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시간을 끌겠다는 전략일까.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대해 KT는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는 “합산규제는 시청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 반(反) 시장적 규제이기 때문”에 “규제를 하더라도 33%가 아니라 49%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업계는 ‘KT vs. 반(反) KT’ 구도다. KT를 제외한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IPTV사업자)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는 ‘전국독점’ 위성방송과 ‘전국영업’ IPTV를 동시에 소유한 KT를 견제하고 싶다. KT는 그 동안 유료방송 점유율 규제 상한선인 33%에 도달하는 시점을 늦추기 위해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활용,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와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 같은 다양한 ‘인터넷+TV’ 결합상품을 내놨다. 위성방송은 사업자가 하나뿐이고, 점유율 규제가 없다.

지난달 28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통합방송법안’에 담긴 ‘유료방송 합산규제’ 대상은 현실적으로 KT뿐이다. 한 기업이 복수의 유료방송플랫폼을 소유하고 있으면, 각각의 점유율을 합산해 점유율을 규제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1안은 시행령으로, 2안은 모법인 통합방송법으로 규제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KT 입장에서 1안 시행령을 선택하는 게 유리해 보이지만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방송법, IPTV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 만큼 2안이 유력해 보인다.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IPTV법 도입 당시 KT의 IPTV-위성방송 겸영을 ‘방치’해 생긴 입법 공백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방향이다. 미래부 방송산업정책과 오용수 과장은 공청회에서 △케이블SO에게 전국사업권을 준 적이 없고 △위성방송을 도입할 때 정책적으로 ‘전국독점’ 지위를 줬고 △스카이라이프 최대주주 KT가 개별법인 ‘IPTV법’으로 방송사업에 진출할 당시 위성방송과 관계를 규율하는 법 정비를 누락한 점 등을 들며 합산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허가 시점이 됐든,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부-방통위가 작성한 방송법-IPTV법-통합법안 3단비교표.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KT 입장에서는 입법과정을 지연시켜 ‘전체 유료방송가입가구 3분의 1’이라는 점유율 상한선을 넘기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이게 아니면 ‘KT 망’이 깔린 OTS 가입자를 올레TV로 유도해야 한다. 9월 말 기준 유료방송가입자는 2923만3020명인데 이중 KT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총 989만3013명으로 점유율 33.84%다. 이중 KT와 스카이라이프에 동시 가입한 OTS 가입자는 234만841명이다. OTS 중복가입을 고려할 때 KT그룹의 점유율은 25.83%다.

극단적인 경우, KT는 스카이라이프를 버릴 수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스카이라이프다. 28일 공청회 자리에서 참석해 “합산규제 반대” 입장을 강하게 펼친 것도 스카이라이프 김형준 부사장이었다. 그는 “통합법안에 나온 ‘합산규제’ 1안과 2안 모두 수용이 불가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규제다. 자유 시장경제 질서와 근본적으로 충돌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부사장은 “2안(통합방송법으로 점유율 규제)을 도입할 경우, KT만 유일하게 신규가입 모집을 중단하거나 가입자를 강제해지해야 한다”며 “4만5천 명이 생활터전을 잃게 된다. ‘일자리창출’이라는 정부 시책에도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OTS 중복 가입자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33%에 임박했거나 이미 이를 초과했다며 점유율 상한을 49%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부사장은 “(통합법안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점유율 사전규제는 방송법 제 1조에 있는 목적 ‘시청자 권익’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만약 동일서비스 동일규제가 목적이라면 49%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적용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면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부사장은 공청회 직후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합산규제-점유율 33% 사전규제 가능성이 높다’는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KT가 고객을 쓸어 모은 게 아니고, 고객이 KT를 선택한 것”이라며 합산규제는 이용자 선택권 제약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로비와 여론으로 합산규제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케이블SO 관계자는 “올해를 넘기면 33% 벽이 깨질 것으로 본다”며 “KT는 이를 노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김형준 부사장과 일문일답.

미디어스) (통합방송법안과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IPTV법 개정안에 있는 ‘합산규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KT보다는 스카이라이프인 것 같다. 오늘 공청회에도 KT그룹 입장을 대변하러 나왔다. 지금 구조는 KT 대 반KT 구도인데, 통합방송법 (내 합산규제를 다루는) 1안과 2안으로 보더라도 33%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KT) 저희로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데…(웃음).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디어스) 그렇다면 국회나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KT) 일단 여러 분이 말씀하고, 경제학 교수님도 (합산규제는 반시장적 규제라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케이블이 그 동안 여러 가지 찬스가 있었다. (케이블의) 영업이익률이 20%가 넘는 이유도 콘텐츠 투자를 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편하게 하다가 센 경쟁자에게 당하는 꼴이지 않나. 그 동안 하다못해 디지털 전환도 40%정도밖에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 78개 지역의 1위 사업자는 케이블이지 않나.

미디어스) KT가 1위인 지역도 있지 않나.

KT) 물론, 그래도 대부분은 (케이블이) 그렇게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케이블에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결국 고객이 선택하는 것이다. KT가 약탈적 가격을 설정해서 가입자를 쓸어 모으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KT를 선택해서 가입자가 늘어가는 상황이다. 이걸 단지 점유율이라는 것으로 딱 묶고 ‘KT로 넘어가면 뭐가 뭐가 제약이다’라고 하는데, 33%로 하자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미디어스) 핵심적인 것 딱 하나만 여쭤보겠다. 합산규제가 된다고 가정하자. 그 동안 KT 본체에서 스카이라이프를 활용해 온 것 아니냐.

KT) 서로 시너지를 거둔 것이다. 우리도 그렇고 KT도 그렇고.

미디어스) 위성과 광대역, 두 개 네트워크를 가지고 영업을 해온 스카이라이프인데 합산규제가 되면 230만 넘는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 상황까지 됐으면 스카이라이프에 자구책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KT) 자구책은 당연히….

미디어스) 위성 단품은 자구책이 아니지 않나.

KT) 아니다. 안 된다고 하면 안 되고, 된다면 되는 건데 위성 단품도 상품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어차피 UHD라는 호재가 있으니까, UHD를 네트워크 과부하 없이, 전국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곳은 단품 스카이라이프밖에 없다. 아직은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미디어스) 스카이라이프의 장기적인 대안으로 ‘오픈플랫폼’ 이야기를 한다. DCS(접시 없는 위성방송)도 KT말고 다른 사업자와 같이 할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하고 있나.

KT) 그 부분은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왜냐면 그런 부분은 여러 가지 논의, 검토를 해야 한다. 하나 예를 든다면 KT와 OTS를 하기 전에 스카이라이프는 여기 저기 같이 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 사업자들이) 모두 안 된다고 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망 이용대가 문제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