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현재’를 확인한 날이었다. MBC는 기자들의 정당한 취재를 충분한 이유와 설명 없이 방해하고 저지했다. 권재홍 부사장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라며 취재를 시도한 기자 한 명은 가열차게 쫓아냈다. 채증 카메라 2~3개를 동시에 가동시키면서, 아예 "채증전문요원이 있다"고 밝혔다.

MBC는 21일 권성민 PD에게 해고 통보를 내렸다. 19일 △취업규칙 위반 △MBC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위반 등의 사유로 인사위원회를 열었고 이때 최고 징계에 해당하는 ‘해고’를 결정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2일 오전 8시부터 권성민 PD 해고 반대 피케팅을 벌였다. (사진=미디어스)

권성민 PD는 2012년 170일 간 이어진 김재철 퇴진 및 공정방송 쟁취 파업을 앞둔 2011년 입사한 예능 PD로,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MBC 보도 내용을 비판하고 김재철 이후 MBC의 처참한 상황을 전한 글을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올려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재심에서도 정직 6개월이 확정됐고, 지난해 12월 복귀했을 당시에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이 나 ‘보복인사’ 논란이 있었다. 이번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문제 삼아 해고 조치를 내렸다.

‘회사 명예훼손’ 및 ‘품위유지 위반’을 이유로 이상호 기자를 해고한 지 2년 만에 또 해고자가 발생한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불명예 퇴진한 이후 발생한 첫 해고 사례일 뿐만 아니라, 내부의 예상을 뛰어넘은 중징계 조치여서 MBC 안팎에서는 ‘부당징계’라는 비판이 거세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MBC 최후의 조치"라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권성민 PD는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나 MBC는 강경한 입장이다. MBC는 21일 낸 입장에서 “편향적 성향과 개인적 불만에 따라 행하는 해사행위”라고 규정하며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이 담긴 주장을 회사외부에 유포해 회사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지 기자였으면 출입시키지 않았을 것”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노조)는 22일 오전 8시부터 경영센터 1층에서 침묵 피케팅을 벌였다. 하지만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 피케팅을 취재하는 것 자체를 MBC는 몹시 불편해 했다.

8시 50분 경, 이름을 밝히지 않은 보안요원이 기자들 무리에게 다가와 “지금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된다. 미디어지 기자들인 걸 알았으면 못 들어오게 했을 것”이라며 “(노조가) 시위를 하고 있지 않나. 이럴 때는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럼 왜 처음부터 취재를 막지 않았냐고 하니 “노조원인 줄 알았다”고 했다.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한 설명에 설득력이 떨어져 기자가 “취재 막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고 방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하니 “노 코멘트”라며 입을 닫았다. 다른 기자들도 “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설명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권재홍 부사장에게 질문하려는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를 막고 있는 MBC 보안요원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오전 9시 2분 경, 권성민 PD의 해고를 결정한 인사위원회의 인사위원장을 맡은 권재홍 부사장이 출근했을 때에는 임원들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MBC 보안요원들의 민첩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한 기자는 이 과정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권재홍 부사장에게 다가가 “권성민 PD 왜 해고한 겁니까? 한 말씀 해 주시죠”라고 하자 순식간에 4~5명의 보안요원이 따라붙어 “내보내”, “끌어내”라며 저지했다. 결국 김도연 기자는 건물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불과 1~2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완고하고, 삼엄한 MBC 현재를 목격한 날이었다. 피케팅을 하는 내내 2~3대의 채증 카메라가 곳곳에 놓여 노조원들과 이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찍고 있었다. 일부 보안요원은 기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몇 차례 찍기도 했다. 새롭게 확인한 사실도 있다. MBC는 채증전문요원을 보유하고 있다. MBC 보안요원이 직접 말한 사실이다. 피케팅을 마치고 난 후, 회사는 MBC노조에 전화를 걸어와 오늘 취재를 온 기자들의 매체와 이름을 물었다고 한다.

일반인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MBC 로비를 출입하는 것을 “미디어지 기자인 걸 알았다면 들여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으로 당당하게 막고, 채증전문요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조금도 거리끼지 않으며, 뒤로는 매체 기자의 신원을 파악하려 드는 곳이 지금의 MBC다. 공식입장을 내어 ‘법적 대응’, ‘강력 조치’ ‘비방’ 등의 강경한 표현을 쓰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매체들에게도 엄포를 놓았던 것을 알고 있어 내성이 생겼다고 믿었는데, 아니었다. 늘 예상을 뛰어넘는 까닭이다. 하기야, 정정 요청이나 언론중재위 절차도 없이 고소부터 가는 언론사다.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 이날 피케팅 장소에는 2~3대의 채증 카메라가 놓여 있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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