홍보팀은 “후보자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알려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협회는 윤 전 수석 낙하산 논란을 의식한 듯, 인터뷰 시간과 장소에 대해서도 함구하는 분위기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낙하산 논란 때문에 형식적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해 청와대에 가는 부담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블 출범 20주년에 맞는 인사들이 지원하면 좋겠지만, 지금 분위기는 윤두현 전 수석을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가 되고 있다. 청와대 낙하산에 ‘낙하산이 아니다’라는 알리바이를 위한 공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케이블 업계는 현안이 산적한데 공모의 서류는 달랑 이력서 한 장”이라며 “공모 절차가 세간의 웃음을 사고 있다. 케이블협회가 비판의 대상이 아닌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두현 전 홍보수석은 YTN 출신으로 2012년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그를 ‘여당 편향’ 인사로 비판한 바 있다. 그는 YTN에서 정치부장 등을 지냈고, 2014년 YTN 계열사 사장을 하다가 이정현 홍보수석 사퇴로 수석 자리가 비자 청와대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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