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요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입니다. 당신이 용단을 내려 협상이 타결됐다는 꿈을 꿀 정도입니다. 4일 밤 들른 프레스센터 뒤편 한 식당에 씨앤앰 리모컨이 있더군요. 사진을 찍었습니다.

지난달 12일 씨앤앰 하도급업체 노동자 둘이 서울 한복판 전광판에 올라갔습니다. 거리에서 노숙한지 130일 가까이 되던 날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의 끈질긴 싸움과 정부와 국회의 압박에 밀린 ‘진짜사장’ 씨앤앰은 기자회견을 열고 “3자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결국 씨앤앰은 해결을 못했습니다.

씨앤앰은 1일 ‘설치·영업전문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있거나 해고자들이 직접 회사를 차린다면 일을 주겠다’는 황당한 안을 던졌고, 노동조합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씨앤앰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4일 오후 씨앤앰은 ‘대안’이 있다며 노조를 불렀지만 “고공농성을 중단해야 그 안을 공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노사분규 현장을 여러 곳 취재했지만 ‘조건을 이행하면 안을 공개하겠다’는 교섭은 처음 봤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그런데 꼼수를 쓴 건 씨앤앰입니다. 2일 씨앤앰은 자신의 성과를 과장하고 왜곡한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하도급업체서 일하다 해고된 뒤 150일 넘게 노숙농성 중인 노동자 109명에 대해 “업체를 신설해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맹탕이었습니다. 업체 신설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해결책”으로 제시한 안은 이보다 더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받을 수 없는’ 안이었습니다. 애초 장영보 사장은 “두 사람이 내려올 수 있도록” 109명 고용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왜 ‘조건’을 달았을까요. 추정 가능한 이유는 하나뿐입니다. ‘진짜진짜’ 사장이자 경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주주사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에 관한 겁니다. 노동자들이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집을 찾아가 ‘망신’을 주자 크게 화가 난 것일까요. 씨앤앰은 갑자기 ‘강경’ 모드로 변했습니다.

3자협의체가 어그러진 책임은 오롯이 씨앤앰에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을지로위원회도 압박에 나섰지만 씨앤앰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노숙농성도 고공농성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노동조합은 아예 직접고용-간접고용 동시파업에 나설 분위기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압박’일 겁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씨앤앰 경영진은 4일 밤까지 회의를 했습니다. 어떤 안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분위기로 보건대 “두고 보자”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왜 이렇게 노동조합 편만 들고, 추정만 하고, 소설을 쓰냐고 말합니다. 양측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크게 갈릴 때 ‘취재’는 필수입니다. 충격적인 발언이나 문건이 나왔을 경우, 그것만 가지고 ‘1보’를 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상대에게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사분규의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사측’의 홍보와 ‘노조’의 구호는 언제나 과장되고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취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왜 이렇게 노조 편을 들고, 추정과 소설 일색이냐고요? 씨앤앰이 <미디어스>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씨앤앰 홍보팀장은 2일 “반론을 하지 않겠다”며 “마음대로 쓰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비판 기사를 많이 썼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생각에 서운했습니다. 씨앤앰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노조 입장자료까지 홍보팀에 보내줬는데, 돌아오는 건 ‘박대’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답변도 기대하지 마시고, 님이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쓰셔도 됩니다.”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디어스>는 올해 5월 이후 씨앤앰 관련 기사를 수십 건 썼지만 씨앤앰은 단 한 번도 ‘반박자료’를 보낸 적이 없습니다. 흔한 ‘보도자료’ 하나 보내지 않았습니다. 3자협의체 관련 씨앤앰의 보도자료도 MBK파트너스 측을 통해 전달받는 처지입니다. 얼마 전 홍보팀장에게 “왜 보도자료를 안 보내주세요?”라고 물으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관계가 안 좋으니까 그렇겠죠.”

이런 취재원 또 없습니다. 이제는 아예 “반론권을 사양하겠다”며 “언제 제가 반론권 요청했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래서 ‘기레기’ 취급을 당하기는 싫어, 경영진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장영보 사장 연락처를 얻었고, 3자협의체에 참석하는 또 다른 경영진인 한상진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4일 하루에만 두 사람에게 백여 번 정도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넣었는데 답변은 이것 하나였습니다. “기자님! 오늘은 도저히 통화가 어렵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난해 KT 이석채 회장, 올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을 취재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는 이분들에게 수십, 수백 번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습니다. 덕분에 목소리도 직접 들었고, 홍보팀(공보팀)을 통해 해명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씨앤앰은 이것조차 불가능합니다. 아마 제가 쓴 기사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지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반론도 못 받는 기자가 되기는 싫습니다. 홍보팀장에게 부탁합니다.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입장과 보도자료는 꼭 보내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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