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이우(63) 기독교대한감리회 종교교회 담임목사를 새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다고 3일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일 최이우 목사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임명하면서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자격’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5조(위원회의 구성)는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는 자격 조항이 있다. 최이우 목사는 이를 위반하는 인사라는 지적이다. 최 목사는 그동안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공공연하게 차별발언을 해왔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등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10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이우 목사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최이우 목사의 동성애 차별은 대표적인 반인권 행위로 비판받고 있다. 최이우 목사는 ‘미래목회포럼’에 소속돼 있으면서 동성애 차별행위를 노골적으로 해왔다. 대표적인 사건은 2013년 6월 28일 도덕교과서 <생활과윤리>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검정본부와 출판사 측에 재심의와 수정을 촉구한 행위다.

“도덕교과서, 동성애 사랑으로 표현한 것 수정…불행한 삶 서술해야”

미래목회포럼은 당시 성명을 내어 “국민 다수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동성애를 고등학교 일부 도덕교과서가 편향되게 기술할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내용을 보면 극단적인 동성애 혐오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대목은 △동성애를 사랑으로 표현한 것, △동성애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 △동성애가 의학적으로 정상이라는 주장, △동성애가 비도덕적이지 않다는 주장, △AIDS 등과 관련 없다는 주장 등이다.

미래목회포럼의 동성애에 대한 몰이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성명에는 “동성애가 선천적인 성적지향이라는 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서 “난잡한 성관계를 함으로써 가지게 되는 에이즈와 여러 질병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동성애자의 사례 등 불행한 삶을 서술하라”고 요청했다.

▲ 한기총 등 종교단체와 나라사랑학부모회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동성애 조장 교과서문제 대책위원회' 위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민원실 앞에서 '동성애를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는 내용의 삭제' 등 고등학교 교과서 내용의 수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교육부에 성명서를 전달하려고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래목회포럼이 구체적으로 수정과 삭제를 요구한 대목은 다음과 같은데, 최이우 목사는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성적 소수자가 의학적으로 비정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아무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지로 선택하지 않고, 성적 소수자는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성적 소수자가 비도덕적이라고 말할 정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한 사람이 특정한 성적 지향성을 가지게 된 데 대하여 윤리적으로 비난하거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주장이 1973년 미국정신과의사협회에서 이미 받아들여졌다”
“동성애가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은 의학적으로 이미 밝혀졌다”

이 밖에도 최이우 목사는 2012년 2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동성애 조장과 임신·출산 장려 조항”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또한 미래목회포럼은 <차별금지법>에도 반대하는 등 ‘인권’에 반하는 행위들을 해왔다. 모두 ‘동성애 혐오’와 연결되는 부분들이다.

문제는 다시 국가인권위원회…반인권 인사 포진

한국사회의 동성애 인식은 과거에 비해 많이 진전된 것이 사실이다. 동성애를 공공연히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지난 10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계에서 전향적으로 동성애를 포용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이제, 동성애자들의 성 정체성을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말하는데 있어서는 최소한의 룰을 가져햐 함 정도는 통용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최이우 목사는 여전히 이에 못 미치는 감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이런 이가 국가인권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지난 29일자 조선일보 35면에 실린 광고

문제는 국민들의 인식과는 반대로 보수 세력의 동성애 폄훼가 공격적이란 점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2010년 김수현 작가의 SBS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기독교 단체들의 행태였다. 당시 이들은 동성애 혐오를 드러내는 입장을 신문광고를 내는 등 공격적으로 활동했다. 이 광고 이후 구치소 내 해당 드라마 방영이 중단되는 등 정부도 반응했다. 유사한 사례는 끝이 없다. 같은 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동성애 영화 <친구사이?>에 대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다. 2012년 KBS Joy에서 트랜스젠더 토크쇼 <XY그녀>는 반동성애를 표방한 보수단체들이 방송사와 출연자·MC들에게 협박을 퍼부은 결과, 단 1회만 방영되고 무기한 방영 보류됐다. 2013년 3월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홍석천 씨와 리마리오 씨가 동성커플이 등장한 ‘마초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의 품위 저해했고, 청소년 시청보호시간대 방송 한 것은 문제”라는 이유가 달렸다.

▲ 부부의 날인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동성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혼인신고 소송을 맡은 이석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013년 9월 동성커플 김조광수·김승환 씨의 결혼식에는 종교단체 사람들이 오물을 투척하고 ‘동성애 반대’ 피켓을 들고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행위와 인식에 기반한 공격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혐오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단 책임론이 일기도 했다.

최근, 한국 내 인권 지수가 신장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는 ‘동성애’에 국한되지도 않는 사회 전반의 문제다. 그래서 다시 문제는 국가인권위원회 일지도 모른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반인권’ 인사들이 자리 잡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야 말로 문제가 아닐까. 이명박 정부 아래 임명된 현병철 위원장은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깜둥이” 등의 발언으로 대표적인 반인권 인사로 찍혔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연임됐다. 한국 인권상황은 그 때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동성애 혐오에 앞장선 최이우 목사가 비상임으로 해당 조직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인권위원회를 어찌해야 좋을지 사회적 논의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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