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스페인에서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11일 밝혔다. 2015년부터 시행될 스페인의 새 저작권법은 뉴스 등 출판물에 담긴 정보를 일부라도 노출하는 모든 플랫폼에 사용료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인데, 구글은 뉴스서비스(http://news.google.com)에 광고를 붙이지 않아 수익이 없기 때문에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스페인언론을 이 서비스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털에 종속된 언론, 대안은 제값받기?

▲구글 뉴스 모바일 버전. 사진을 누르면 구글의 뉴스서비스에 접속됩니다.

구글은 11일 유럽 블로그에 <An update on Google News in Spain>이라는 제목의 입장글을 올리고 “다가올 1월 새 법이 효력을 발효하기 전인 12월 16일 구글 뉴스에서 (뉴스, 잡지 등) 스페인 출판·발행인을 제외하고 스페인에서 구글 뉴스를 닫겠다”고 공지했다. 구글코리아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뉴스커뮤니케이션스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검색이 아닌 구글뉴스에서 스페인 매체를 빼는 것”이라며 “구글은 뉴스서비스에 광고를 붙이지 않고 수익을 얻지 않는데 스페인 저작권법은 아주 작은 스니펫(snippet, 정보)에도 사용료를 내라는 내용이어서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뉴스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콘텐츠 생산자의 ‘권리’ 행사가 있다. 언론은 뉴스 수용자를 포털에 뺏긴 뒤 최근 ‘뉴스를 보기 위해 포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이 많은데 최대 뉴스플랫폼 포털은 제값을 치르고 뉴스를 유통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며 포털을 압박하는 추세다. 연합뉴스는 11일자 기사 <구글, 뉴스사용료 부과 반발 스페인 뉴스서비스 중단>에서 “스페인 독자들이 주로 인터넷에서 뉴스를 소비하면서 2007년 20억 유로(약 2조7천400억 원)에 달했던 스페인 신문과 잡지 광고 수익은 작년 7억 유로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유료독자가 감소 중인 종이신문, 기업의 광고비에 의존하는 방송과 인터넷신문의 위기가 심해지면서 ‘뉴스 제값 받기’ 요구는 여러 갈래로 튀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는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구글 뉴스’와 같은 인터넷 검색업체의 뉴스 서비스가 기사 제목 등을 제공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해 왔다”며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지난해 검색엔진에 노출되는 뉴스에 대해 사용료를 내라는 식의 제도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구글 뉴스는 언론이 먼저 구글에 신청해야 뉴스가 노출되는 방식인데, 스페인의 저작권법 개정은 스페인 언론이 구글 등 포털을 압박해 사용료를 받아낼 목적에서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글은 의외로 ‘강공’을 선택했다. 언론은 당황한다. 뉴스커뮤니케이션스 관계자는 “독일도 스페인과 비슷한 경우이지만, 결국 독일 언론들이 한 발 물러나서 자기 뉴스를 노출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돈을 더 내놔라, 아니면 뉴스를 내려라”

▲중앙일보 2014년 11월24일자 14면 머리기사.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도 포털을 압박 중이다. 특히 신문협회는 포털에 뉴스로 벌어들인 이익 중 언론에 기여한 몫을 분배하라고 요구했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이 뉴스를 활용해 서비스를 하고, 뉴스 이용이 포털 방문 목적인 이용자들이 있는 만큼, 언론의 기여도를 산정해 사용료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양측이 주장하는 사용료 중 어느 지점에서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포털과 언론의 관계는 구글-언론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끈끈하다. 국내 포털은 언론사를 선별한 뒤, 검색제휴나 공급계약을 맺는다. 포털 입점을 위해 줄을 서고 로비를 벌이는 언론이 많다는 점에서 포털은 ‘갑’이다.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네이버가 구글보다 더 강하다. 특히 포털이 중심에 있는 온라인이 뉴스유통의 핵심 플랫폼이 되면서 네이버는 언론과 협상에서 우위에 섰다. 뉴스클러스터링부터 뉴스캐스트, 뉴스스탠드까지 네이버는 언론을 줄세웠다.

한국에서 검색점유율 80% 수준인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통해 트래픽 폭탄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제 언론은 포털의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기사(http://search.naver.com)에서 유입되는 트래픽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 동안 언론과 네이버가 공생한 것은 네이버가 일정 부분 언론을 활용해 이용자를 잡아당기고, 언론은 낚시성 제목과 선정적인 기사와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으로 장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언론은 네이버에 돈을 더 달라는 수준의 요구를 하고 있지만, 광고경기가 더 악화된다면 스페인 언론 수준의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돈을 더 내라, 그렇지 않으면 뉴스를 내놔라.” 네이버가 뉴스지배력이 지금보다 떨어지고 디지털 생태계 지배력이 떨어져 ‘트래픽이든 사용료든 언론에 넉넉한 선물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이 시점은 빨라질 수 있다.

▲카이스트 남찬기 교수가 예시한 네이버 광고영업이익 배분 방식. 자료=남찬기 발표문.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구글처럼 뉴스를 끊을 수 있을까

네이버가 뉴스를 끊을 수 있을까. 한국경제 최진순 기자(디지털전략부 소속,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12일 <미디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적정한 시기에 네이버가 언론사 제휴문제를 포함한 서비스 환경을 극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구글-유럽 사태가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유는 뭘까. 최진순 기자는 네이버가 PC 웹을 통한 뉴스서비스를 ‘검색’으로만 전환할 수는 있다면서도 △네이버가 많은 언론사를 불러 들이는 정책에는 ‘정치적’ 배경이 있고 △이런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한국에서나 계속 가능하고 △탈네이버 정책을 꿈꿨던 메이저 신문사들이 혁신을 하지 않거나 실패해 다시 네이버 품으로 들어오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뉴스서비스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우선 언론이 바라지 않는다. 최진순 기자는 네이버가 그 동안 언론을 상대하면서 쌓인 피로감이 있긴 하지만 언론사의 압박이 예상될뿐더러 신생매체와 기존매체의 변별력이 크지 않는 한국의 온라인 저널리즘을 고려하면 언론이 네이버를 떠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탈네이버 진영을 이끌던 조선일보도 최근 네이버의 ‘무료 면별보기 서비스’에 합류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네이버가 뉴스를 끊는다면, 대다수 언론사는 폐업 지경에 이르는 게 한국 온라인 뉴스시장의 현실이다. 네이버 뉴스서비스는 아웃링크(뉴스스탠드)와 인링크(네이버뉴스), 그리고 검색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언론은 뉴스스탠드와 검색에서 트래픽을, 인링크에서 의제설정력과 사용료를 얻는다. 셋 중 하나만 없어지더라도 네이버 입점 언론사는 큰 타격이다.

네이버가 언제까지 물주 노릇 할 수 있을까

▲ (이미지=구글)

네이버-다음카카오-구글이 뉴스서비스를 경쟁하는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카카오는 포털에서 언론을 ‘포섭’ 중이고, 카카오토픽이라는 뉴스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두 서비스 모두 언론사를 선별해 떡고물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구글코리아도 최근 언론사를 선별하고 뉴스스탠드 앱을 출시했다. 이용자 시각에서도 특정 언론사를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포털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게 편하기 때문에 네이버도 이 트래픽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네이버의 성장 배경도 이 같은 분석의 근거다. 최진순 기자는 “구글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콘텐츠와 콘텐츠의 관계를 ‘열린 검색과 링크’로 해결하지만 네이버는 ‘닫힌 검색과 DB’로 성장했다”며 “네이버는 영어처럼 많은 콘텐츠 출처가 부족했던 한국에서 언론사와 직접 전재료 계약이라는 보다 파격적인 방식으로 콘텐츠를 모았다. 이 지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뉴스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검색과 접목하면서 영향력을 형성하고 강력한 플랫폼이 됐다.”

최진순 기자는 특히 한국 언론은 뉴스시장과 수용자를 확신하지 못하고, 저널리즘을 혁신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구글-유럽 사태(언론사 철수-뉴스서비스 삭제), 유럽의회의 구글 압박 같은 일은 한국에선 (정치적인 이유에 의해서) 일어나기 어렵다”며 “언론사의 혁신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 네이버가 언론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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