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의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이 95일째를 맞았다. 뜨거운 여름날 투쟁을 시작한 YTN 노조원들은 어느덧 선선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오는 25일이면 100일을 맞이하게 된다.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은 노조의 투쟁이 100일까지 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YTN노조원들의 주장이 옳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투쟁에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노조원 개개인의 자신감이 투쟁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YTN을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노조의 투쟁 모습을 보도하기 보다는 "구본홍씨가 왜 사장으로 안되는지" 등을 비롯한 YTN 사태의 본질을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현재 YTN 노조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구본홍씨가 사퇴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사장으로 와 더 이상 투쟁하지 않고 오로지 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노종면 지부장. ⓒ송선영
구본홍 저지 투쟁이 100일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했나? 투쟁 원동력은 무엇인가.
"주변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투쟁이 100일까지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순간 투쟁하는 명분에 대해 주장할 뿐이지 구체적인 시기를 정해 생각해 본 적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주장이 옳기 때문에 투쟁을 이어올 수 있었다. 사실 아무리 명분이 옳다고 해도 노조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안 된다. 그러나 노조원 대부분이 스스로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고, 이런 자신감에서 노조의 투쟁 동력이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출근저지투쟁, 제작투쟁, 인사거부투쟁, 생방송 피켓 시위, 블랙투쟁 등 '21세기형 투쟁'이라는 표현이 붙을 만큼 투쟁이 기발하다.
"투쟁 아이디어 대부분은 노조원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물어 총의를 집행한다. 노조원들 가운데 적극적으로 투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분들이 많다. 제시된 아이디어 중에서 집행 위원들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 실행하는 것뿐이지 지부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지부장이 투쟁의 소소한 것까지 혼자 결정하는 조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회사 쪽에선 노조의 투쟁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국정감사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YTN의 시청률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노조의 투쟁 때문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나?
"시청률 데이터만으로 노조의 투쟁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정상적인 경영 상태에서도 YTN은 시청률 굴곡이 있었다. 이미 지난해 말에도 시청률 하락세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대선방송, 촛불방송을 공정하게 해야만 시청률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그런 부분에 소홀했다.
노조 때문에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치적 공세일 뿐이다. 경영 부분에서 노조 투쟁 때문에 광고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회사의 경영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YTN의 광고 수주 상황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다른 곳과 비교했을 때 우위이다. 지난 올림픽 때 기업들이 광고를 집중했기 때문에 3/4분기 광고 매출 하락은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던 부분이다. 회사도 광고 매출 하락을 예상했었고 대비책을 갖고 있다."

현재 YTN 노조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YTN 내부적으로 볼 때 수직간의 분열, 즉 간부와 노조원들 사이에 보이는 갈등과 분열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이미 간부들과 노조원들 사이의 힘의 균형은 깨진 상태로, 다른 조직처럼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양상은 아니다. 간부들은 그들 주장의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다. 그래서 간부들은 드러내놓고 공개적,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못한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지키고 투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본홍씨가 사퇴하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올 텐데, 만약 제2의 구본홍이 오면 똑같이 저지할 것인가.
"아무리 막나가는 정권이라 하더라도 또 낙하산을 보내겠는가. 그래도 만약 차기 사장으로 오는 사람이 낙하산이 명확하다면 막을 것이다."

노조원 6명 해임을 비롯한 33명에 대한 징계는 예상했었나?
"이런 징계 수위를 예상하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라고 본다. 21세기에 비정상적인 만행이 저질러졌다. 구본홍씨가 낙하산이고 사장으로서 여러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최소한 시대의식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십 년만에 처음이라는 집단 해고, 33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본다. 심지어 정권 핵심부에 있는 사람들 상당수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일 오전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에서 "사내에 '정권이 YTN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가 이러한 이야기를 노조에 전해온다. 노조는 이를 일종의 협박으로 보고 있다. 발언의 진위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YTN에 대한 협박이다. 정권 차원에서 YTN을 협박하는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받아 노조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사내 일부 인사들의 작태는 반드시 바로잡고 막겠다."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연일 많은 언론에서 YTN사태를 보도하고 있는데 아쉬움은 없나.
"아쉬움은 없는데, 다만 언론들이 지난 국정감사 보도에서도 드러났듯이 부문에 집착하고 있고 노조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보도하는 것 같다. 처음에는 구본홍씨의 대선특보 이력이 부각되었다면 지금은 그것 못지않게 90여일 동안 보여준 그의 자질, 무능함, 위선 등 이런 부분들이 다뤄져야 하는데도 대부분 언론들은 'YTN 노조가 투쟁을 예상밖으로 잘해왔다' '구본홍은 낙하산이기 때문에 안된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사실 노조에 대한 칭찬도 고맙지만 그보다는 '구본홍이 왜 안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론들의 보도가 한편으로는 고맙기는 하지만 사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YTN사태의 핵심은 '구본홍이 왜 안 되는가' 이고, 그 '왜'의 이유가 상당 부분 진화돼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관심을 더 기울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YTN 노조원 징계를 기점으로 총파업 투표 실시를 결정했다. 다른 언론사들의 지지 선언이 이어지고, 오는 24일 언론인 시국선언이 예정돼 있는데 다른 언론인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YTN 문제를 조금 더 본질적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YTN노조 잘한다는 격려도 물론 힘이 되고, 징계만은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히 설득력 있고 고맙지만, 징계가 풀린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구본홍씨가 갖는 상징성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YTN 사태가 갖는 상징성은 결국 언론 전반의 문제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각사에서 우리와 비슷하게 정권과 얽힌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니 자신의 목소리를 잘 낸다면 자연스럽게 연대도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힘이 커지지 않을까."

구본홍씨와 간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본홍씨 본인이 대표이사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사퇴하면 된다. 간부들도 더 이상 앞가림을 위해서 구본홍 꼭두각시를 자처해서는 안 된다. 또 구본홍씨가 흔들린다고 해서 또 다른 주인 찾아 뛰어다니는 영달을 위한 모습을 진정으로 버릴 때 후배들과 하나 되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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