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3일부터 쌍용차 평택공장 70미터 높이 굴뚝에서 농성을 해온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이 89일차인 11일 농성을 끝냈다. 6번의 교섭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노사 교섭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창근 기획실장은 굴뚝 농성을 이어간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1월 무려 5년 5개월 만에 해고자 복직과 26명 희생자 문제 등을 두고 교섭 재개에 합의했고 지금까지 6번의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사항은 없는 상황이다. 11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김득중)에 따르면, 김정욱 사무국장은 이날 낮 2시께 굴뚝농성을 해제했다. 함께 농성 중인 이창근 기획실장은 “(김 사무국장은) 쌍용차 최종식 신임 사장님을 뵙고 사태 풀겠다는 믿음 하나로 방금 땅을 밟았다”고 전했다. 쌍용차지부는 “굴뚝농성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지만, 힘이 남아 있을 때 신임 최종식 대표이사와 만나 쌍용차 사태의 돌파구를 열어보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응급치료 이후 회사에 만남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다만 “이창근 실장은 26명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 지난 1월 신차 티볼리 출시에 맞춰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의 회장이 방문할 당시, 노동조합은 26명 희생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교섭 재개가 결정됐다. 그러나 다섯 차례에 걸친 실무교섭과 지난 10일 본교섭에서는 이렇다 할 합의안이 나오지 않았다. (사진=쌍용차 해고자 고동민씨 페이스북)

앞서 10일 오전 쌍용차 노사(이유일 사장, 김규한 쌍용차노조위원장, 김득중 지부장)는 3자교섭을 진행했으나 지난 1월 21일 합의한 4대 요구안(△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쌍용차 정상화 △26명 희생자 유가족 지원 대책 등 4가지)에 대해서는 교섭이 진전되지 못했다. 쌍용차지부는 앞서 5일 희생자 지원 대책부터 풀어나가자고 제안했으나 이 역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쌍용차지부는 10일 교섭에서 회사가 경영상태와 올해 판매 전망, 티볼리 수요에 따른 인력운영방안을 설명했다고 전하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유일 사장과 쌍용차노조 김규한 위원장이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부는 “굴뚝농성이 100일에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대표자들이 만나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며 오는 17일 이유일 사장, 최종식 신임사장 내정자, 김규한 위원장, 김득중 지부장이 만나 교섭을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정욱 사무국장이 굴뚝농성을 해제한 것은 오는 17일 교섭에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애초 교섭 재개를 합의한 지난 1월 쌍용차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간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 만큼, 쌍용차가 17일 교섭에서 진전된 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쌍용차지부는 “26명 희생자 명예회복을 어떻게 노와 사가 서로 상처 입히지 않고 긍정적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느냐가 중요하다”며 “이제는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오는 14일(토) 쌍용차 굴뚝농성장 주변에서는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쌍용차해고자 전원복직,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한 314희망행동> 행사가 열린다. 서울에서는 낮 1시 대한문에서 희망버스가 평택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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