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주주총회 날 새벽부터 민원인을 미행, 사찰하고 다른 계열사 노동조합의 움직임에 관한 정보도 실시간으로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간인과 노동조합에 대한 사찰이 복수의 계열사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사찰팀’ 존재를 의심케 한다. 삼성물산은 일부 직원들의 ‘과도한 조치’를 사과하고 재발방치 대책을 약속하는 선에서 파문을 넘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은 14일자 1면에 삼성물산 임직원 27명이 속한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단체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 직원 셋은 13일 새벽부터 서울 길음동 래미안아파트에 사는 강아무개(62)씨 집 근처에 머무르며 강씨가 이날 오전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민원을 제기하고 떠나기까지 최소 3시간 이상을 실시간 감시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강씨는 아파트 주변 주차장 소음과 관련해 5년째 민원을 제기해왔다.

▲경향신문 2015년 3월 14일자 1면 머리기사.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삼성물산 사찰팀은 이날 강씨의 집에 불이 들어온 시각, 강씨가 입은 옷 등을 공유했다. 또한 사찰팀은 강씨가 지하철 4호선 길음역에서 주주총회 장소인 양재동 aT센터 주변 지하철역인 양재시민의숲역에 당도할 때까지 강씨를 추적했다.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온 사실도 보고됐다. 주주총회를 진행할 당시에도 삼성물산 간부는 강씨 바로 옆 통로 측에 앉아 돌발행동을 대응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사찰’ 카카오톡 대화에 있는 내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삼성테크윈노동조합 동향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보고했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최소 다섯 명 이상이 테크윈노조 관련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삼성테크윈노조가 주주총회장 주변에 도착한 시각, 피켓시위에 참석한 간무 이름과 직함, 주총장에 입장하는 상황까지 공유했다.

대화의 흐름을 보면 27명이 속한 이 채팅방은 삼성물산 주주총회 대응팀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지만 삼성물산이 다른 회사인 삼성테크윈의 관련 정보과 노조 동향을 보고하고 공유한 사실과 그 내용을 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주주총회 날 ‘사찰팀’을 동시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27개인데 13일 주주총회를 개최한 회사는 17개나 된다.

삼성물산 또한 ‘외부’ 정보라는 점을 인정했다. 삼성물산에서 언론대응을 맡고 있는 한광섭 전무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카카오톡에 있는) 27명은 물산 직원”이라며 “(테크윈노조 관련 내용은) 누가 밖의 정보를 공유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무는 “정보가 들어온 것을 공유한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이날 삼성테크윈 또한 노동조합 간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회사 이슈 관련 개인과 조직을 사찰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 (사진=미디어스 자료 사진)

삼성물산 한광섭 전무는 “그 동안 (강아무개씨와 관련) 서너 차례 소란스러운 일이 있었고, 이번에도 오실 것 같아 자리도 미리 확보하고, 발언권도 드리고 답변도 해드렸다”며 “그런데 주주총회를 매끄럽게 진행한다는 게 일부 직원들이 과도하게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될 일이다. 미행과 감시처럼 행동한 것은 잘못했다. 사과와 함께 재발방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15일 오후 3시 반께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리고 “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 임직원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며 “무엇보다 당사자분께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삼성물산은 즉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관련 임직원들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해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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