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가 언론과 시민들에게 ‘계도용’ 보도자료를 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말기유통법)을 ‘단통법’으로 부르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유는 “현재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단통법’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며, 법령의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 등 법제처 약칭기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12일 방통위는 “‘단통법’의 ‘통’이 유통의 의미가 아닐 뿐만 아니라 ‘통신사’의 의미를 내포하여 전혀 이질적으로 사용” 중이라며 이 법의 약칭을 ‘단말기유통법’으로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강조했다. 언론과 시민들이 ‘단통법’을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으로 비꼬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법제처가 권고한 ‘법률명 약칭기준’은 “가능하면 짧게 만들되 법률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축하고, 어려운 용어는 일반적 표현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방통위는 지난해 5월 간담회 이후 ‘단말기유통법’으로 약칭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간결하면서도 법률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단말기유통법’ 으로 약칭을 통일하여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보다 더 축약 필요성이 있을 경우 ‘단말기법’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사진=현대캐피탈 블로그)

단말기유통법은 법 논의 과정부터 문제가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을 시행했다. 휴대전화 제조회사인 삼성전자 등이 반대로 정부는 ‘분리공시제’ 조항을 뺐다. 법안 논의 당시 미래부 윤종록 차관 등 미래부 관료들은 삼성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한 법안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이때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유통법은 ‘반쪽짜리’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법 시행 뒤, 시민들이 체감하는 보조금은 크게 줄었다. 번호이동 건수도 줄었다. 실제 이동통신사의 2014년 연간 실적을 보면, 일부 통신사의 ‘마케팅비’는 줄었다. 보조금이 늘어난 단말기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구형 단말기’인 경우가 많다.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비판여론이 여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삼성 등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보조금이나 기타 비용을 시장가격에 미리 반영해 통신요금을 뻥튀기해 온 것으로 드러났으나,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통신원가를 바탕으로 요금을 규제하지 않았다. 통신요금에 대한 마지막 규제수단인 ‘요금인가제’마저 폐지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법 시행 뒤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이용자 차별이 줄어든 반면 합리적 소비는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시장을 ‘LTE’로 전환하고, 이용자를 ‘고가요금제’로 갈아 태우는 데 성공했다. LG유플러스는 업계 3위이지만 LTE 전환율이 가장 높은 덕에 SK텔레콤 이상의 가입자당 매출(ARPU)을 기록 중이다.

이제 이동통신사에게 단말기유통법은 한층 끌어올린 가입자당 매출(ARPU)을 유지되는 중요한 조건 중 하나다. 그 동안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 뺏기 전쟁을 하며 보조금을 살포했으나 연간 수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이제 마케팅비를 줄이고 가입자를 유지하는 게 더 이득인 상황이 됐다. 단말기유통법이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방통위가 이동통신사 홍보팀을 대신해 ‘국민계도용’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동통신사들도 ‘단통법’이라는 약칭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보도자료를 내며 ‘단통법’이라는 약칭을 쓰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그렇다. 참여연대도 마찬가지다. 방통위의 오지랖에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 거세지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