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20주년 기념 개막식 현장을 청와대 출입기자만 직접 취재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애초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케이블협회 출입기자들에게 취재 신청을 접수하며 현장 직접 취재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취재 불가를 알렸다.

케이블 20주년 행사는 오는 12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12일에는 사전행사로 방송사·가전사 부스행사,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고, 13일에는 개막식과 방송대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케이블협회는 이번 행사에 국회, 정부/유관단체, 학계, 언론, 케이블방송사 임직원, 시청자 등 12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13일 오전 개막식 행사 현장 취재가 돌연 대폭 제한됐다는 점이다. 11일 케이블협회는 기자들에게 “청와대 풀기자만 참석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며 기념식 행사는 KTV 생중계를 참고하고, 행사장은 개막식이 끝나는 12시 이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애초 케이블협회는 20명 이상의 기자단을 개막식 현장에 들여보내고 참석 신청이 늦은 기자들은 디자인플라자 내부에 있는 기자실에서 취재가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막식 현장을 취재할 수 있는 기자들은 소수의 청와대 풀(pool) 기자들로 바뀌었다. 기자실 또한 건물 한가운데 있어 개막식 행사 시간에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취재제한에는 청와대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개막식 행사에는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는 취재를 신청한 기자들의 개인정보까지 확인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데, 경호 강화 배경에는 지난 5일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케이블 20주년 행사는 그 동안 케이블의 출범 취지였던 지역채널과 방송플랫폼의 공적역할을 수행했는지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선포하는 자리여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행사는 오로지 특정한 사람을 모셔놓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관제행사로 전락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