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회사를 향한 반복적 해사행위에 대한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조치”라며 입사 4년차 예능PD를 해고했다. (▷ 관련기사 : <MBC, 권성민 PD 해고 확정 “수준 너무 잘 보여준 결과”>) 권성민 PD가 자신의 SNS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라는 웹툰을 문제 삼아, 취업규칙(‘준수의무’, ‘품위유지’)과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공정성’, ‘품격유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 권성민 PD 웹툰 <예능국 이야기> 1편 일부

MBC는 해고 확정 소식을 알리면서 ‘원칙과 기본을 지켰다’고 했지만 언론계 안팎 반응은 싸늘하다. 웹툰을 문제 삼아 순식간에 이뤄진 해고 조치에 “MBC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상식과 합리, 이성을 되찾도록 하라”, “청와대를 향한 충성경쟁의 산물”, “역사에 남을 과오를 되돌릴 수 있었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등 분노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 관련기사 : <“4년차 권성민 PD, MBC 경영진 ‘충성경쟁’에 희생”>)

김재철 사장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2012년 170일 파업을 벌이다 해직된 MBC 해직자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 정영하 전 위원장은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인사위원회 결과”라고 말했고,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MBC 자체를 개인 소유물로 간주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웅 전 사무처장은 “MBC 조직문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박성호 기자는 “유배 간 사람이 ‘유배 갔다’고 말하는 게 비방 행위라고 하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꼬집었고, 박성제 기자는 “정말 큰일을 할 수 있는 인재인데 경영진이 올가미를 씌워 해고해 굉장히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최승호 PD는 “이 정도의 징계를 내릴 만한 사안인지, 또 징계대상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MBC의 김정남 인터뷰 보도 내용을 미리 알렸다는 이유로 해고된 이상호 기자는 “예능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해직자들이 2일 <미디어스>와 한 전화 인터뷰 답변 전문.

MBC노조 정영하 전 위원장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인사위원회 결과라고 생각한다. 언론사는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가장 잘 지켜야 하는 조직이다. 더구나 잘못된 조직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거기 속한 조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취재원으로 활용해서 보도를 하게 하는 데가 언론사 아닌가.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하는 내용을 받아서 보도하는 행위를 하면서 스스로 내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꼴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보도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집 안(MBC)과 밖의 문제를 이원화해서 본 게 아닌가. 한마디로 ‘MBC맨으로 있는 동안에는 MBC에 대한 욕을 하지 말아라’ 이거다.

(이번 해고는) 현재 경영진들의 철학이 상당히 권위적인 것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한다. 한참 어린 것이 뭘 안다고 이야기를 하느냐, 이런 식이다. 내용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떠나서. 시시비비를 애기하면서 연차가 얼마나 되는지 따지는 게 우스운 것 아닌가. 오히려 조직 내에서 문제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신입사원이다. 한곳에 오래 몸담은 사람은 ‘그렇게 살아온 것 아닌가’ 하면서 넘길 수 있지만, 신입사원들은 다르다. 조직이 정체되지 않으려고, 썩지 않으려고, 그들을 뽑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결국 무엇이 옳고 그른지 법정에서 의견을 구하게 될 텐데, 법정에서 권성민 PD에게 잘못이 없다고 나오면, MBC가 틀렸다고 하면 과연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해고 결정을 내린) 당사자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건지… 저희가 아는 법 상식과 언론사 존재 이유 등을 비추어 보면 권성민 PD 징계 건은 적법하지 않다고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영진은 그런 점에서 자신들이 행한 행위가 얼마나 무도한 것인지, (해고 조치가) 법을 넘어서는 권위적인 폭력인지를 스스로 느껴야 한다.

웹툰에서 (비방과 명예훼손) 내용을 아무리 찾아보려고 해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틀린 말이 없지 않나. 김재철 사장 컷도 본인 스스로 카메라 앞에서 표현한 것을 갖다 쓴 것이고. 아무리 세상이 엄혹하다고는 하지만 (MBC 경영진은) 대한민국을 상황을 70~80년대로 보는 것 같다. 무 자르듯 가차 없이 사람을 자르고. 50년 간 MBC에서 여러 징계가 있었지만, 그때보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3년과 새 경영진 2년까지 최근 5년 간 징계 받은 숫자가 지난 50년보다 훨씬 많다. 권성민 PD는 가장 역사상 가장 지독하고 어이없는 징계다. 회사가 ‘까불지 말라’며 막내 사원에게 폭력을 쓴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해 분개하고 참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라도 ‘튀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엄포를 놓은 것 같은데 회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MBC노조 이용마 전 홍보국장

“해고 사유도 아니고 그냥 말 그대로 자기들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대로 ‘본보기’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거 같으면 가차 없이 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지금 그런 행태 뒤에는 지금 공영방송을 공영방송으로 여기지 않고, 방송을 경영진의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습성이 묻어난다고 본다.

저도 3번에 걸친 만화를 다 봤다. 그런데 이게 무슨 품위 유지와 상관이 있다. 자기 삶을 만화 소재로 삼아 가볍게 다룬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품위 추락시킨 부분을 단 하나도 찾으려고 해야 찾을 수가 없었다. 쉽게 말하면 만화 일기인데 일기 썼다고 그걸로 처벌하는 셈이다. 김재철 전 사장 언급을 문제 삼는데 본인이 한 말을 가지고 두 컷 쓴 게 전부다. 그 정도 표현의 자유도 없으면 숨 쉬지 말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MBC노조 강지웅 전 사무처장

“광적인 짓이다. 이해하기가 힘들다. MBC 조직문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어린 막내, MBC 미래를 짊어지고 갈 친구인데 해고하는 것을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원심에서 겁주고 재심에는 적당히 맞춰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게 됐더라.

회사가 떳떳하고 자신감이 있었으면 (권성민 PD 글이나 웹툰을 보고도) 웃어 넘겼을 텐데 이러는 것을 보면 자신감의 결여 때문인 것도 같다. 수백명 대기발령, 교육발령 낼 수 있고 마음껏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경영진이 이렇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걸 보면, 자신들 자리가 좌불안석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무언가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박성호 기자

“저나 다들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사실 모르겠다. 뭐라고 해야 할지. 유배 간 사람이 유배 갔다고 말하는 게 회사 비방행위라고 하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찍소리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해고가 발생한 것인데 파업 이후 이런 문제로 해고를 한 건, 경영진이 권성민 PD가 한 이야기를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일반 상식하고는 맞지 않지만”

박성제 기자

“그동안은 재심에 안 좋은 영향 있을까봐 아무 얘기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얼마 전 권성민 PD를 볼 일이 있었다. 유배당할 때. 후배 소개로 등산을 같이 했었는데, 사람이 참 괜찮더라. 일단 똑똑하고 성품도 참 좋다. MBC 후배들 다 괜찮지만 진짜 큰일을 할 수 있는 인재인데 경영진이 그런 올가미를 씌워가지고 해고한 것에 해서 굉장히 안타까웠다. 기존 해직자들은 파업이라든가 이런 갈등을 거쳐서 미움을 샀지만, 이 친구는 인터넷에 글 한 번 올렸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닌가.

조금 있으면 주주총회다. 아마 경영진들이 방문진 이사들이나 정권의 보수적인 인간들에게 잘 보이려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 노조를 솎아내고 있다’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그런 의미도 꽤 있었을 것 같다. 결국 경영진에 의해 앞날 창창하고 똑똑한 후배가 희생당한 거라고 생각한다”

최승호 PD

“참담한 일이라서… ‘유배상태’라는 것은 개인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니, 오히려 절제된 표현이지 그걸 비방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유배’라는 말은 굉장히 점잖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웹툰도 보면 구체적으로 회사에 대해 비판했다기보다는 자기가 (예능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MBC라는 회사가 이렇게 나쁜 회사다, 하는 것보다는 예능국에 있는 선배들이 이런 식으로 일하고 이렇게 재미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밖에서 볼 때는 MBC라고 하면 전반적으로 이미지를 안 좋게 보기도 하는데, 예능국의 특이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웹툰으로 그려줌으로써 MBC에도 아직 저런 부분이 살아있구나 하고 느끼는 대목도 있지 않을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권성민 PD라는 사람이 저런 일을 당했구나’ 하는 것도 인식하겠지만 ‘MBC 예능 PD들은 참 열심히 일하는구나. 또 저렇게 독특한 문화가 있구나’ 하는 재미 요소가 훨씬 강할 거라고 본다.

경영진은 ‘유배’라는 단어가 자신들을 비판했다고 하는데, 회사 차원에서 (해고를) 결정했다기보다는 복수심을 가진 개인들이 주관적인 억하심정으로 해코지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재철 이후 상황에서 MBC 징계는 완전히 객관성을 잃어버린 것들이지만, 이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만큼 과거 사례를 비춰 봐도 이런 이유로 해고라는 징계를 내릴 수 있나, 아니 애초에 징계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전혀 징계대상 아니라고 본다

이상호 기자

“진실에 이어 웃음마저 쫓아내는가. 보도에 이은 예능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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