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의 서울 한복판 고공농성이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씨앤앰과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노동조합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부방침을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도급업체 노사문제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기존입장을 번복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은 18일 씨앤앰 정규직 노동조합이 연대파업에 돌입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방통위가 MBK파트너스와 씨앤앰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씨앤앰의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지난 6월 이후 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됐다. 총 5개 업체 109명이다. 지난해 씨앤앰과 노동조합은 ‘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를 합의했으나, 새로 계약한 업체들은 ‘일대일면접-선별고용승계’를 고수했고 이를 거부한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109명은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이중 3곳은 계약기간 전 ‘원청’ 씨앤앰이 계약을 해지한 곳이다.

특히 비슷한 시기, 씨앤앰 협력사협의회는 노동조합에 ‘임금 20% 삭감’ 안을 제시했고 노동조합은 파업에 나섰다. 이를 두고 씨앤앰 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씨앤앰 매각을 추진하면서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노동조합 리스크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씨앤앰이 포함된 MBK펀드 1호는 2015년 만료된다. 이런 까닭에 MBK와 맥쿼리는 지난 10월 골드만삭스를 통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고자들은 지난 7월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고, 지난 12일에는 노동자 둘이 파이낸스센터와 프레스센터 사이에 있는 20미터 높이 옥외광고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개입하지 않았고, ‘원청’ 씨앤앰도 “하도급업체 노사문제”라며 불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그러나 고공농성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정치권과 방통위,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을지로위원회는 5개 상임위(정무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통해 MBK와 씨앤앰 관련 자료를 확보하면서 관련 조사 또는 감사를 추진 중이다. 2008년 MBK와 맥쿼리가 씨앤앰을 인수할 당시, 인수자금을 빌려준 신한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이 적격했는지도 분석할 계획이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20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5개 상임위를 통해 불법영업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 대출 절차에 대한 판단, 2008년 인수과정 적법성에 대한 조사,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 미래부 관료 대상 접대에 대한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이미 금융위원회 등에 MBK파트너스와 씨앤앰에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 (사진=미디어스)

미래부와 함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를 규제하는 방통위의 고삼석 상임위원은 해고와 다단계하도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씨앤앰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씨앤앰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조합(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지부장 김진규) 또한 하도급업체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파업’에 나섰다. 민주노총이 중심인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시민운동단체인 참여연대 등은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에 대한 ‘그림자투쟁’과 불매운동 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간지와 KBS도 씨앤앰 고공농성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노동조합, 정치권, 방통위, 노동운동단체의 전방위 압박에 MBK파트너스와 씨앤앰은 을지로위원회와 방통위, 미래부에 “빠른 시일 내에 노동조합과 만나 하도급업체 해고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 사정에 정통한 한 언론계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MBK는 씨앤앰와 원·하청 노동조합 교섭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하루이틀 내 (씨앤앰 사태 해결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씨앤앰 홍명호 홍보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경영진이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중”이라며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이 말한 대로 일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명호 팀장은 ‘고공시위’에 대한 질문에 “(전광판에 올라가 있는 두 사람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