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2008년)은 많은 언론인의 운명을 바꿨다. 그 방송 이후 어떤 언론인들은 검찰과 그리고 조중동과 싸워야 했다. 김환균 PD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7년의 시간이 흐르고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제8대 위원장이 되었다.(그 방송의 책임PD였던 조능희 PD는 MBC 본부장으로 출마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 초기 언론탄압의 상징이 됐던 <PD수첩> PD들이 다시 언론의 중심에 섰다. ‘프로그램 제작’이 아닌 ‘노동조합’을 통해 전면에 나섰다.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때 가장 능력있다던, 예리한 언론인이라던 그들은 왜 취재 '현장'이 아닌 취재의 '배후'에 서게 된 것일까.

▲ 제8대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의 모습(사진=언론노조)
<미디어스>는 지난 6일 언론노조 김환균 위원장을 만나 2015년 언론관련 정세와 최근 이슈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공식 취임한 2일 이전부터 지·본부 이취임식을 참석하며 조합원들을 만나는 일정을 소화하는 등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언론자유 회복을 위해 언론인들은 매 순간 싸워야 한다”

‘2015년 가장 역점을 둘 것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김환균 위원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언론자유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우리사회에서 언론자유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부터 많은 언론인들이 해고되거나 자기 직무와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 이른바 ‘유배’ 등의 징계로 고통을 당했다. 언론자유가 후퇴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언론자유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로 제대로 지켜진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언론상황이 악화됐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게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제도이다.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

김환균 위원장은 MBC에서 직무와 관련 없는 부서로 ‘유배’ 생활을 했던 당사자였다. 김 위원장은 “어느 정치권력이건 100% 완벽한 언론자유가 보장된 적은 없었다”며 “‘언론자유’의 척도로 신문과 방송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감시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언론인들은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자본에 대한 비판·감시가 없다면 그냥 홍보기사인 것이다. 권력은 한 번도 자기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잘했어’라고 하지 않는다. 비판하는 입을 막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자유를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항상 전쟁상태이다. 단 한 번도 그 전선에는 평화가 없다. 또, 한 번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계속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 싸워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팔짱끼고 있으면 되느냐, 그렇지 않다. 언론자유를 쟁취하는 싸움은 언론인만으로는 안 된다. 90년대 언론자유가 크게 신장됐던 때가 있었다. 그때를 돌아보면, 맹렬하게 싸웠던 시민운동이 있었다. 지금 방송사 노조가 힘들다.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시민사회가 언론인들에게 지금 해야 할 말은 ‘일어나서 잘 해’가 아니라 ‘우리 같이 하자’는 것이다. 언론자유가 후퇴한 것은 양쪽 다 책임이 있다”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자유 회복’과 관련해 “무너지는 것은 쉽지만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면서 “그렇지만 경험해봤기 때문에 회복하는 데에는 수십 년의 세월보다는 조금 더 짧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사 노조들이 언론의 자유가 후퇴함으로써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회사는 노조와 소통, 대화하기보다 독선적으로 경영을 하고 단협과 공방위가 무력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1만2000조합원들이 지친 심신을 추스르고 힘을 내도록 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시 한 번 우리가 가지고 있어야 할 목표를 공유하고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들을 나누고, 현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결국 노조 조직을 탄탄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노조 위원장에 나서며 △부당해고 부당징계 언론인의 원상회복, △공영방송 정상화, △신문 생존기반 확보, △언론장전 제정, △직선제 추진 및 조직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꼽은 바 있다.

“YTN 조준희 사장 내정자 끌어준 사람 있을 것…방송통제 우려”

오는 3월에 YTN과 연합뉴스 사장이 교체된다. 이 밖에도 2015년에는 KBS·EBS 이사와 사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바뀐다. 방송사 경영진 교체는 올 한 해를 꿰뚫는 이슈다. 언론노조 활동 또한 상당 부분 여기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김환균 위원장은 “올해는 공교롭게도 방송관련 일정이 많기 때문에 우선 그 쪽에 온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제8대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의 모습(사진=언론노조)
YTN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과 관련해 김환균 위원장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조 내정자가 금융인으로서 능력이 있고 신망을 얻었던 분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좋은 평가들도 많이 있다. 그 분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아닌 왜 YTN인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틀이 있어 붕어빵 찍어 내듯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방송을 모르시는 분이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준희 내정자가 YTN 사장으로 오게 된 것은 자기만의 의지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다른 누군가가 강력한 손으로 잡아 끌어줬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조 내정자가 아니라, 제3의 세력에 의해 방송통제가 이뤄지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언론인’ 포함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김환균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김영란법이 좌초돼선 안 된다는 게 첫 번째”라면서 “모든 법은 다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악용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 법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하는 논리는 선후가 바뀐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 권성민 PD가 해고된 게 법이 잘못되어서였나.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직자 윤리를 규율하는 법이라는 반론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뜨악하기고 했지만, 공직자가 가져야할 엄정한 윤리의식처럼 언론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본다”고 소견을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책 <대통령의 시간>(회고록)에는 MBC <PD수첩>에 대해 “그 프로그램만 본다면 3억 미국인들과 우리 국민들은 식품이 아니라 독극물에 가까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셈”이라고 적시해 비판의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환균 위원장은 “언론은 본래 99가지가 안전하고 한 가지 위험성이 있다면 그 한 가지가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언론의 경보기능”이라면서 “언론이 해야 할 몫을 한 것인데 이를 잘못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언론에 대해서 무지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뉴스 잘 안 본다”…김환균 위원장, “끝끝내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은 희망”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 대한 지상파 보도에 대한 비판이 컸다. 단순 전달자의 역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뉴스를 잘 안 본다. 좀 오래된 일”이라며 “뉴스가 저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정파적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칭찬해야할 것이 있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해야할 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칭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왜곡”이라고 쓴 소리를 던졌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취임에 앞서 팽목항을 다녀오기도 했다.

“언론이 눈과 귀를 닫으면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그렇다. 그 엄청난 사건에 온 국민이 충격을 받고 슬퍼했다. 그때 공영방송사들이 어떻게 했는가. ‘우는 장면은 내보내지 마라’. ‘정부비판 하지 말라’고 했다. 온 국민이 슬퍼하고 억울함이 있다면 방송사가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눈물과 슬픔, 억울함 이런 것들을 다 빼버리고 나중에는 끝내 피해자 가족들이 마치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에)그렇게 지시한 사람들은 그게 현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충성심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을 위한 충성이 아닌 특정 정치세력을 위한 충성심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뉴스가 시청자들과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

2015년 언론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낮다. 이완구 총리는 ‘언론탄압’ 녹취록 파문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올랐다. 김환균 위원장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기한테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지가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다’, ‘대학교수·총장도 시켜준다’고 했던 분이 나중에는 토마스 제퍼슨의 ‘언론없는 정보보단 정부없는 언론이 낫다’고 이야기했다”며 “한 사람이 그 두 가지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환균 위원장은 “전자가 이완구 총리의 본 마음 일 것”이라며 “그 당시 아무런 억압도 받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에는 청문회라는 압박상태에서 나왔다. 그런 분이 총리가 됐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60위를 기록했다. 기자들에 대한 청와대의 잦은 고소고발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범 초기 담화문에서 밝힌 ‘방송장악 의도는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발언은 거짓에 가깝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김환균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정부가 개입하게 돼 있다”며 “이런 발언을 하시려면 1차적으로 인사추천지명권을 포기해야 한다. 전혀 그렇지 못한 사람들(낙하산 입맛에 맞는 사장 등)을 방송사 사장으로 앉혀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KBS의 사장은 여당 대 야당 추천 7대4(총11인)에서 다수결로 결정된다. MBC 사장 또한 6대3(총9인)으로 구성된 방문진에서 선출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5년 언론노조 및 시민사회가 다시 한 번 싸움을 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환균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희망’을 이야기했다. ‘암흑의 시대’, 모두가 말렸던 언론노조 위원장에 그가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결국 그것이었다. 어둡고 긴 터널이 끝나고 나타날 그 희망 말이다.

“언론노조 위원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왜 이렇게 힘든 시기에’라고 말씀을 새주셨다. 전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계속 힘들었잖아요. 이제 끝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사실 믿음이기도 하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금까지 지나왔다면 터널의 끝이 멀지 않았다. 터널을 지나면 설국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끝끝내 포기하지 말아야할 것은 희망이다. 그리고 그 날을 위해 작은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 나아지지 않겠나. 그런 심정을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의 2년을 살 것이다. 이 시대 눈길을 처음 걷듯이 잘 걸어가자. 나는 눈길을 걷다가 어딘가에 빠질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뒷사람에게 길이 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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