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J기자님, 안녕하세요.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에서 일하고 있는 박장준입니다. 편지를 띄우는 이유는 제가 기자님의 낚시 기사에 낚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기 때문입니다. 절대 기자님 탓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평소 포털에서 연예뉴스를 즐겨 보지 않습니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관련 기사도 제목만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낚였습니다. 기자님이 오늘 낮 2시 반께 쓴 <고영욱 7월 출소, 과거 신세경에게도 접근?…길 반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말이죠.

원래 이 기사를 보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오늘 SNS에서 화제가 된 매일경제 기사 <모든 근로자 계약직으로 뽑아 한국기업 다시 뛰게하라>를 보기 위해 들어갔다가, 기사를 끝까지 읽고 화면 우측에 있는 ‘오늘의 화제’ 기사묶음에서 <[단독]지나, 뇌염 투병…걸그룹 단발머리 해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웬일인가 싶어 들어가 봤고, 이 기사도 끝까지 읽고 나니 오른쪽 ‘연예 화제’ 코너에 기자님의 기사가 있어 눌러봤을 뿐입니다.

제목을 보고 ‘과거 했던 이야기 우려먹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일단 그 ‘멘트’가 뭔지 궁금해서 눌렀습니다. 기사는 “‘성추행 혐의’ 고영욱이 7월 출소 앞둔 가운데 과거 가수 길의 충고가 눈길을 끈다”고 시작하더군요. ‘도대체 그 충고가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기사를 읽었습니다. 고영욱은 2011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함께 출연한 신세경에게 “세경아, 널 좋아해”라고 말했고, 길은 “다른 사람은 다 돼도 고영욱은 안 돼”라고 말했다는 단순한 내용입니다.

▲ (이미지=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서 내려받음)

아마도 이 기사를 쓴 이유는 “지난 23일 한 매체가 ‘고영욱의 출소일은 2015년 7월 10일로, 출소까지 117일 남았다’고 보도”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고영욱’이 오늘 네이버 실시간급상승검색어에 걸려 있기 때문이겠죠. 아니, 위에서 쓰라고 시켜서 그냥 썼겠죠.

인턴기자에게 이런 기사를 쓰게 한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하면서도 낚시기사의 ABC를 모두 갖춘 기사를 쓴 J기자님에게 솔직히 놀랐습니다. 유명인을 가득 넣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 돌아다니는 고영욱-신세경-길 방송화면 캡처,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끝맺음까지. 완벽합니다.

근데, 이건 기사가 아닙니다. ‘약’ 파는 겁니다. 아마 J기자님도 충분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자가 되길 희망하면서 이런 기사를 쓰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식의 기사 쓰기는 정작 현업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이슈 대응력과 순발력을 기를 수 있지 않느냐며 잘 팔리게 말아보라고 하겠지만 눈곱만큼도 도움 안 됩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거나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당장 그곳을 그만두기를 권합니다. 그런 기사를 쓰는 데 익숙해지면 ‘언론은 다 그렇다’고 ‘달관’하게 됩니다. 기자님은 디지털뉴스부가 쏟아내는 ‘바이라인 없는 기사’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기자가 될 가능성이 99.9%입니다.

J기자님, 해보니까 별 게 아니죠? 맞습니다. 그래서 훌륭한 기자들과 작가들의 글을 더 읽고, 자기 생각을 더 쓰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오랜만에 기자님에게 낚였을 뿐이고, 뜬금없이 편지를 보냅니다. '실급검' 기사와 어뷰징으로 눈에 띄는 기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실과 주장을 전달하고, 다른 기자들이 인용할 만한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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