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모킹제이>는 애당초 두 편으로 나눠서 제작한다고 했을 때부터 많은 관객들이 예상한 대로의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관객에게는 학습효과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이미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그리고 <호빗>까지 선례를 남겼으니 이 영화 또한 1부는 숨고르기 또는 늘어지기 중 하나일 게 자명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딱 거기에 부합했습니다.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엄청나게 지루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흥미로운 것도 아니고 유심히 바라보게 한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구태여 두 편으로 나누면서 쓸데없고 무의미한 시간을 더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게 재편집을 하라고 한다면 들어내거나 축소시키고 싶은 대목이 더러 있으나, "절대적으로 불필요했다"고 단정할 만큼 형편없는 에피소드의 나열은 아니었습니다.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캣니스를 필두로 한 판엠의 혁명 세력이 봉기하는 과정을 꽤 세세하게 담았습니다. 마치 관객을 살얼음판과 같은 혁명의 현장에 초대해서 옆에 머물게 하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캐피톨의 폭압과 독재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기꺼이 목숨을 내놓지만, 과연 저 혁명이란 것은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할 만큼 많은 희생이 뒤따릅니다. 더욱이 캣니스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모킹제이라는 혁명의 상징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에 이런 광경들을 지켜보면 <설국열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혁명을 위해 괴벨스를 연상시키는 미디어를 통한 선전전략과 이미지 메이킹을 동원하는 것은 <헝거게임: 모킹제이>가 주는 몇 안 되는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문제는 이 시리즈가 이미 서론과 본론을 모두 거쳤다는 것입니다. 두 편으로 나누면서까지 이런 얘기를 할 시점은 지났습니다. 영화로 나온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결론을 내놓아야 할 판국에 또 다시 서론을 거쳐 본론을 구구절절하게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전체 이야기의 정수와 다름없으니 반드시 담아내야 했다면 동의하겠습니다. 다만 TV 드라마처럼 "다음 편에 계속" 따위를 의미하는 장면으로 끝낼 게 아니라, 한 편의 영화로서 기승전결을 제대로 갖춰서 완결시키는 쪽을 택했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게 봐도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구태의연하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는 계략을 통해 두 편으로 나눈 걸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결말은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그것을 다시 보는 것만 같은 기시감마저 생겼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더더욱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1부에서 보길 기대했던 게 과욕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채로 끝나는 것이야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헝거게임: 모킹제이>는 2부조차도 이를 바로 보여주면서 시작할 것 같지 않습니다. 숨긴 듯했지만 거의 노골적으로 밝힌 스노우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면 이는 당연한 예상입니다. 행여라도 이것이 정말 100% 맞다면 이 영화는 간신히 살린 불씨에 오줌을 눈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발로 비벼서 끈 꼴일 것입니다.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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