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자 동아일보 8면 머릿기사에는, 노무현 정부의 5년간 정부광고 수주금액에서 동아일보만 유독 4.2% 감소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의아한 대목이다. 어째서 종합일간지 모두 증가추세였는데 어떻게 동아만 감소할 수 있을지.

▲ 동아일보 17일치 8면 기사
동아는 이날 보도에서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의 말을 인용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정부광고 수주금액을 보면 한겨레는 57.7%, 경향신문은 49%가 증가한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 20%, 23% 증가에 그치고, 동아일보는 오히려 4.2% 감소했다”며 “언론재단이 정부광고 배정을 통해 언론통제 대리인 역할을 한 것 아니냐”고 전했다.

해당 기사는 지난 1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언론재단 한국방송광고공사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언론중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온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한 질타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유독 동아만 정부광고 수주가 감소했다는 ‘어려운 살림살이’ 내용을 공개하면서까지 동아일보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결국 ‘노 정권의 동아 탄압(?)’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광고 게재현황은 매번 국감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고 올해 국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쏟아져 나온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 17일자 동아일보의 보도가 더욱 아리송해진다.

지난달 22일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언론재단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참여정부 시절의 9개 종합일간지 중 정부광고 수주액을 보면, 동아일보는 3위로 상당한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안 의원은 해당기간 수주액 순위는 중앙일보(248억원), 조선일보(205억원), 동아일보(198억원), 서울신문(192억원), 한겨레신문(165억원), 한국일보(138억원), 경향신문(138억원), 세계일보(96억원), 국민일보(85억원) 등의 순이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분석도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언론재단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동아일보의 정부광고 수주액수는 2003년 37억3,861만6천원(2위)에서 2004년 40억7,129만9천원(3위), 2005년 40억7,090만4천원(4위), 2006년 43억7,501만2천원(4위), 2007년 35억7919만6천원(4위) 순이었다.

위 자료들로 미루어보면, 노무현 정부시절에도 ‘조중동의 정부광고 독식현상은 여전했다’는 분석을 내릴 수 있다. 해당기간의 순위변동을 보아도 정부출자기관인 서울신문이 3위와 4위를 오갔고, 한겨레는 순위변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아일보가 여러 자료들을 제치고 17일자 기사에서 골라온 ‘동아는 (정부광고 수주액) 4.2% 감소’ 라는 ‘이상한 보도’에서 던지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동안 동아일보가 노 정권에게 탄압받아 왔으니 이명박 정부는 광고 좀 많이 넣어달라는 말인지.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노 정권과 맞서싸우느라 피멍이 들었으니, 우리 싸움의 최대 수혜자인 이명박 정부가 물파스를 발라줘야 한다는 건지.

어찌되었든, 위의 자료들만 보아도 동아일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받은 정부광고가 섭섭한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더구나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또다른 자료를 보니,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종합일간지에 실은 정부 광고액수 순위에서 동아는 26억1400만8천원으로 조선(33억2893만7천원), 중앙(29억1393만8천원)에 이어 3위다. 이명박 정부의 광고수주는 동아일보가 걱정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

정권이 바뀌자 ‘조중동 독식현상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민 문화부 2차관이 4월11일 각 부처 대변인 회의 뒤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광고 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등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며 청와대도 “직접 간여하고 있다”고 공개시인한 뒤, 급속히 ‘경향·한겨레 배제’ ‘보수신문 집중’ 기조로 흐르고 있다는 것. 최근 한미FTA와 미국 쇠고기협상 관련 정부광고에서 그런 우려들이 실제로 나타났다.

최문순 의원실 발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20일 집행한 <한미FTA, 위기를 기회로 바꿉시다> 광고를 조선·중앙·동아·문화에만 게재했다. 또 5월23일 같은 광고를 국민·서울·한국에 추가로 집행하면서도 유독 경향·한겨레는 배제했다. 광고단가도 ‘조중동’은 각각 5000만원을, 문화는 3200만원을, 국민·서울·한국에는 각각 2640만원씩으로 차등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미국 쇠고기 협상 관련 <어려운 결정> 광고를 6월26일 조선·동아·문화·서울·세계 등 5개지에 집행한 뒤 6월27일 중앙·국민·내일·한국에 추가로 집행하면서 역시 경향·한겨레는 배제했다. 광고단가에 있어서도 ‘조중동’과 기타 신문들은 2배가량 차이가 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정부광고는 쌈짓돈’이라는 항간의 비아냥을 확실히 입증한 셈이다. 매번 국정감사때마다 국민의 혈세를 맘대로 집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등장하는 정부광고, 무엇보다 구두협의 등으로 ‘원칙없이 쓰이는 관행’을 하루빨리 고치는 것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최 의원의 “한해 2000억원에 이르는 정부광고가 지금까지 납득할 만한 매뉴얼도 없이 집행되고 있다”는 지적은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모두에 해당된다. 동아일보 또한 그렇게 보도했어야 정론지라는 자화자찬에 값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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