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늘려놓은 복지 지출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지금 진행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교육 분야 무상 복지 때문에 비명을 질러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 교육 현장에선 무상급식·누리과정 같은 무상 복지 항목이 늘어나면서 교육의 질(質)을 끌어올리는 사업들이 차례차례 삭감되고 있다.

(...) 이제 각 분야의 복지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다. 무상급식만 해도 모든 학년, 모든 학생들에게 다 지원해줄 필요가 있는지 지금이라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급식비를 꼭 필요로 하지 않는 계층까지 다 무료로 해주는 바람에 정작 해야 할 사업들을 포기하게 돼선 안 된다.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까지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예산을 떼어내 저소득층 아이들을 도와주는 일에 투입한다면 '교육 복지'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길도 된다.“

<조선일보> 5일자 사설, <곳곳의 '無償 교육 복지' 아우성, 이대로 가야 하나>

▲ 5일자 조선일보 사설

(...) 양 기관의 힘겨루기나 보수·진보 사이의 복지노선 다툼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규정하기엔 지방재정의 사정이 너무나 심각하다.

(...) 홍 지사의 지원 중단 선언을 계기로 이제 우리 사회는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무상복지정책에 대해 재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시·도교육청도 시·도에 무조건 지원금을 부담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소득 상위자의 무상급식을 줄이는 등 급식비의 일부를 부담케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 바닥나면 복지는 물 건너간다. 재정 파탄이라는 폭탄이 터지기 전에 위험천만한 포퓰리즘 정책의 뇌관은 제거되어야 한다.“
<중앙일보> 5일자 사설, <포퓰리즘 겨냥한 홍준표의 무상복지 브레이크>
▲ 5일자 중앙일보 사설

“공공 부문 개혁 차원에서 만성 적자를 보이던 도립(道立)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였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번에는 무상급식 포퓰리즘과의 전쟁에 나섰다.

(...) 전국적으로 이런 감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 무상급식은 학생들의 교육 여건과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쓰여야 할 돈을 몽땅 빼앗아가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축소되고 있다. 무상급식은 보수와 진보 세력 간의 이념대결 양상을 빚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주민 찬반 투표에 부쳤다가 시장 직에서 중도 하차했다. 어느 시도지사도 정치 생명을 걸지 않고는 무상급식 예산 중단이나 도립 의료원의 무사안일 풍토 개혁 같은 일에 나서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홍 지사의 과감한 행보를 많은 유권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동아일보> 5일자 사설, <무상급식 포퓰리즘과 맞짱 뜬 홍준표 지사>
▲ 5일자 동아일보 사설

‘조중동’ 사설이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무상급식 포퓰리즘’에 맞서는 ‘전사’로 칭찬하고 나섰다. 그들 입장에서야 홍준표 지사가 얼마나 예쁠 것인가. 노회한 홍준표는 오세훈과는 달리 ‘진지전’과 ‘기동전’의 타이밍을 정확하게 쟀다. 여론이 불리할 때 시장직을 거는 투표의 도박 따위를 실시하지 않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타이밍’을 노렸다는 사실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4일자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박종훈 교육감은 이렇게 설명한다. “무상급식이 시작할 때는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2008년, 2009년 그렇게 해서 이미 7년 이상 꾸준히 늘여왔던 것이고 홍 지사께서도 2012년 보궐선거에서 무상급식을 확대하겠다고 약속을 하셨고 꾸준히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하셨는데 느닷없이 갑자기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니까, 50만 명의 아이들이 당장 무상급식의 지원을 받고 있는, (향후엔) 28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내년부터는 급식비를 내야 될 이런 지경이 되니까, 저희들로선 참 당혹스럽다.” 말을 바꿨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5일자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홍 지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아마 어제까지 파악을 해보니까 18개 시, 군이 대체적으로 다 동조를 한다. 18개 시, 군이 다 이건 감사를 안 받고 어떻게 예산을 주느냐, 그게 첫째 이유고 두 번째는 우리도 지금 경남에는 9개 군이 내년부터는 자체 수입만으로는 공무원 봉급을 못 준다. 그러면 교육지원 규정을 보면 못 하게 되어 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파탄 날 지경이며, 그렇기에 충분히 동조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었단 얘기다.
▲ 내년부터 학교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공식 선언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4일 오후 경남 도의회에 출석해 의원들과 손을 잡고 있다. 홍 지사는 통상 도의장실을 들러 환담을 나누고나서 본회의장에 입장하는데 이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도의장실을 먼저 찾자 의장실이 아닌 대기실로 향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감사 없인 예산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이어지는 설명을 들어보자. “저희들은 조례에 규정된 대로 매년 무상급식 지원금에 대해서 정산하고 또 도에서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시정을 권고하고 그래서 고치고 이걸 반복해왔다. 지난 8월에만 해도 지금까지의 무상급식이 지원금이 문제가 없다고 도에서 우리한테 통보까지 해줬던 사안이다. 감사를 받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지금 조례에 규정돼 있는 지도점검을 꾸준히 받아온 단계에서 그럼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을 더 고단위의 감사까지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미 지방자치법에서 규정되고 있는 교육청의 고유한 권한까지도 넘보는 월권이다. (...) 우리 교육청이 그러면 이중감사가 되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 것을 마치 감사를 거부했으니까 우리는 돈을 안 주겠다, 감사 거부한다고 돈을 안 줄 정도로 이 무상급식의 급식비 지원이라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아이들 28만 명의 급식이 걸려 있는 문제를 그렇게 핑계를 대고 이것이 저는 정치불신, 정치인에 대한 환멸을 우리 국민들에게 가져다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우리 지방교육자치법에 의해서 만들어져 있는 우리 도 교육청의 감사기구가 있다. 문제가 있어 보이면 우리 교육청에 통보해서 우리 교육청의 감사가 학교의 감사에 들어가야 되야 맞다. 감사라는 것은 처분권이라는 것이 전제돼야 되는 것이다 그러면 교육청 소속의 감사관이 감사를 하고 거기에 따라서 처분권이 있는 교육감이 처분을 내리는, 이런 국가정부기관에 이미 공인돼 있는 감사관이 있고 이것은 자치법에 의해서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자치기능을 도에서 이렇게 요구하는 것은 그건 제가 볼 때 법적인 행정의 효율성과 자치법의 정신에 어긋난 것이다” 정해진 절차 대로 감사를 받아왔으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요구가 월권이라는 설명이다.
무상급식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의견이 갈린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이어지는 설명을 들어보자. “우선 그게 점심 굶는 학생 운운하시는데, 지금 130% 차상위계층, 또 어렵게 사는 학생들은 무상급식 뿐 아니라 학용품도 무상으로 국가에서 대주고 있다. 교육청 돈이 아니다. 교육청은 꼭 이런 식으로 하면 가난한 애들 배 굶는다는 식으로 좌파들이 들고 일어나는데, 그거 아니다. 국비에서 돈 대준지가 꽤 오래됐다. 교육청 자체에서 편성 안 할 수 없게 국비로 정해서 내려온다. 문제는 소위 어느 정도 살림이 괜찮은 사람들한테 급식을 무상으로 주느냐, 부자들한테 주느냐, 그 차이지 않느냐? 그런데 그 차이를 지금 말하자면 무상급식이 끊기면 가난한 애들이 점심 굶는다는 식으로 허위선전을 하는 거다” 홍 지사는 이어서 “가난한 애들이 점심 굶는 예는 없다. 그건 국비로 나온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이렇게 논박한다. “(가난한 이들은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주장은)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말씀다. 학교, 그리고 특히 학교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는 방법은, 지금 무상급식에 대해서 비판하는 분들도 왜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급식비를 줘야 되느냐 라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를 구별해서 하는 지원이 대단히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아셔야 하고 또 그렇게 어려운 아이를 찾아내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대상 이외의 그늘에 있는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내가 어려워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아이들의 심리다. 당장 내년 봄부터 급식비 때문에 급식을 못하고 점심시간에 수돗가에서 찬물로 허기를 채울 그럴 아이들이 분명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 대한 교육에 대한 복지는 부자들에게서 조금 더 세금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그런 복지여야지 선별적으로 못사는 아이들 가려내서 더 많이 주겠다는 것은 학교와 교육의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 뭐 포퓰리즘으로 이야기하면서 몰아붙일 때 쓰는 방법이긴 하지만 그건 교육적으로는 대단히 위험한 그런 방법이라는 것도 아셔야 한다.”
▲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무상급식 갈등을 겪는 박종훈(오른쪽) 경남도교육감이 4일 경남도의회에서 김윤근 도의장을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정리하자. 가난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굳이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은 피상적으로 볼 때 설득력이 있다. 선진국에서도 보편적 무상급식이 아닌 선별급식의 사례가 있다는 주장도 인정된다.
그러나 그들은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줬는지 애써 보지 않는다. “가난하다”고 말하는 게 죄 되는 세상, 부모의 소득이 공개되면 차별이 이뤄질 세상에서 그들은 살고 있다. 그렇기에 교육현장에서 선별급식이 “교육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형편이다.
4대강 사업 등 수십 조의 건설사업에 대한 검증에는 부실하던 이들이 1조원 단위의 무상급식 등에 대한 검증에 열을 내는 상황이 부조리하다 지적하면 그들은 이렇게 답한다. “건설사업은 한시적인 것이지 않느냐. 하지만 복지지출은 매년 있는 일이며 한 번 늘리면 줄일 수 없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대규모 건설사업도 건설업체를 부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한 번씩 실시되고 있는 현실을 말하지 않는다. 또 복지가 매년 지출되는 돈이기에 우리가 증세의 합의에 이를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말 중엔 경청할 부분도 있다. 가령 이런 부분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 국민 1인당 담세율이 18%밖에 되지 않는다. 무상복지를 실시하는 북유럽 같은 경우에 담세율이 45~55%이다. 말하자면 담세율이 북유럽의 3분의1이 안 되는데, 북유럽 수준으로 무상급식을 하자는 것은 무상급식뿐만 아니라 무상정책, 무상의료도 하자고 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모든 사회 분야를 무상으로 하자는 것은 우선 담세율이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두고 볼 때는 무상 포퓰리즘 정책은 이제 국민적 공감대를 갖고, 국고가 지금 작년도에 우리가 내국세 지금 못 들어온 게 10조 5천억이다. 금년도에 12조 5천억이다. 국고가 거덜 나고 있는데 지금 무상파티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복지를 위해 담세율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고를 거덜내고 있는 건 복지정책이 아니라 부자감세·대규모 토목 사업·경기부양책 등이다. 거덜나고 있는 건 지방재정이다. 한 번 강준만 교수의 명쾌한 진단을 들어보자.
“(...) 지방분권 사기극의 대표작이라 할 복지분권 사기극을 보자.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이란 미명 아래 빈곤층,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순수 복지사업 67개를 몽땅 지방에 이양했다. 그 대신 지방에는 담배소비세가 중심이 된 ‘분권교부세’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게 기막힌 사기술이다. 이후 5년간 분권교부세 수입은 연평균 8.7% 증가한 반면, 복지비 지출은 고령화 가속화 등으로 연평균 18%씩이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
10월 20일자 <한겨레> 강준만 칼럼, <지방분권 사기극>
▲ 지난 10월 20일자 한겨레에 실린 강준만 칼럼
홍준표와 ‘조중동’이 참여정부가 그리 밉다면 이런 걸 욕하면 안 되는 걸까. 이런 걸 되돌리자고 하면 안 되는 걸까.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하여 시행되는 복지정책도 많다. 그런 정책의 예산도 무상급식 정도는 들어간다. 걸핏하면 ‘무상급식’을 때리는 그들의 행태는 ‘무상급식’이 야당이 먼저 내세웠기 때문에 나타나는 당파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홍준표는 매우 영리하게 처신하고 있지만, 이러한 사기술을 ‘영리하다’고 평해야 하는 한국 정치의 수준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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