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치부 기자들을 만나 “흠이 좀 있더라도 덮어 달라”는 발언과 함께, 자신과 언론사 고위직의 관계를 자랑하며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와 관련, 실제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친한 기자들과의 사적인 자리였다”면서도 “국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KBS는 6일 <이완구 “언론사 의혹 제기 막았다”…“사실무근”>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후보자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자신에 관한 의혹 제기를 하지 못 하도록 막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실이 제공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 KBS 리포트 갈무리

이완구 후보자는 지난달 말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정치부 기자들을 만나 언론사 간부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자신의 의혹 관련 방송을 막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고, △△△한테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임마, 빨리 시간 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이 언론사 인사에도 개입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도 했다. 녹취를 들으면 이완구 후보자는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국장, 걔 안 돼, 해? 안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면서 이완구 후보자는 “좀 흠이 있더라도 덮어주시고, 오늘 이 김치찌개를 계기로 해서 도와주소”라며 부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 KBS 리포트 갈무리

녹취록이 공개되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부덕의 소치이고 공직 후보자로서 경솔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린데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병역문제, 삼청교육대 근무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번 보도개입 파문은 이완구 후보자 거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논평을 통해 “기자들 앞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검증보도를 못 하도록 위협을 가한 것”이라며 “이 후보자는 부당한 언론개입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언론의 자유를 훼손했다. 민주적 절차인 공직후보자에 대한 언론 검증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이어 “국회는 이제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언론개입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 후보자의 즉각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이완구 후보자가 실명을 거론한 한 언론사 간부는 KBS에 전화를 받은 적은 있으나 방송을 막은 적은 없다고 했고, 또 다른 언론사 간부는 “이 후보자 말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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