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내 기획재정위 소속)이 4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국가 의제는 저출산 현상”이라며 “현재 매년 25만쌍이 결혼하는 추세로 봐서 형편이 좋은 신혼부부를 제외하고 매년 10만쌍에게 5~10년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홍 의원은 “장기적으로 100만호 정도를 신혼부부 임대주택용으로 확보하면 이후 국내 모든 신혼부부가 결혼 즉시 주택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종학 의원은 정책 재원과 관련해선 “국민주택기금이 보유한 100조원을 사용하고 필요하다면 현재 최경환 부총리도 인정하듯 국민연금 기금도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이자율을 보전해주면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홍 의원은 “현재 시행 중인 준공공임대주택이나 매입임대주택 지원에 있어서도 신혼부부에게 추가 혜택을 준다면 민간 쪽에서도 공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종학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부동산 정책 태스크포스(TF)’ 팀 소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관련, 오는 13일 우윤근 원내대표와 백재현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하는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가칭) 포럼을 출범키로 했다. 포럼에는 홍 의원을 포함해 새정치연합 의원 66명이 가입했다고 한다.
▲ 5일자 동아일보 6면 기사
홍종학 의원이 던진 제안에 대해 언론 보도는 대체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코멘트를 덧붙였다. 5일자 <동아일보> 6면 1단 기사에 등장한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난이 심각한 수도권에 매년 10만 채의 임대주택을 지을 공공택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국민주택기금을 신혼부부를 위해 쓸 경우 저소득층 등에 대한 혜택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같은 날 <경향신문> 4면 4단 기사는 특정인의 코멘트를 달지는 않았지만 기사 말미에 “하지만 연금 재정적자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연금을 활용해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5일 오전에 송고된 <뉴스1>의 자세한 기사인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준다고?…계층간 역차별 논란 야기>에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입장이 상세히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국토부는 매년 9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중 20%가 특별공급 등의 형태로 신혼부부등에게 돌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예산을 더 확보해 임대주택을 11만 가구로 늘릴 예정이다. 또 공급예정인 행복주택의 80%는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에게 우선된다. 나머지 20%는 취약계층과 노인계층에 돌아간다”고 한다.
<뉴스1> 기사에 등장한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 9만가구를 짓는데도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은데 여기에 신혼부부만을 위한 임대주택 10만가구를 짓는다는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104조원 규모의 국민주택기금 중 이미 대출 자산이 80조원이 넘고 국채 상환과 청약통장 상환을 위해 일정 부분 보유해야 할 돈을 제외하면 당장 쓸 수 있는 자금이 수조 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한 홍종학 의원은 자신의 제안을 구체적으로 다시 설명했다. 홍 의원은 “결혼하시는 분들이 가장 골치를 썩이는 문제가 이 주택문제다. 그래서 일단 첫 번째이면서 가장 중요한 난관인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생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종학 의원은 “지금 저출산 문제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부터 사실 모든 경제문제가 생겨난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태가 지속이 되면 한국 경제는 정말 백약이 무효인 이런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저희는 이것을 국가적 의제로 설정을 하고 온 국민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그 첫 단계로써 일단 신혼부부들에게 이 정도는 우리가 힘을 모아서 해줘야 되지 않겠느냐, 다른 힘드신 분들도 많지만 이런 국가적 난제를 다 함께 해결한다는 의미에서 저희가 제안을 한 거다”라며 형평성 논란을 반박했다.
홍종학 의원은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가 2007년 대선 이명박 후보의 공약이었는데 실현이 안 되었다는 한수진 아나운서의 지적에 대해선 “그 당시 이명박 후보는 그야말로 좀, 구체적이지 못하면서, 그리고 마치 집 한 채를 분양 주택을 주는 것처럼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저는 대통령께서 의지만 있으셨다면 상당한 정도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의지가 사실 없으신 거였다. 그 쪽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으셨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홍종학 의원은 “임대 주택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줄었다. 이것이 그 때 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서 새누리당도 지난 총선 때, 매년 20만 호 씩, 100만 호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저희 같은 경우에는 총선 때도 그렇고, 대선 때도 그렇고 한 매년 12만 호 씩, 60만 호의 임대주택을 건설을 하겠다, 건설 내지 공급을 하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홍 의원은 “그런데 이제 의지가 부족하다보니까 여기에 대해서 진전이 없는 거다. 현 정부에서도 가장 중요한 임대주택 정책으로 행복주택이라고 하는 것을 이야기했지 않느냐. 그런데 현재 지금 실적이 없다, 내년부터 조금 한다고 그러는데, 저희는 그런 것들이 하나의 의지의 부족이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 10월 20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곡동 대구지방국세청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대구지방국세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원 마련안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 홍종학 의원은 “저희가 그래서 지난 몇 달 동안 면밀히 검토를 해봤다. 그랬더니 실제로 굉장히 쉽게 상당히 많은 재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라고 주장했다.
홍종학 의원은 “예를 들면 현재, 국민주택기금에 상당한 정도의 돈이 있다. 그런데 내년도 같은 경우에도 임대 주택엔 약 6조원 정도 밖에 지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14년 예산은 한 5조 원, 4조 9천억이었는데, 내년도에 한 5조 9천억 정도 잡고 있다. 이 국민주택 기금은 지금 한 4~50조 정도는 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10조, 20조 정도를 늘이는 것이 어렵진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홍종학 의원은 “그런데 저희는 처음부터 그렇게(10조, 20조를 늘린다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는다. 이런 임대주택을 지금 6조원 정도 되어 있는 것에 대해 1, 2조 정도 늘린다고 하면 처음 시작으로선 상당히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홍종학 의원은 “저희가 이제 새롭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대한주택보증이라고 하는 회사가 있다. 여기서 보증을 서준다고 하면 일반 은행들에서 대출을 해줄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이제 현 정부에서는 예를 들어, 목돈 안 드는 전세, 이런 것들을 했는데 실적은 별로 없다. 저희는 그것보다는 대한주택보증에서 보증을 해주고 이후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해주어서 그걸 가지고 전세 자금에 들어간 다음에 다달이 이자를 갚는, 그러면 이제 굉장히 낮은 금리로 신혼부부들이 돈을 낼 수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이렇게 특별한 공급프로그램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대한주택보증의 전세 자금 보증 실태에 대해 “지금 해주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지금 굉장히 미미한 수준으로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5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이어서 홍종학 의원은 “그것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이제 국민연금에도 막대한 재원이 있다. 그 이야기하니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라면서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홍 의원은 “저희가 이야기 하는 것은 뭐냐면 국민연금이 규모는 되게 큰데, 한국의 금융시장에 비해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지금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러니까 국민연금에도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러한 공공사업이 있다. 거기에 대해서 이제 국가가 국민연금의 수익을 보장해준다고 한다면 그런 정도로 이제 신혼부부들에게 상당한 정도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저희는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도 좋고 정부가 주택정책을 수립하는데도 좋고, 그러니까 윈-윈의 정책 조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홍종학 의원은 “국민연금이 예를 들어서 지금 전세 자금에 들어가게 되면, 아까 대한주택 보증도 마찬가지이지만 전세 자금이라고 하는 것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면, 상환은 거의 보장되는 것 아니겠나. 거기다가 현재 지금 저금리 때문에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데, 2내지 3% 밖에 안 되는데 현재 임대주택 시장에서는 한 5내지 6% 수익률은 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홍 의원은 “그러면 이제 정부가 적절하게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면 국민연금은 최소한 4내지 5% 수익을 내고, 이제 임대로 들어가시는 분들은 낮은 가격에, 낮은 이자율로 들어갈 수 있는, 이런 상호 윈-윈 하는 그 조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홍종학 의원은 약 1년 반 전인 2013년 4월에도 ‘맥주 맛을 맛있게 만들기 위한’ 주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이 개정법률안이 추구하는 정책이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보수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지향의 경제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 새정치민주연합 기획재정위 소속 박광온·윤호중·김관영·홍종학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9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신혼부부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제안은 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넘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추구해야 할 정치 전략에 시사점을 주는 바 있다. 최경한 경제부총리의 소위 ‘초이노믹스’가 대변하는 것이 중대형 아파트를 소유한 중장년층이라면,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여당의 역사관만 공격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지지하면서 수혜를 보는 계층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홍종학 의원의 제안은 취지 설명이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묶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계층이 어디인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개혁 성향 경제학자가 국회에 들어가 보여주는 이런 활동이 언론에서 쉽게 이슈가 되지 못하는 현상은, 진보언론과 진보담론이 제대로 된 정책논쟁을 할 역량에 미치지 못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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