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사실상 활동이 축소 될 상황에 처했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26일 현재 특별위원회인 을지로위원회를 전국위원회로 승격해 달라는 당내 요청에 명칭을 ‘민생실천위원회’로 바꾸고, 을지로위 사무조직을 현 대국민 민원접수 조직인 국민참여국과 통합해 ‘국민인권국’으로 정할 계획을 결정했다. 이 같은 과정에는 을지로위 활동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기존 당내 위원회의 견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복수의 을지로위원회 보좌진과 새정치연합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김성곤 의원) 내 중앙조직TF는 이 같은 조직개편안을 내부 결정하고 이를 오는 29일 간담회에 올리고 2월 2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애초 을지로위원회는 그 동안의 활동을 평가하고 전망을 밝히면서 위원회를 전국위원회로 승격해 달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중앙조직TF는 명칭을 ‘국민인권위원회’로 변경하려 했고,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F가 내놓은 결과가 바로 ‘민생실천위원회’다. TF는 이 위원회의 약칭을 ‘을지로위원회’로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을지로위원회는 시민사회와 사회운동 진영에서 ‘새정치연합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그간의 활동 평가로 봤을 때 전국위원회 승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위원회 승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내 일부 인사들은 ‘을지로위원회라는 명칭은 부담스럽다’, ‘다른 위원회나 당내 조직과 역할이 겹친다’는 이유로 명칭 변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을지로위원회의 한 보좌진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갑을관계를 꾸준히 제기해 온 을지로위 활동을 부담스러워하며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을지로위를 견제하면서 위원회 활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꾸준히 내보내고 있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우리 활동은 갑을관계의 불공정 문제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국회가 챙기지 못한 민생문제 위주로 이루어졌다”며 “의원실과 사무국, 시민단체-노동조합-중소상인과 국회의 협업과정이었는데, 을지로위원회라는 이름을 지우고 민원부서와 통합한다는 것은 이런 문제의식과 활동 방식을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우원식 은수미 장하나 의원 등이 소속돼 있고, 이 의원들의 보좌진과 사무국 3명이 함께 협업 운영 중이다.

지난 22일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인권, 국민 이런 용어로 을지로위원회가 각색되어 진다면 이제까지 구체화하던 의제들은 추상화되고 ‘갑의 횡포, 을의 눈물’이라는 계급성이 내포된 프레임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사무국은 독립적인 부서가 되지 않아도 된다. 지금처럼 활동해도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을지로위원회의 명칭과 공정한 경제 생태계, 비정규직, 중소자영업자의 의제만은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013년 남양유업 사태 이후 당내 위원회로 출발했다. 각 분과별로 책임의원을 두고 원-하청 불공정 계약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현장에서 해결했다. 상생협약 체결을 중재하고 현장의 문제를 바탕으로 관련법을 바꾸는 데까지 성공한 사례도 많다. 서울시의회 등 지역의회에서조차 이 모델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을지로위원회가 민원국에 통합되는 것에 대해 시민운동진영도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갑의 횡포, 을의 눈물’ 문제를 제기하며 을지로위원회와 함께 남양유업 문제부터 중소상인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2년 가까이 제1야당의 몫을 한 것은 을지로위원회”라며 “그 명칭마저도 부담이 되거나 감당을 못한다면 야당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안진걸 처장은 이어 “을지로위원회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큰 상황에서 누가 보기에도 제 몫을 하고, 때로는 진보정당들보다 더 크고 적극적으로 갑을 문제에 헌신해 왔다”며 “여기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 망정 힘을 빼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면 국민들의 실망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비정규직과 중소상공인, 청년 등 갑을문제 피해자들이 달려가는 을지로위원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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